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30주년 신경숙, 새 소설 낼까… 김형경, 김애란, 하성란 장편소설로 독자와 조우
여성주의 시인 문정희, 시 에세이집 출간… 박완서 추억하는 맏딸의 산문집 ‘눈길’

 

올해 출판계는 여성 작가들이 이끈다. 한비야, 신경숙, 하성란, 김애란 등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속속 독자들을 찾아온다. 지난해 불황으로 고전했던 출판계가 이들의 굵직굵직한 노작들로 숨통이 트일지 기대된다.

지난해는 외국 문학이 강세였다.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하루키의 『여자 없는 남자들』 등 외국 문학의 기세에 눌려 한국 문학은 다소 주춤했다. 올해 쏟아질 대형 작가들의 신간에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우선 『엄마를 부탁해』로 문학 한류를 이끈 신경숙의 새 작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1985년 계간 『문예중앙』으로 등단해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작가 역시 “등단 30주년에 새 장편소설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해 언제 작품이 완성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50만 부가 팔린 장편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이후 5년 만이라 더욱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흥행 미들급’ 여성 작가들의 신간도 주목된다. 김애란, 편혜영, 하성란, 정이현 등이 독자들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편혜영과 김애란은 계간 『문학동네』에 연재한 『선의 법칙』『눈물의 과학』을 각각 출간한다. 문학동네 염현숙 편집국장은 “『선의 법칙』은 마무리 편집 작업을 거쳐 4월 중 출간된다. 연재가 중단됐던 『눈물의 과학』은 김 작가가 다시 쓰다시피 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창비문학블로그 ‘창문’에 ‘여덟 번째 아이’를 연재 중인 하성란 작가의 장편도 곧 독자들과 만난다. 창비는 여름께 책을 낼 계획이다. 하 작가는 이와 함께 올해말 자신의 꿈 이야기를 콩트처럼 풀어낸 에세이집 『꿈 스무밤』(가제, 마음산책)을 출간한다. 정이현 작가도 가을께 문학과지성사에서 그동안 발표한 중·단편을 묶어 세 번째 소설집을 낸다. 마음의 치유와 남자들의 심리를 분석한 글로 인기를 끈 김형경 작가도 장편소설을 준비 중이다.

김채원은 아홉 번째 소설집 『쪽배의 노래』(문학동네)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작가는 이 책을 ‘영원한 나의 초상’이자 ‘전폭적인 이해의 관계’로 불렀던 언니 김지원 작가에게 바쳤다. 김지원은 2년 전 1월 30일 안타깝게 타계했다.

새해 첫 달은 ‘문단의 대모’ 고 박완서를 추억하는 독자들에게 행복감을 안겨줬다. 맏딸인 호원숙 수필가는 어머니의 4주기를 맞아 산문집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달출판사)를 냈다. ‘엄마 박완서를 쓰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다’는 부제처럼 박완서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딸의 고백이 가슴 절절하다. 많은 모녀가 그렇듯 박완서와 호원숙 역시 더없이 살뜰한 식구이자 다정한 친구였다. 산문집을 읽다 보면 모녀의 경계는 허물어져 박완서가 곧 호원숙이고 호원숙이 곧 박완서임을 느끼게 된다는 평이다.

마흔에 등단한 박완서는 소설뿐 아니라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와 같은 산문으로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문학동네에서 나온 『박완서 산문집』(7권)은 초판 당시의 원본을 바탕으로 중복되는 글을 추리고 재편집했다. 날카롭고 준엄한 비판의 칼 밑에 따뜻한 마음이 짙게 배인 그의 초기 산문들을 읽는 맛이 쏠쏠하다.

한국의 여성 시를 이끌어온 문정희 시인의 신간도 눈에 띈다. 올해 등단 45주년을 맞은 그는 시 에세이 『살아 있다는 것은』(생각속의집)을 통해 “살아 있다는 것은 파도처럼 끝없이 몸을 뒤집는 것”이라고 말한다. 시에 목숨을 걸듯 치열하게 살아온 시인의 열정과 고독을 엿볼 수 있다.

구호 활동가 한비야도 2월 중 6년 만에 신작 에세이집 『1그램의 용기』(푸른숲)를 내놓는다. 51세 때 떠난 미국 유학 경험부터 아프리카 이야기, 가톨릭 신자로서 느낀 구원과 영성 등을 그만의 필체로 담았다. 한비야의 에너지가 이번에도 독자를 감전시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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