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유연 열전 발전소자를 이용한 인체적용 및 발전 ⓒKAIST
웨어러블 유연 열전 발전소자를 이용한 인체적용 및 발전 ⓒKAIST
인간의 몸은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항온동물로서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게 지내기 위해 사용하는 냉난방 에너지만 해도 엄청나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물도 석유 없이는 생산될 수 없다. 초봄부터 참외와 수박을 먹고, 추운 겨울에도 달콤한 딸기와 푸릇푸릇한 채소를 먹기 위해 시설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는 또 얼마나 많은가. 농기구도 석유 없이는 작동하지 못하고 비료도 석유로 만든다. 화학비료는 원료 자체가 석유이며, 제조 공정에서도 높은 열과 압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화석연료의 고밀도 집합체라 할 수 있다.

육류를 생산하는 데는 더 많은 석유가 들어간다. 우리가 먹는 소, 돼지, 닭 대부분이 수입 옥수수를 먹고 자란다. 한우의 경우 옥수수 4㎏으로 고기 1㎏을 생산한다. 4㎏의 옥수수를 수확하는 데는 40g의 질소비료가 필요하며 질소 1㎏을 만드는 데 디젤유는 1.4~1.8ℓ가 필요하다고 한다. 음식물의 장거리 유통에 사용되는 연료도 엄청나기 때문에 음식물의 90%가 석유라는 말도 한다.

석유를 먹고 마시며, 석유로 만든 옷을 입고, 석유로 지은 집에서 냉난방 에너지를 낭비하며 사는 우리 몸과 삶 전체가 석유에 중독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우리 몸의 체온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니 그나마 다행스럽다는 생각에 좀 위안이 된다.

최근 한국인이 이룬 쾌거로 꼽히는 것이 바로 체온 전력생산 기술이다. 조병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웨어러블(wearable) 발전 소자’ 기술은 유리섬유 위에 열전소자를 구현한 것으로 체온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로는 최초로 유네스코가 선정하는 세계 10대 IT혁신기술에 선정되었는데, 10가지 기술 중에서도 인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기술로 손꼽혀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이 웨어러블 발전 소자는 매우 얇고 가벼워 착용이 용이하고, 체온만으로 뛰어난 전력 생산 공급 능력을 갖춰 자주 충전해야 하는 기존 웨어러블 기기의 배터리 문제를 거의 완벽히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으로 스마트 워치, 스마트 글래스, 신체 부착 헬스기기,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는 의류 등 웨어러블 제품이나 작은 휴대기기의 전력 공급 문제를 해결하는 획기적인 기술로서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음식물의 과잉 섭취와 운동 부족으로 우리 몸 구석구석엔 지방이 쌓여 있다. 그 지방을 줄이기 위해 화석연료를 쓰면서 헬스클럽에서 애써 운동을 한다. 우리 몸의 지방도 모두 화석연료가 축적된 결과물. 앞으로 체온뿐 아니라 우리 몸에 쌓인 지방으로도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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