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바지떡 명인 김명희 ‘백년화편’ 대표
설 앞두고 분주한 떡 명인
비싸더라도 국내산 떡 먹어야
오미자차·단호박식혜, 떡과 먹기 좋은 음료

 

김명희 백년화편 대표가 떡을 자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시문 사진기자
김명희 백년화편 대표가 떡을 자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시문 사진기자

설이다. 명절 풍경이 많이 변했다지만 떡국 한 그릇 먹으며 새해를 맞는 모습은 여전히 그대로다. 이맘때가 되면 방앗간과 떡집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떡 명인이 운영하는 떡집의 분주함은 상상 그 이상이다. 

지난 9일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위치한 ‘백년화편’떡집. 이곳 1층에서는 10여 명이 오가며 선물 떡을 자르고 준비하느라 분주했고, 한쪽 떡시루에서는 수증기가 모락모락 올라왔다. 설을 맞아 떡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김명희(60) 백년화편 대표 역시 빠른 손놀림으로 시간을 잊은 듯했다. 

“설을 앞두고 있어 주문이 정말 많이 들어옵니다. 가장 바쁜 대목이지요. 국내산 맵쌀로 맛있게 만든 떡국떡이 잘 나갑니다. 3가지 색으로 나와 반응이 좋아요.”

김 대표가 운영하는 ‘백년화편’은 남편 이조우(62)씨와 아들 정완(37)씨와 함께 공동대표로 운영하고 있다. 흔치 않은 ‘떡 사랑’ 집안이다. ‘백년화편’은 백년의 정을 함께 나누는 꽃과 같이 예쁜 떡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떡에 대한 사연이 참 많아요. 네다섯 살 때였나? 소꿉놀이를 할 때 벽돌 가루로 떡 장사 놀이를 하고 그랬어요. 물론 지금 이렇게 떡을 만들게 될지는 몰랐죠. 아이들이 어릴 때는 간식으로 찹살을 쪄서 약식을 만들어 준다거나 콩가루를 묻혀 인절미도 해 먹였어요. 사촌 조카가 11명인데 얘네들이 항상 방학 때 저희집에 와서 인절미를 해달라고 조르기도했죠.”

 

김씨가 떡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여 년 전이다. 

“큰아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전업주부로 살았어요. 그러다 한정식집을 차리게 됐죠. 지금도 ‘금밭 한정식’이라고 인터넷에 치면 나오거든요. 그때 후식으로 직접 떡을 만들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서 아예 떡을 전문적으로 하게 됐어요.”

이후 김 대표는 한정식집과 떡집을 동시에 하다 3년 전부터는 떡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지면서 한정식을 접고 떡집만 하고있다. 김 대표는 떡집을 운영하면서 유명한 떡 선생님들의 강의도 발품을 팔아 듣고 배우는 것은 기본, 더 좋은 재료를 찾기 위해 해외까지 갔다. 그러다 2005년 도전하는 데 의미를 두고 출전한 떡명장대회에서 입상을 하면서 지금에 이르게 됐다. 이후 한과, 떡, 이바지 부문 등 떡과 관련된 대회에서 상을 휩쓸면서 2010년에는 대한명인 이바지떡 부문 제 10-311호로 명인이 됐다.

건설회사 임원이었던 남편 이조우씨도 퇴직 후 팔을 걷어붙였다. 이씨 역시 2009년에는 칠향영양찰밥과 쑥떡, 떡갈비 발명특허를 획득했다. 김 대표 말로는 워낙 남편이 ‘미식가’였단다. 서울대 경영대를 졸업한 아들은 남편의 권유로 가업을 이어받게 됐다. 

“가족끼리 떡집을 운영하는 게 정말 좋아요. 아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더 돈독해지고 의지가 된다는 걸 느낍니다.”

 

김씨가 운영하는 백년화편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떡은 ‘옛날밥알쑥떡’이다. 부모님 명절 선물로도 인기가 많다. 절구로 쳐서 떡을 만들어 밥알이 살아 있는 상태를 유지해 식감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청정지역 한라산 쑥과 충청도 노은쌀, 신안천일염 등 지역 특산품을 직거래해 가격은 낮추고 품질은 높였다. 

“쑥이 성인병을 예방하는 3대 식물 중 하나예요. 쑥 자체도 100g당 44칼로리로 웰빙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죠. 저는 팥 앙금에 호두와 쥐눈이콩 등을 넣어요. 쥐눈이콩은 수족냉증에 정말 좋답니다.”

하루종일 떡과 살고 지내다보니 떡을 보는 ‘눈’은 저절로 생긴다. 김 대표에게 어떤 떡을 골라야 가장 맛있을까 물었더니 고민도 없이 바로 답한다. 

“옛날에는 방앗간에서 줄을 서서 떡을 했는데, 지금은 그게 어렵잖아요. 그럼 사 먹는 떡이라도 잘 골라야 해요. 일단은 재료가 좋아야 하는데, 색깔이 화려한 떡은 색소를 탔을 가능성이 높아요. 아무래도 친환경 재료가 들어간 건 색깔이 예쁘지 않아요. 좀 비싸더라도 국내산을 사 드셨으면 해요. 찹쌀은 정말 국내산이 확실히 좋아요. 쑥떡은 집에서 만들어 먹기 좋은 떡이에요. 저는 가래떡 같은 경우 뽑은 후 굳힌 다음 다시 뽑아요. 훨씬 쫀득쫀득하거든요. 전기요금이 더 나가더라도 맛있으면 된 거 아닌가요? 묵은쌀로 만든 떡은 씹는 식감이 안 좋아요.”

김 대표는 내친김에 떡과 먹기 좋은 음료도 추천했다. “식혜나 수정과도 있지만 대추차나 오미자차도 떡과 궁합이 좋아요. 저는 단호박 식혜를 만드는데 반응이 좋답니다. 떡과 함께 먹으면 든든한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죠.”

김 대표는 지금도 계속에서 떡을 연구하고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 떡에 관한 지식과 맛, 웰빙 정보에 대해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단순히 먹는 게 아니라 알고 멋있게 즐기자는 것이다. 주문을 받아 배송되는 이바지 떡의 경우 손님들에게 보내기 전에 만든 과정을 담은 사진을 보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우리 떡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랍니다. 성장하는 아이들에게는 빵보다는 떡을 먹이는 게 좋습니다. 시대는 변하더라도 민족고유의 전통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김 대표는 설을 어떻게 보낼까. “시댁이 의정부예요. 제가 만든 떡을 들고 가야죠. 막상 설에 저희 집이 먹을 떡은 떨어져서 사 들고 간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꼭 챙겨가야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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