요리하는 남자가 대세… 집밥 레시피로 요리하는 남성 호감도 상승
‘남자 투톱’ 강세 현상 요리 예능의 여성 전멸 갈수록 심각
‘쿡방’ 전성시대다. ‘먹방(음식 먹는 걸 보여주는 방송)’에서 진화한 쿡방은 요리하는(cook) 방송의 줄임말이다. 지상파와 케이블을 넘나들며 쿡방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대표적인 쿡방 프로그램은 SBS ‘잘 먹고 잘 사는 법-식사하셨어요?’와 tvN의 ‘삼시 세끼’와 올리브의 ‘오늘 뭐 먹지?’다. ‘잘 먹고 잘 사는 법’의 방랑식객 임지호와 이영자가 매회 스타를 초대해 식사 대접을 한다. 외로운 이들을 찾아가 밥상을 차려 주고 밥 한 끼 나누는 정이 그대로 묻어나온다.
케이블채널 tvN에서 방영 중인 ‘삼시세끼’도 쿡방의 선두주자로 발돋움했다. 지난 1월 23일 시작한 삼시세끼는 평균 시청률 14.2%, 최고 시청률 16.3%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이 프로그램의 주제는 자급자족이다. 시골 마을에서 가마솥에 밥을 지어 먹는가 하면 맷돌로 커피콩을 갈아 커피를 만드는 등 평소 볼 수 없었던 꾸밈 없는 스타들의 요리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올리브TV ‘오늘 뭐 먹지’는 ‘집밥 레시피 쇼’라는 소개에 걸맞게 집에서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가정식 레시피를 공유하는 요리 프로그램이다. 김밥, 달걀말이, 된장찌개, 볶음밥, 두부조림, 비빔국수 같은 자주 접하는 음식을 평범하지 않게 표현해낸다.
대체로 쿡방은 난도 높고 평소 먹어보지 않은 요리가 아니라,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요리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간다. 이러한 쿡방은 특히 여성 시청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30 여성들이 자주 찾는 요리 사이트와 개인 블로그에서는 쿡방을 보고 따라한 후기 음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음식별로 캡처한 사진도 다양하다.
특히 남성들이 만든 음식 역시 신선함을 자극한다. 기존 요리 프로그램에 나오는 요리사는 여성이 많았지만 지금은 남자들이 훨씬 많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는 최현석, 정창욱, 미카엘 아쉬미노프, 샘킴, 홍석천, 김풍 등 유명 남성 셰프 6인이 출연, 게스트의 냉장고 속 재료를 가지고 15분 만에 요리를 만들어낸다. 여성 고유의 역할로 봤던 요리가 더 이상 남성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시청자들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백종원, 최현석, 레이먼킴, 샘킴, 강레오, 에드워드권 등은 대중적인 인기까지 갖추고 있다.
tvN의 ‘삼시 세끼’ 방송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서진, 차승원 등 남자들의 요리 솜씨에 여성 시청자들이 도리어 놀란 분위기다. 생선구이와 매운탕, 어묵, 해물찜, 베이커리 등 못하는 게 없는 차승원을 두고 나영석 PD는 ‘차줌마’라 칭했다. 이지쿠킹 홈 쿠킹클래스를 운영하는 임정은씨는 “삼시세끼에서 차승원씨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어지간한 전업주부보다 더 잘한다고 느꼈다”며 “차승원이 아궁이 오븐으로 식빵을 만들었을 때는 정말 놀랐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쿡방 프로그램에 여성 진행자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프로그램 대부분을 남성 진행자가 이끌고 있어서다. SBS ‘잘 먹고 잘 사는 법’을 제외하고는 ‘남자 투톱’ 강세 현상이 두드러진다. 여성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지만, 방송 프로그램 포맷 자체가 남성 진행자 중심으로 틀이 맞춰져 있다. Olive ‘오늘 뭐 먹지?’나 tvN ‘수요미식회’, JTBC ‘냉장고를 부탁해’는 모두 남성 출연자들이 주축을 이룬다. 여성은 남성 주도의 예능에서 ‘홍일점’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남성이 요리를 하면서 허둥지둥하며 허당인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도 “요리 예능 장르에서 남성들만 나오는 것은 문제”라며 “방송국에서도 공공성 측면으로 봤을 때 책임감을 가지고 여성 캐릭터 개발에 신경을 써야 한다. 남자 우려먹기 식으로 안일한 예능만 제작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