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라운딩 중 경기진행요원(캐디)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16일 선고 공판을 마치고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을 나서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골프 라운딩 중 경기진행요원(캐디)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16일 선고 공판을 마치고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을 나서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골프 라운딩 중 경기진행요원(캐디)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70대의 전직 국회의장은 취재진의 질문을 받자 눈을 지긋이 감았다.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과 성범죄자 신상 정보 등록 명령. 검찰의 구형보다 강화된 판결에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검사 출신으로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박희태 전 국회의장(77)이 성추행범으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 2단독 박병민 판사는 16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박 전 국회의장에 대해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성폭력은 중대한 범죄로 고소를 취하해도 성범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형법을 개정한 것은 엄격한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 의사를 반영한 것”이라며 “피의자는 경기 시작부터 9홀이 끝날 때까지 신체접촉을 멈추지 않았다. 피해자가 느낀 성적 수치심이 컸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했고, 고령인 데다 범죄 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해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판시했다.

검찰도 이날 톡톡히 망신살이 뻗쳤다. 검찰은 박 전 의장에 대해 벌금 300만 원과 성폭력 치료 강의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구형해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해 ‘소신 있는 판결’이라는 박수를 받은 것이다.

경찰도 지난해 박 전 의장을 소환 조사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새벽 시간에 박 전 의장을 기습 출두시키고 귀가할 때도 경찰 수사관의 개인차량을 제공해 거센 비난을 샀다.

판결을 지켜본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특히 사회지도층의 성범죄는 더욱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검찰이 자기 식구라고 ‘솜방망이’ 구형을 해서야 무슨 명분으로 성범죄를 추방하겠느냐. 재판부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소신 있는 판결”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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