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경제활동참가율 10년째 50%에 머물러
나쁜 일자리 증가로 여성 노동 내 양극화 심화
AA 등 법 제도 실효성 떨어져 고용차별 개선 효과 미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하 경활률)은 10년째 50% 선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1985년 41.9%였던 여성 경활률은 2005년 50.1%로 처음 50%를 넘어선 이후 1% 내외로 오르내리다가 2014년 4분기 기준 51.4%로 소폭 올랐다. 73.9%인 남성 경활률과도 격차가 크다. ⓒ일러스트 이태용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하 경활률)은 10년째 50% 선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1985년 41.9%였던 여성 경활률은 2005년 50.1%로 처음 50%를 넘어선 이후 1% 내외로 오르내리다가 2014년 4분기 기준 51.4%로 소폭 올랐다. 73.9%인 남성 경활률과도 격차가 크다. ⓒ일러스트 이태용

여성정책 중장기 마스터플랜인 4차 여성정책기본계획(2013~2017)의 최우선 정책과제는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다. 2008년부터 5년간 추진된 3차 여성정책기본계획의 정책 과제 중 1순위도 ‘여성인력 활용’이었다. 이는 ‘여성노동’ 의제가 여성정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이슈이자 동시에 발전이 가장 더딘 분야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 우리나라 여성노동 분야는 낮은 여성경제활동참가율,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의 고착화, 성별직종분리, 성별 임금격차, 비정규직 등 질 낮은 일자리 증가, 직장 내 성희롱 등 고질적인 문제로 수십 년째 몸살을 앓고 있다.

베이징행동강령 중 ‘여성과 경제’ 분야의 전략적 목표는 △고용, 적절한 노동조건에의 접근, 그리고 경제자원에 대한 통제를 포함하는 여성의 경제적 권리와 자립 증진 △자원, 고용시장 및 무역에 대한 여성의 평등한 접근 촉진 △특히 저임금 여성들에게 시장 정보 기술에의 접근 기회 및 사업서비스와 훈련 △여성의 경제능력과 상업적 연대망의 강화 △직업 분리와 모든 형태의 고용차별 철폐 △남성과 여성을 위한 일과 가족 책임의 조화 촉진 등 6개다.

정부는 베이징행동강령에 따라 여성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남녀고용 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법’ ‘경력단절 여성 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을 제정하는 등 법 제도를 정비했다. 모성보호와 일·가정 양립을 위한 다양한 정책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성노동의 열악한 현실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우선 1995년 이후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하 경활률)은 50% 선에서 멈춰 있다. 1985년 41.9%였던 여성 경활률은 1995년 48.4%로 10년간 약 7%포인트(p) 오르는 데 그쳤다. 2005년 50.1%로 처음 50%를 넘어선 이후 1% 내외로 오르내리다가 2014년 4분기 기준 51.4%로 소폭 올랐다. 73.9%인 남성 경활률과도 격차가 크다. 정부는 여성 경활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 확대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정부 지원 시간선택제 일자리 취업자 중 40%는 월 100만원도 벌지 못했다(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자료).

낮은 경활률의 원인은 여성이 결혼과 출산, 육아로 일을 그만두는 여성의 경력단절, 이른바 ‘M커브’ 현상이다. M커브 현상이 20년 동안 이어지면서 기혼 여성 가운데 결혼이나 육아로 회사를 그만둔 경력단절 여성은 195만 명을 넘어섰다.

성별 임금격차도 31.9%에 달한다. 2013년 기준으로 5인 이상 사업체의 여성 월평균 임금은 203만3000원으로, 남성(298만6000원)의 68.1% 수준에 머물렀다. 임금격차는 1995년 40.1%에서 2013년 31.9%로 18년간 8.3%p 줄어드는 데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성별 임금격차 평균이 15%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성별 임금격차는 성별 직종 분리와 경력단절로 인한 짧은 근속 기간, 높은 소규모 사업장 여성 종사 비중이 얽혀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정부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여성 일자리의 질은 여전히 열악하다. 2013년 기준 여성 취업자 중 임금근로자 비중은 2012년보다 0.7%p 늘어난 74.7%다. 그러나 임시직 비율은 27.5%로 남성(13.7%)보다 2배 이상 높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여성 노동자의 삶을 더 팍팍하게 만들었다.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여성들은 임금이 낮고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비정규직으로 발길을 돌렸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이 발표한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기 직전이었던 2007년 3월에는 여성 비정규직이 남성 비정규직보다 15만 명 많았지만, 2014년 3월에는 63만 명으로 그 격차가 벌어졌다.

정부가 여성 고용을 늘리고 고용 차별을 없애기 위해 2006년 도입한 적극적고용개선조치(AA)는 기업에 대한 강제 조치나 인센티브가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육아휴직 활성화와 ‘아빠의 달’ 취지는 좋지만, 실정법보다 상위에 있는 ‘사내 눈치법’ 때문에 비정규직이나 남성들은 사용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2013년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을 ‘일하는 여성이 가장 살기 힘든 나라’ 1위로 꼽기도 했다.

김순희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여성본부장은 베이징세계여성대회 이후 여성의 노동 현황에 대해 “지난 20년간 여성노동 의제는 오히려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김 본부장은 “법 제도 정비가 이뤄졌지만 이는 착시현상만 일으킬 뿐”이라며 “대부분의 법 제도는 실효성이 떨어져 현장에 적용되기 어렵고, 강제성도 없어 기업의 참여도 유도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는 “여성 일자리 문제는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이라며 “일자리의 양뿐만 아니라 질을 높이고, 기업 중심 정책이 아닌 노동자를 위한 정책이 도입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또 “소득재분배를 통해 사회 양극화를 타개해야 한다”며 “국가가 사회 임금을 통해 국민의 삶을 보장해주고 간접세 위주의 세수 정책을 직접세로 전환해 의료와 교육, 주거 등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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