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은 가사노동을 통해 완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누구도 시장에서 사온 쌀을 봉투째 먹을 수는 없으며, 정육점에서 사온 삼겹살을 날로 먹을 수 없다. 우리가 먹을 수 있게 지어진 밥과 구워진 삼겹살이 되기 위해서는 가사노동이 필요하다. 가사노동은 엄연히 사용 가치를 갖는 노동이며, 생산적인 활동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견이 없지만, 많은 사람들은 특히 남성들은 이 가사노동을 여성이 전담하기를 바란다. 가사노동을 주부의 가족원에 대한 사랑이나 주부의 당연한 의무로 미화시키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가장 자연스럽다고 인식한다. 

하지만, 남성은 직장일, 여성은 가사일이라는 전통적인 성역할 분담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산업사회의 산물일 뿐이다. 이 시기에도 이러한 성역할 분담을 지킬 수 있는 계층은 부르주아 등 일부 중, 상류층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역할 분담을 지킬 수 없는 절대다수의 프롤레타리아 계층에서도 당연한 성역할 규범으로 인식하게 될 정도로 이데올로기화된 측면이 있다. 

그 결과 현재는 남성 일인 생계부양자 모델이 아니라 남녀가 맞벌이하는 이인 생계부양자 모델로 사회가 변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남성의 가사노동 및 자녀 돌봄 참여는 여성의 취업 수준과 비교해볼 때 미미한 변화만 보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이런 현상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201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남성이 하루에 집안일을 하는 시간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남성은 45분으로, 조사에 참여한 29개국 가운데 꼴찌를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맞벌이 여성의 경우 대다수가 직장일과 가정일이라는 이중 역할 부담 속에서 매일매일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러나 그 결과는 맞벌이 여성만의 몫이 아니라 결국 가사분담을 둘러싼 부부 간 갈등 상황으로까지 몰고 가면서 가족의 안정성까지 위협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가사노동 및 자녀 돌봄에 대한 남성의 인식과 사회적 인식이 제대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사노동 및 자녀 돌봄을 여성의 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부부의 공동 책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즉 많은 남성이 표현하는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갖는 진정한 의미의 ‘역할 공유’가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도와준다는 표현에는 내가 책임질 일이 아닌 것을 선의를 갖고 해준다는 의식이 전제돼 있다. 따라서 나의 상황이나 여건이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것은 진정한 의미의 역할 공유라고 볼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요즘 장안에 화제가 되고 있는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프로그램을 시청자들은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졌다. 원래 이 프로그램은 48시간 동안 아빠가 자녀를 전담해서 돌보는 상황을 보여주면서 아빠의 가사노동 및 자녀 돌봄에 대한 참여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제작됐다. 그런데 프로그램의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아빠의 가사노동과 자녀 돌봄 참여를 아내를 도와주는 일회성의 이벤트로 인식하지는 않는지 걱정 아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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