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당대표-원내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대선 과정에 약속했던 것을 어떻게 지킬지
지혜를 모으는 리더십 보여야

당·청은 상호 존중하면서
공멸 아닌 공생의 길 갈지 숙고해야

 

2015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새누리당 의원총회가 열린 2일 오전 국회에서 유승민(오른쪽) 원내대표, 원유철 정책위의장 당선인이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2015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새누리당 의원총회가 열린 2일 오전 국회에서 유승민(오른쪽) 원내대표, 원유철 정책위의장 당선인이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박의 유승민 의원이 친박계 지원을 받은 이주영 의원을 큰 표 차이(19표)로 누르고 당선됐다. 경선 결과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유승민이 이긴 것이 아니라 박근혜가 진 것이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의원은 27명이었고, 현재 새누리당 지역구 초선 의원은 58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공천해서 당선된 친박 인사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박의 유승민 의원이 승리한 가장 큰 이유는 이번에 당이 바뀌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의원들의 절박함이 작동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당이 국정 운영의 중심이 되고 강도 높은 변화와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유 의원의 주장은 승리를 부르는 원동력이 됐다. 유 의원 승리의 또 다른 이유는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소외된 친박 인사들이 엄청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면서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한때 ‘친박 계급론’이라는 말이 회자된 적이 있다. 청와대와의 거리에 따라 친박 계급이 결정되기 때문에 친박이라도 다 같은 친박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계급론’에 따르면, 친박 최상층에는 청와대 직계 ‘실세 친박’ 집단이 존재한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비서실장, 이른바 ‘문고리 3인방’과 수시로 연락하며 국정을 논할 수 있다고 한다.

그 다음 계급으로 박 대통령과의 직접 소통은 불가능하지만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는 ‘추종 친박’이다. 맨 하층에는 과거 친박을 했거나 총선과 대선에서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범친박 집단’이 있다. 당연히 ‘실세 친박’은 극소수이고 범친박은 다수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실세 친박들이 장관을 포함한 핵심 당직을 독식하면서 범친박 의원들의 불만이 누적됐다. 소외된 이들이 국회의장, 당대표, 원내대표 경선에서 대통령의 의중에 반기를 들면서 비박 의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따라서 이번 원내대표 경선 결과는 박 대통령에 대한 경고임과 동시에 범친박 집단의 독립선언으로 볼 수 있다.

여하튼 당 지도부가 비박의 ‘K(김무성)-Y(유승민) 라인’으로 구축되면서 현 정부의 주요 핵심 정책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그야말로 당청 간 충돌이 불가피하게 됐다. ‘증세 없는 복지’ 논쟁이 그 신호탄이 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국회 대표 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러한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유 신임 원내대표는 현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기조에 대해 “중부담 중복지로 가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향후 당·청 관계는 어떻게 전개될까. 당장은 대통령과 K-Y 연대가 긴장적 협력 관계를 만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박근혜-김무성, 박근혜-유승민, 김무성-유승민’ 간에 복잡한 3각 갈등 구조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런 파국적인 갈등 구조를 미연에 막기 위한 필수 조건은 소통과 배려다.

증세와 복지 수준 논쟁에서 보듯이 당 대표와 원내 대표가 청와대와 교감 없이 일방적으로 자기 주장을 제기하면 지금까지 ‘불통 청와대’가 했던 것과 별로 차이가 없게 된다. 따라서 새누리당 비박 지도부는 자신들이 마치 대통령이 된 것처럼 거친 발언으로 청와대를 몰아붙이고 자극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대통령-당대표-원내대표가 신속히 만나 머리를 맞대고 지난 대선 과정에 약속했던 것을 어떻게 지킬지에 대해 지혜를 모으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힘이 빠진 상대를 향해 비판하고 공격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정치다. 그러나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것은 정직한 책임 정치다. 집권당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면 우선 국민에게 사과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반대로 당·청이 대선 공약 파기에 대해 책임 공방을 벌이면 그것은 하류 정치다. 이제 당·청은 힘겨루기가 아니라 상호 존중하면서 어떻게 하면 공멸이 아닌 공생의 길을 갈 수 있을지 숙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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