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실에서 군 인권 개선 및 병영문화 혁신 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가운데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이 한민구 국방부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실에서 군 인권 개선 및 병영문화 혁신 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가운데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이 한민구 국방부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군 장성 출신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이 최근 부하 여군을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된 육군 여단장 사건과 관련, 여군을 모욕하고 여단장의 성폭력을 두둔하는 발언을 한데 대해 여성계가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 65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여성단체협의회(회장 김정숙, 이하 여협)는 30일 성명을 내고 “송영근 의원의 행태는 잘못된 성윤리 의식과 여군 전체를 모독하는 몰지각한 행태”라며 “이같은 망언을 하고도 변명에만 급급한 송 의원이 자신의 책임을 통감해 국회의원직을 즉각 사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지난 29일 국회 군 인권 개선 및 병영문화 혁신 특별위원회에서 “들리는 얘기로는 여군 하사 성폭행을 한 여단장이 지난해 거의 외박을 안 나갔다”며 “40대 중반인데 성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측면을 우리가 한 번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해 거센 비난을 샀다.

송 의원은 “다른 사람들에게 일 잘한다는 말을 듣기 위해 외박도 안 나가고 한다”며 성폭력 가해자인 여단장을 두둔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특히 송 의원은 피해자인 여군 하사를 가리켜 ‘아가씨’라고 지칭해 ‘여군 모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송 의원은 1사단장과 3사관학교장을 거쳐 기무사령관(중장)까지 역임한 3성 장군 출신이다.

여협은 “송 의원의 행태는 그동안 그릇된 남성중심적 문화에 젖어 있던 우리 사회 지도층이 얼마나 성폭력에 대해 관대하고 여성 인권을 하찮게 여겨왔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며 “여성계는 더 이상 성폭력을 비호하는 지도층의 이런 작태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숙 회장은 “여군 1만 명 시대를 앞둔 우리 군이 해마다 늘고 있는 군대 내 성폭력의 심각성을 직시해야 한다”며 “지도부부터 철저하게 양성평등의식으로 무장하고 성폭력 척결 의지를 담은 강력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상임대표 김금옥, 이하 여성연합)도 30일 성명을 통해 국회 윤리위원회에서 즉각 송 의원을 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여성연합은 “해당 특별위원 사퇴로 그칠 일이 아니다. 국회 윤리위원회가 신속한 징계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성연합은 군 엘리트들의 그릇된 성의식을 거세게 비판했다. 김금옥 상임대표는 “송 의원의 발언은 군 지도부의 인식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성폭력 원인을 ‘조절 불가능한 성욕’으로 설명하는 것은 가해를 정당화하는 왜곡된 통념”이라고 말했다. 성폭력이 불평등한 권력관계와 성폭력을 묵인하는 사회문화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여성연합은 특히 육군이 발표할 예정인 성 군기 행동수칙의 문제점도 짚었다. 군대가 조절 불가능한 성욕 또는 섹슈얼리티를 관리감독하면 성폭력을 근절할 수 있다는 식의 안일한 사고에 여전히 빠져 있다는 것이다.

여성연합은 “송 의원이 피해를 입은 여군 하사관을 ‘하사 아가씨’라고 지칭한 것은 여군을 동료가 아니라 ‘나이 어린 여성’으로 취급하는 성차별적 발언”이라며 “이는 군 내 여군이 처한 차별적이고 불평등한 현실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여성연합은 “군 지도부와 해당 특위가 군 내 성폭력 해결을 위해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지휘관의 외박, 외출이 아니라 성평등한 조직 문화”라며 “의사소통 구조의 개선, 실효성 있는 성폭력 처벌·대책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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