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들의 아픔에 귀기울여 주세요”
“이주여성들의 아픔에 귀기울여 주세요”
  • 이소영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8.02.23 17:55
  • 수정 2018-02-23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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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지원센터 연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복지사각 미혼모 여성 그냥 눈감을 수 없어
“유엔아동권리협약 추진하고 있는 국가답게 아이 보듬어야”

 

이주민 지원 비영리단체인 지구촌사랑나눔 김해성(53)목사가 지난달 14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이주여성지원센터를 열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주민 지원 비영리단체인 지구촌사랑나눔 김해성(53)목사가 지난달 14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이주여성지원센터를 열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 9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위치한 이주여성지원센터. 안으로 들어서자 아장아장 걷고 있는 흑인 여자아이와 50대 남성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구 잘 걷네, 여기 세라(가명·케냐)가 좋아하는 인형받으세요!” “엇! 태영(가명·태국)이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네?” 이주민 지원 비영리단체인 지구촌사랑나눔 김해성(53·사진) 목사는 갓난아이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모든 정성을 쏟았다. 마치 손자·손녀에게 빠진 ‘손주 바보’ 같았다.

“요즘은 정말 제 아이를 다시 키우는 것 같아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김 목사는 지난 1월 14일 이곳에 ‘이주여성지원센터’를 열었다. 센터는 지하 1층~지상 5층 총면적 800m² 규모로 이주여성 엄마와 아기가 함께 지낼 수 있는 모자원과 영아원, 아이들이 함께 지낼 수 있는 그룹홈을 갖췄다. 

 

김해성 목사가 이주여성지원센터에 머물고 있는 아이를 돌보고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해성 목사가 이주여성지원센터에 머물고 있는 아이를 돌보고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외국인 노동자들의 대부로 불리는 김해성 목사는 20여 년간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 파수꾼 역할을 해왔다. 김 목사가 이끄는 이주민 지원단체 지구촌사랑나눔에서는 어린이집·학교·쉼터·병원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가 이주여성 위기지원센터를 열게 된 건 1년 전 걸려온 전화 한 통이 계기가 됐다. 

“국내 한 미혼모센터에서 15살 된 조선족 여자아이가 낳은 아이를 맡아줄 수 없겠느냐고 묻더라고요. 자신들은 정부의 지원금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외국 국적 여성이 낳은 외국 국적 아이를 받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은 속인주의 국가다보니 외국인 노동자들은 다문화정책 지원 대상이 아닙니다.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배우자 가정만 다문화가정이고 그들과 그들 가정만 지원해주는 실정이죠.”

김 목사는 뒤늦게 아이를 찾으러 갔지만 아이를 낳은 엄마는 중국으로 떠나버렸고, 아이는 한국인 지인이 데리고 간 상황이었다.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여성들의 현실을 조우한 김 목사는 내친김에 센터 설립을 밀어붙였다. “처음 해결책으로 떠올린 건 베이비박스였어요. 그런데 입양아 모임에서 찾아와 항의를 하더라고요. 버려지는 아이들의 인권을 생각해봤냐는 거죠. 자신들은 한국에 태어나서 버려졌고 수년 후 뿌리를 찾아 한국에 왔지만 근거가 없어서 절망했다는 거예요.”

김 목사는 그때 생각했다.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그래서 생각해낸 것은 아이와 엄마가 함께 있을 수 있는 센터였다. 융자와 후원금으로 어렵게 문을 열었지만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주여성들의 출산과 양육을 돕는 데는 몸을 사리지 않는다. 상담과 정기검진, 양육지원 등을 제공하며 원활한 상담을 위해 15개 언어로 통역을 지원한다. 현재 베트남 임신부 여성, 난민 인정은 받지 못했지만 일시적으로 국내에 머무는 것을 허가받은 인도적 체류자 케냐 여성, 태국 여성 등 6명이 24시간 센터에서 머물고 있다. 

“센터의 문을 연 후 전국 방방곡곡에서 연락을 많이 받고 있어요. 계속해서 입소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 중이에요. 법원에서도 판사님에게 전화가 온 적이 있어요. 알고보니 실제 외국 국적의 이주여성들이 한국에 와서 아이를 낳고 막막하다 보니 영아를 유기해 영아유기죄로 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이 엄청난 거죠.”

센터에서 기본적인 의식주를 지원하지만, 현실적으로 눈에 보이는 한계가 많다. 예컨대 의료보험 적용이 안 돼 예방접종을 하나 할 때도 5배에 달하는 비싼 병원료를 내야 하는 실정이다. 김 목사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국가라면 이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추진하고 있는 국가잖아요. 그렇다면 이주여성이 낳은 아이들이라도 체류 자격이 합법이냐 불법이냐 여부와 상관없이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 거예요. 교육도 받아야 하고 의료 혜택으로 보호해줬으면 좋겠어요.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고 불평등과 차별을 없애야 해요.”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일을 해 온 그는 이주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한국인의 따뜻한 시선이라고 강조했다. 

“합법·불법을 통틀어 국내 외국인 체류자 200만 시대에 접어들었어요. 그렇다면 해외에는 어떨까요? 일본 내 불법체류자 일순위가 한국인이에요. 재미동포 중에도 한국인 불법체류자가 30만~40만으로 추정되고 있어요. 우리나라 사람이 나가 있는 건 괜찮고, 국내에 불법체류한 사람들을 쫓아내야 한다는 것은 이중 잣대인 거죠. 보통 우리가 인권이라는 말 앞에 천부적이라는 말을 붙이잖아요. 사람이라면 사람답게 살아갈 권리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현재 센터에는 여기저기서 후원 물품이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김 목사는 “아이들의 옷이나 젖병, 유모차, 보행기, 장난감, 휴지 그 어떤 것도 감사하게 받겠다”며 “자원봉사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후원 문의 02-863-6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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