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 종편 4사 뉴스 132개 분석 결과
“직장맘, 전업맘 갈등·불신 부추겨”

 

국회사진기자단 = 16일 오후 서울 강서구 육아종합지원센터 내 드림어린이집의 CCTV카메라가 실내를 비추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국회사진기자단 = 16일 오후 서울 강서구 육아종합지원센터 내 드림어린이집의 CCTV카메라가 실내를 비추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들의 행태가 오히려 시민들의 갈등과 불신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효성 없는 정치권의 아동학대 대책을 비판 없이 보도하면서 오히려 실효성 있는 대책처럼 포장하는 비판도 나왔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인천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이 최초로 보도된 1월 13일부터 20일까지 KBS, MBC, SBS 지상파 3사와 JTBC, MBN, 채널A, TV조선 등 종합편성채널 4사의 메인 뉴스에 보도된 관련 뉴스 132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모니터링 결과, 인천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 보도의 가장 큰 문제로 폭행 장면이 담긴 CCTV동영상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보도 행태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사건이 처음 보도된 시점부터 관련 뉴스에서는 빼 놓지 않고 아이가 교사에게 폭행당하는 장면을 여과 없이 보여준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가 어떻게 맞는지 그 이후에 아이의 행동은 어떤지 등 영상을 세세하게 설명까지 곁들이면서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는 경우도 있었다. 

SBS는 17일 ‘폭행 보육교사 구속’ 꼭지에서 “해당 어린이집 아이들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부모님들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폭행 장면 사용은 자제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리포트 말미에 다른 어린이집 아동이 폭행당하는 장면을 방영했다. KBS도 같은 날 ‘이번엔 아이 얼굴에 주먹질 신고 봇물’ 꼭지에서 “충격적인 유아 폭행 장면은 최대한 편집해 거르기로 결정했다”고 하면서 다시 한번 아동이 교사의 주먹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을 보여줬다.

미디어운동본부는 “이러한 동영상을 지속적, 반복적으로 보게 될 때 폭행을 당한 아동과 그 부모뿐만 아니라 국민들 또한 충격을 받게 되며 어린이집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며 어린이집 교사를 색안경 쓰고 보게 되는 부작용을 낳는다”며 “무엇보다 신뢰로 맺어져야 할 교사와 부모를 갈라놓음으로써 서로 불신만 쌓이게 하며 이러한 불신은 어린이집 아동 학대 근절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반복되는 대책에 검증 없이 보도하는 언론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논쟁의 중심에 선 ‘CCTV 의무화’의 경우, 16일 KBS ‘경찰 도깨비 방에서 아동학대 혐의 학원 수사’, 채널A ‘CCTV 찍힐라 도깨비 방에서 구타’에서는 CCTV를 피해 소위 말하는 ‘도깨비방’에서 아동을 학대했다는 보도를 하며, CCTV 설치가 어린이집 아동 학대의 대안이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었지만, 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언론 보도 행태가 직장맘과 전엄맘의 갈등을 불러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 19일 방영된 TV조선 ‘뉴스쇼 판’은 “부모 소득과 상관없이 보육료를 지원하는 정책이 나오자 전업주부가 키우던 아이들까지 어린이집으로 쏟아져 나왔다”고, 같은 날 MBN ‘뉴스 8’은 “정부 지원금을 노린 '장삿속' 어린이집이 난립하면서 보육의 질이 떨어졌다는 평가”라고 보도했다. 

미디어운동본부는 “이러한 보도는 ‘집에서 놀면서’도 보육료를 더 받기 위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전업주부들을 비난하는 것으로 전업주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대책도 ‘보육료 차등 지급’이 거론 되고 있다. 이는 전업주부 엄마와 직장 다니는 엄마의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보육의 질을 담보하지 못하는 정부의 정책 실패는 묻히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운동본부는 “언론이 진정 이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면 정부 정책을 비판적으로 감시하고 좋은 정책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보도해야 하며, 선정적인 보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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