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이 물의를 빚었던 ‘하사 아가씨’ ‘여단장이 외박을 나가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는 발언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1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이 물의를 빚었던 ‘하사 아가씨’ ‘여단장이 외박을 나가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는 발언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40여 년 전이다. 그땐 정말 여기자가 흔치 않았다. 그래서 취재 현장에서, 혹은 내근 중 전화기를 들었다가 사정을 모르는 이들에게 ‘아가씨’라 불리기도 했다. “아가씨 아니고 기잔데요”라고 대꾸하면서도 여기자에 대한 이해 부족이려니 하고 스스로 화를 달랬다. 신문사 밖에선 ‘기자 아가씨’나 ‘아가씨’로 불리는 일이 있어도 사내에선 선배들이나 동기, 심지어 타사 동료까지 ‘아가씨’라는 호칭을 쓰는 이는 없었다. 누군가 잘못 호칭하는 이가 있으면 ‘여기자’라고 정정해주는 선배와 동료가 있어 일할 맛이 있었다.

최근 ‘하사 아가씨’가 이슈였다. 육사 출신의 3성 장군으로 1사단장, 기무사령관을 지낸 송영근(67·새누리당, 사진) 의원이 국회 군 인권 개선 및 병영문화 혁신 특별위원회 공개 발언 중 후배 여군을 ‘아가씨’로 표현한 것이다. 군대 내 불평등과 성차별적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것. 직업군인인 여군의 직무 능력을 무시하고 여자로만 인식할 때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확고한 군대 내에서 이와 유사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들은 얼마나 될까? 여군 1만 명 시대를 앞둔 우리 군에서 성 군기 문란 사건사고가 늘고 있는 것은 이런 관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송 의원은 이날 최근 여군 부사관 성폭행 혐의로 체포된 육군 여단장 사건에 대해 발언하며 “(그 여단장이) 지난해에 거의 외박을 안 나갔다. 40대 중반인데 이 사람 성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측면을 우리가 한번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 여군에 대해 설명하며 “그 하사 아가씨가 옆의 아가씨한테 얘기했다”고 했다.

외박을 안 보내 군대 내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다는 취지로 요약되는 충격적 발언에다 모든 부사관을 아가씨라고 부른 것이다. 단순 실언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발언이었다. “부적절한 표현이었다”는 뒤늦은 사과도 본질에 접근하지 못했다. 송 의원의 도덕적 가치관과 젠더의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외박과 성폭행의 억지 상관관계를 묘하게 엮고 있는 송 의원의 발언은 일제강점기 일본군‘군위안부’에 대해 부정하며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고 있는 일본과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아 더욱 화가 난다. 

그리고 걱정되는 부분은 또 있다. 송 의원은 동료 여성 의원들에 대해서는 어떤 호칭을 쓸까? 혹시라도 ‘대통령 아가씨’라고 표현할까봐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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