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 재공고 거치는 동안 서강대 산학협력단만 신청
신임 센터장은 사례 관리 전문가

 

서울시립 다시함께상담센터 수탁 기관이 ‘성매매 근절을 위한 한소리회’에서 서강대 산학협력단으로 변경된데 대해 성매매 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다시함께상담센터가 서울 서대문구청 앞에서 진행한 성매매 예방 캠페인 현장. ⓒ다시함께상담센터
서울시립 다시함께상담센터 수탁 기관이 ‘성매매 근절을 위한 한소리회’에서 서강대 산학협력단으로 변경된데 대해 성매매 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다시함께상담센터가 서울 서대문구청 앞에서 진행한 성매매 예방 캠페인 현장. ⓒ다시함께상담센터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지원하는 서울시립 다시함께상담센터 수탁 기관이 지난 1일 한소리회에서 서강대 산학협력단으로 12년 만에 바뀌었다. 수탁 기관 교체 후 성매매 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선정 결과에 대해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다시함께상담센터를 지난 1일부터 2018년 1월 말까지 서강대 산학협력단에 위탁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센터는 2003년 개소 이후 12년간 ‘성매매 근절을 위한 한소리회’가 수탁 운영했으나 예산 전용 문제가 불거진 후 만료 7개월을 남기고 도중하차했다. 이번에 공개 모집을 거쳐 서강대 산학협력단이 새 수탁자로 선정됐다.

성매매 피해 여성 지원과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 서강대 산학협력단이 어떻게 수탁 기관으로 결정됐을까. 다시함께상담센터는 성매매 피해자 상담과 법률·의료·자활 지원, 가출 청소녀 성매매 방지,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 현장기능 강화(열린터) 사업 등을 하는 곳이다. 또 성산업 지역, 검·경찰 조사 시 상담원 동석 등 찾아가는 현장 상담에도 힘쓰고 있다.

그런데 산학협력단은 산업교육 진흥 및 산학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해 만들어진 기관으로, 서강대 산학협력단 역시 산업계와의 협업이 주력 사업이다.

다시함께상담센터 신임 센터장에는 한국정신보건사회복지사협회 9대 회장으로 활동한 사례관리 전문가가 취임했다. 사회복지학 박사로 현재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대우교수로 있다.

센터를 운영하는 서울시 여성정책담당관 관계자는 “절차상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1차 공고에서 어떤 기관도 신청하지 않아 재공고를 냈고 서강대 산학협력단이 유일하게 신청해 성매매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공정한 심사를 거쳐 최종 선정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미 센터가 10년을 넘기면서 체계를 갖춘 데다 직원들도 고용 승계된 상태”라며 “책임자가 성매매 현장 경험이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서울시 입장이야 이렇지만 현장에선 수탁 기관 변경 과정에서 민관 거버넌스(협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아쉬워하고 있다. 또 “서울시의 성매매 정책이 수탁 기관 변경을 계기로 바뀌는 것 아니냐”며 의구심도 갖는 분위기다.

성매매 피해 여성 자활 단체를 이끌고 있는 A씨는 “학문과 현장은 다르다. 새 수탁 기관이 아웃리치(out-reach)의 특수성을 얼마나 이해하고 일할지 걱정된다”며 “성매매 문제에 대해 잘못된 관점을 가지면 성매매 피해 여성을 자발적인 범죄자로도 볼 수 있는 것 아니냐. 여성주의 관점을 분명히 갖고 성매매 피해 여성 자활 사업을 진행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원단체 책임자인 B씨는 “다시함께상담센터가 거버넌스의 산물로 태어난 데다 성매매 피해 여성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곳이므로 민관 네트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서울시가 주도적으로 하더라도 여성계와 논의 테이블을 많이 만들었어야 하는데 다소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B씨는 “다시함께상담센터는 성매매 지원 기관의 컨트롤타워로 그 위상을 세워줘야 한다. 그런데 수탁 변경 과정을 보니 서울시가 센터를 개별 상담소로 보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생기더라”며 “서울시 성매매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성매매 문제 전문가 C씨도 “다시함께상담센터는 성매매 방지법이 제정되기 한 해 전인 2003년 반(反)성매매 여성운동의 결실로 태어났다”며 “새 수탁 기관을 보니 서울시가 피해 여성 치료나 사례 관리에 더 중점을 두는 것은 아닌지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C씨는 “서강대 산학협력단이 이런 현장의 우려를 받아들여 전문가들이나 성매매 단체들과의 협업에 힘써주길 바란다. 특히 여성주의적 상담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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