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1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신한국당 전당대회

에서 ‘대쪽’ 이회창 후보가 제15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고 곧 당

대표로 선임됨에 따라 신한국당은 12월 대선을 위한 ‘이회창 체제’

로 본격 가동하게 되었다.

이회창대표는 대의원들에게 배포한 홍보물에서 ‘여성이 당당해지

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이회창의 약속’ 7개항을 밝혔다.

▲경제활동기회 확대 ▲보육시설 확충 ▲주부노동가치 기준마련 ▲

여성발전기본법 내실화 ▲여성발전기금 확대 ▲교육기회 및 여성복지

증대 ▲여성국내전문인력 양성이 그것이다.

여성계에서는 이회창 체제로 돌입한 신한국당이 여성유권자에게 제

시할 여성정책에 관심을 쏟고 있다. 그동안은 ‘용들의 전쟁’으로

불렸던 치열한 경선 준비에 우선 순위를 두어왔던 이회창 캠프는 여

성정책에 대한 의견개진에는 적극적이지 않았다.

한국여성유권자연맹이 주최한 정치지도자 부부초청 조찬회에서 이

대표는 ‘여성을 존경한다’는 추상적인 여성관과 함께 “다른 당의

여성정책 공약보다 한 단계 수준을 높이겠다”는 모호한 적극성으로

여성계에 호소한 바 있다.

또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는 할당제와 관련 ‘기본적인 찬성’ 입장을

밝히고, 특히 전국구 의원에서 20%의 여성할당제를 약속한 바 있다.

또 신한국당의 성차별적인 정당구조와 관련해 “시급히 개선돼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본지가 대선주자 부부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취

재팀 전원이 참석해 총평을 겸해 마련한 방담에서 이회창 대표는 ‘

반여성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페미니스트라고는 할 수 없는’ 대선

주자들의 여성문제에 대한 평균적 무관심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대표의 이력 속에는 여성계가 기대를 걸만한 부분도 있

다.

이회창대표는 대법관 시절 전화교환원 김영희씨의 정년차별 사건에

서 성차별적인 정년제에 위헌 판결을 내려 일터에서의 남녀평등을 진

일보시킨 기여를 한 적이 있다. 또 당대표 시절 주관한 남녀고용평등

법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에서는 여성계의 의견을 대폭 수렴한 진일보

한 개정안을 내놓아 관심을 끌기도 했다.

법관 출신의 정치인 이회창 대표는 ‘대쪽’, ‘법대로’의 소신으

로 알려진 개혁성향이 있으면서도 무리하지 않는 ‘신중파’의 입장

을 견지한다. 지금까지의 드러난 내용에서도 이회창 대표의 여성관은

모성을 찬미하는 보수적인 모성이데올로기와 여성의 사회진출을 적극

지원하는 진보적인 면모를 동시에 보이고 있다. 여성에 대한 보수적

인 ‘국민정서’를 거스르지 않는 가운데 사회적 대세로 판단되는 여

성의 사회진출 쪽에서 진보적인 면모를 보여 보수 진보 양쪽을 아우

르는 폭넓은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대표의 ‘대쪽’ 소신이 여성정책에서도 적용될 수 있을지는 앞으

로 지켜볼 일이다.

<김효선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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