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대신 공동체로… 욕심 걷어내야
화폐 대신 공동체로… 욕심 걷어내야
  • 박길자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8.02.19 14:00
  • 수정 2018-02-19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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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 그레타 타우베르트가 쓴 1년간의 ‘소비 파업’ 기록

 

나눔 장터에선 자원 순환의 의미를 배울 수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광화문 희망나눔 장터에서 시민들이 신발을 고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나눔 장터에선 자원 순환의 의미를 배울 수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광화문 희망나눔 장터에서 시민들이 신발을 고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당신은 백화점과 마트 없는 일주일을 상상할 수 있는가? 대형 할인점이든 동네 슈퍼마켓이든 새로운 물건을 사러 가지 않고 하루를 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월급 로그아웃’을 경험하기 싫어 소비 통제를 다짐해보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소비의 유혹은 그 어느 것보다 강렬하다.

그런데 우리가 누리는 풍요는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까. 대량생산과 과잉소비로 점철된 지금의 경제 시스템이 과연 영원할까. 독일의 저널리스트 그레타 타우베르트는 이런 의문에 빠졌다. 그는 ‘소비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심했다. 1년 동안을 위기로 가정하고 소비 없이 살아본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기록해 『소비 사회 탈출기』(아비요)를 냈다. 저자는 이를 ‘어느 종말론자의 두려움 극복 프로젝트’로 불렀다. 그의 시도는 시스템과 물질에 의존하는 자신에 대한 성찰이자 다음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예행연습이었다.

 

‘소비 사회 탈출기’
‘소비 사회 탈출기’

30대 초반의 저자는 도시의 물질적 풍요에 익숙한 세대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나치정권과 제2차 세계대전을 겪었고, 아버지는 1989년 동독이 무너지는 역사적 사건을 경험했다. 그는 가족을 통해 국가 시스템의 붕괴가 어떤 것인지를 간접 경험했다. 당연한 것처럼 누리던 ‘낭비와 과잉의 황금기’가 막을 내릴 때에 대비해 스스로 생존 방법을 찾으려 나섰다. 세계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시작된 실험이지만 거창한 세계관을 내세우지 않고 오로지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해 수행한 미션이 흥미롭게 읽힌다. 또 생활을 최저 수준으로 유지할 때마다 자신을 덮친 회의감과 후회, 극복 방식을 솔직하게 그렸다.

그는 먹고, 입고, 자는 실험에서 소비의 금욕을 실천한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다이어트다. 채소를 직접 재배하고 지하실에서 버섯을 키우고 사냥꾼의 조수로 사냥하는 방법도 배웠다. 공원과 숲에서 따온 과일과 야생초를 먹으며 ‘원시 다이어트’를 했다. 몇 달이 지나니 20㎏의 살이 저절로 빠졌다.

옷은 리폼해서 입고, 액세서리도 직접 만들어 착용했다. 직접 만들거나 조달할 수 없는 물건은 물물교환 모임에 나가 찾은 후 나눴다. 이동식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히치하이킹만으로 유럽을 여행했다.

“유한한 자원과 화석에너지에 덜 의존하려고 노력했다. 타인에게 조종되고 있다는 느낌을 부채질하는 컴퓨터와 기술적 지능에서도 독립하고 싶었다.” 저자는 감자 수확량의 절반을 골라내는 농부 이야기를 전하며 “세계가 굶주리는 데는 이런 소비 행태가 한몫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울퉁불퉁하거나 볼품이 없어서, 신선하지 않거나 완벽하지 않아 버려지는 식품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우리가 너무 많은 음식을 버리는 탓에 세계시장에서 농산물 값이 치솟고 제3세계에서 먹는 식량이 비싸진다.”

그렇다면 해법은 뭘까. 지나친 소비는 나눔과 공유로 대체할 수 있다. 그는 “도시에선 이미 교환하기, 공유하기, 도시 농사짓기, 재배하기, 집짓기 등 많은 프로그램이 무상으로 운영 중”이라며 “시간이 흐르면서 남들과 함께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이 커졌다. 돈을 차단시키니 다시 세계와 관계를 맺게 되더라”고 말했다. 저자는 돈이라는 화폐를 공동체라는 화폐로 바꿔가는 삶을 실험했다. 그 결과 우정, 존중, 협조, 솔직함, 소통이라는 화폐를 얻었다. 저자는 “더 많이 가지겠다는 기존의 소비 매커니즘에서 한 걸음씩 걸어 나올수록 불확실성과 미래에 대한 공포가 사라졌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30대 독일 여성이 1년간의 여행을 끝내며 깨달은 이 말은 한국 사회에도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무한경쟁의 원칙은 서서히 힘을 잃고 있다. 승자보다 패자가 더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무한경쟁은 삶의 원리로 더 이상 쓸모가 없다. … 새로운 사회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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