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양원주부학교·양원초등학교 팝송경연대회

 

1월 30일 오후 서울 대흥동 양원주부학교 지하 강당에서 열린 제9회 팝송경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월 30일 오후 서울 대흥동 양원주부학교 지하 강당에서 열린 제9회 팝송경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허니 허니, 당신은 나를 전율케 하죠. 허니 허니.(Honey honey, how you thrill me! ah-hah, honey.honey!)” 

1970년대를 풍미했던 혼성 4인조 그룹 아바의 히트곡인 ‘허니 허니’가 흘러나오자 객석이 들썩였다. 300여 명의 여성들이 일제히 “허니 허니~”를 따라 불렀다. 무대에 선 김경미(51) 학생의 매너는 프로 같았다. 머리에 두 손을 얹어 하트 모양을 그리고 손 키스를 날리기도 했다. 

1월 30일 오후 서울 대흥동 양원주부학교 지하 강당에서 ‘제9회 팝송경연대회’가 열렸다. 양원주부학교, 양원초등학교가 주최하고 여성신문사 후원으로 열린 이날 대회에는 어린 시절 배움의 기회를 놓치고 중년의 나이에 공부를 시작한 40~70대 늦깎이 학생들이 무대에 올랐다. 양원주부학교와 양원초등학교에서 예선을 통과한 14개 팀이 참가해 그동안 갈고 닦은 영어와 노래 실력을 뽐냈다. 

 

팝송 경연대회를 응원하는 학생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팝송 경연대회를 응원하는 학생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참가팀들은 진추하의 ‘원 섬머 나이트(One summer night)’, 대니얼 분의 ‘뷰티풀 선데이(Beautiful sunday)’, 카펜터스의 ‘톱 오브 더 월드(Top of the world)’ 등 유명 팝송을 부르며 멋진 무대를 선사했다. 해맑게 웃으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영락없는 여중생이었다. 옛날식 교복을 입은 학생, 카우보이 모자를 눌러쓰고 반짝이 의상을 입은 학생, 긴 드레스를 입은 학생 등 참가자들의 패션 센스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들은 이날만은 엄마나 아내, 며느리, 할머니가 아닌 주인공이 된 듯했다. 더러 긴장한 탓에 박자를 놓치거나 빨라지기도 했지만 앞에 앉은 친구가 영어 독음을 한글로 써놓은 커닝 페이퍼를 보고 위기를 모면한 학생도 있었다. 참가 학생들은 대부분 만족감을 표했다. 

김귀임(70) 학생은 “손자를 업고 팝송을 중얼거리다 보니 동네 할머니들이 쳐다봐서 창피했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팝송 한 곡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임덕순(64) 학생은 “며느리에게 영어를 물어보면서 읽을 수 있게 됐다. 교회 찬양대에서 봉사하고 있는데 앞으로 영어 찬양을 해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웃어 보였다. 

 

최우수상을 받은 나점순 학생이 톰 존스의 ‘딜라일라’를 열창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최우수상을 받은 나점순 학생이 톰 존스의 ‘딜라일라’를 열창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날 최우수상은 나점순·이선민 학생에게 돌아갔다. 나점순(70) 학생은 “톰 존스의 ‘딜라일라(Delilah)’ 노래를 들으며 두 달째 따라 불렀다. 이제는 혼자서도 팝송을 즐겨 부른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선민(51) 학생은 “팝송을 부르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색소폰 연주가 김시동씨, 소설가 박정수씨, 일성여중고교 전혜미 음악교사가 심사를 봤다. 

양원주부학교 이선재 교장은 “영어의 두려움을 없애주기 위해 생각한 대회가 팝송경연대회”라며 “대회에 나온 분들이 다 잘하셔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전혜미 음악교사는 “학생들을 보며 대단하다고 느꼈다”며 “감격스러워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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