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랴오즈, 생명의 아름다움에 감사하라』 랴오즈, 작은씨앗
『랴오즈, 생명의 아름다움에 감사하라』 랴오즈, 작은씨앗

2008년 중국 쓰촨성 원촨(汶川) 대지진 당시 7층 아파트 하나가 무너졌다. 아비규환과도 같은 그곳에서 4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단 한 사람만 구조되었는데, 랴오즈는 매몰 26시간 만에 살아 돌아왔다. 하지만 사랑하는 딸을 비롯한 가족을 잃었고, 무용가를 꿈꾸게 해주었던 두 다리마저 잃었다. 20대 초반 여성에게 드리운 시련은 참혹하고 가혹했다. 그렇다고 『랴오즈, 생명의 아름다움에 감사하라』를 읽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시련의 나락이 아니라 시련을 딛고 일어선 랴오즈의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랴오즈는 구조 즉시 스스로의 선택으로 두 다리를 절단했다. 딸과 시어머니가 옆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죽겠노라 마음먹었다. 하지만 자신을 살리기 위해 여진(餘震)을 무릎 쓰고 구조에 나선 이들의 모습을 보며 살겠노라 다짐했다. 수술동의서에 직접 사인했고, 간이 천막에서 8시간 넘는 수술을 견뎌냈다. 이전과는 다른 삶을 이제 살아내야만 한다고 랴오즈는 생각했다.

수술 직후 남편은 곁을 떠났지만 ‘북춤’을 만났다. 무릎으로도 설 수 없는 지경이었지만, 밤새 연습해 무릎으로 걷는 법을 배웠고 이내 북춤을 선보일 수 있었다. 북춤은 의족을 끼고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고, 그렇게 랴오즈의 새로운 삶은 시작됐다.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춤을 추는 것이었다. 일어날 수 없으면 기어서 추면 된다. 북춤을 추면서 다리가 아닌 꿈을 딛고 뛰어올랐다.”

대지진 후 5년 야안(雅安)에서 또다시 강진이 발생했다. 랴오즈는 의족을 낀 채 그곳으로 달려가 자원봉사자로 일했다. 처음에는 동료들도,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도 랴오즈를 믿지 않았다. 짐이나 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랴오즈는 특유의 발랄함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천막 사이를 돌아다니며 춤을 추고 놀”면서 아이들을 끌어모았다. 재난의 현장에서 가장 소홀하기 쉬운 아이들을 랴오즈가 돌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랴오즈를 “가장 아름다운 자원봉사자”로 부르기 시작했다. 실의에 빠져 있던 지난 세월을 완전히 떨쳐내고 랴오즈는 “아주 작은 일이라도 할 수 있다면 살아가는 의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랴오즈의 삶은 변했다. 어떤 이들이 찾아와 “랴오즈, 자선기금회를 설립하세요” “우리 매지니먼트사와 계약합시다”라며 감언이설을 내놓을 때도 있다. “연예계로 진출하세요”라고 부추기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 다리를 절단하고 자신의 인생을 다시 개척하면서 랴오즈는 단단해졌기 때문이다. “가장 나약할 때는 사람의 진정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 사람의 재력, 능력 등은 겉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누구도 들여다볼 수 없다. 극도로 약해져야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넘어 상대의 본질과 진정한 동기를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나약함은 자신을 지켜주는 방어막이다.”

『랴오즈, 생명의 아름다움에 감사하라』는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책이다.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할 수 있다면, 세상은 좀 더 아름다워지리라. 랴오즈의 삶이 그것을 온몸으로 증거하고 있으니, 함께 그 작은 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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