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상 시상식에서 문화의 힘 강조
‘이츠 온 어스’ 캠페인 참여 촉구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상영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 중 한 장면. 
출처 : 백악관 www.whitehouse.gov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상영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 중 한 장면. 출처 : 백악관 www.whitehouse.gov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음악인들의 축제인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여성폭력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전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 8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제57회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깜짝 등장,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을 위해 음악인들에게 힘을 빌려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미국 여성 5명 중 1명이 평생 성폭행의 경험이 있다는 통계자료를 인용하고 “폭력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폭력이 용인되지 않고 피해자들이 지원을 받으며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재능을 펼치고 꿈을 이룰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예술가에게는 중요한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과 태도를 바꿀 수 있는 독특한 힘이 있다”면서 음악인들과 음악 팬들에게 백악관이 벌이고 있는 여성폭력 추방 캠페인 ‘이츠 온 어스(It’s On Us·우리 책임입니다)’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연이은 캠퍼스 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책으로 지난해 9월 백악관 주도로 시작된 ‘이츠 온 어스’는 성폭력이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일어난 범죄행위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이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크고 작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캠페인이다.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가 끝난 후 가정폭력 피해자인 브룩 악스텔이 무대에 올라 자신의 경험을 고백했다. 그는 “남편을 두려워했고 그런 상황에 처해 있는 자신이 수치스러웠다”고 회고한 후 “여러분의 목소리가 여러분 자신을 구할 수 있다”면서 폭력 피해자들에게 지금 즉시 공포를 극복하고 도움의 손길을 찾으라고 촉구했다.

시상식에 참여한 음악인들도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전했다. 가수 퍼렐 윌리엄스는 축하 공연 도중 댄서들과 함께 두 팔을 들며 ‘손 들었으니, 쏘지 마’ 퍼포먼스를 펼쳐 흑인 청년이 경찰의 총탄에 맞아 사망한 ‘퍼거슨 사건’에 대한 항의를 표시했다. 가수 프린스는 “(음악) 앨범은 책이나 흑인들의 삶처럼 여전히 중요하다”며 우회적으로 인종차별 문제를 제기했다. 축하 공연의 마지막은 마틴 루서 킹 목사를 다룬 영화 ‘셀마’의 주제곡인 존 레전드와 커먼의 ‘글로리’가 장식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날 수상의 영광은 4개 부문을 차지한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샘 스미스를 비롯해 미국과 영국의 백인 가수들의 차지였다. 특히 여성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작년 미국 내 앨범 판매 1위를 차지했음에도 한 개의 트로피도 받지 못해 아쉬움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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