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한정식집이나 제사 때만 쓴다는 편견 깨고 싶어… 놋그릇 대중화 꿈꾼다”

 

김순영 놋그릇 가지런히 대표.
김순영 '놋그릇 가지런히'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서울 서촌 통인시장 방면으로 걷다 보면 작은 골목길 사이로 한눈에 들어오는 카페가 있다. ‘놋그릇 가지런히’라는 이름을 단 카페다. 외관에는 단단하고 빛깔 좋은 놋그릇이 진열돼 있어 눈길을 끈다. 테이블 중앙에 놓인 삼단 플레이트와 샐러드 볼, 와인 잔도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카페 주인인 김순영(45)씨는 재작년 이곳에 카페를 차렸다. 이곳에서 판매·전시되는 놋그릇은 김 대표의 남편 이경동(47)씨가 제작한다. 

“시아버지가 경남무형문화재 제14호 징장(징을 제작하는 장인)인 이용구 선생님이에요. 원래 남편과 함께 주로 종교용품이나 징을 만들었는데, 몇 년 전 남편이 가업을 계승하면서 본격적으로 생활 유기를 제작했어요. 카페를 만들겠다고 한 건 제 아이디어였죠.”

김 대표는 공방이 있는 거창을 떠나 서울에 갤러리 겸 카페를 열었다. 오래됐다는 이유로 주목받지 못하는 놋그릇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다.

“연고지도 없이 아이들과 함께 서울에 올라왔어요. 놋그릇과 함께하는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자고 다짐했죠. 놋그릇이 고급 한정식집이나 제사 때만 쓰인다는 선입견을 깨고 싶었어요. 보고 써보면 달라질 것이라는 신념이 있었어요. 남편과 떨어져 낯선 도시에서 외로움도 있고 고된 생활에 눈물을 삼키기도 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응원해준 덕분에 버틸 수 있었어요.”

 

놋그릇 가지런히 카페 2층은 놋그릇 갤러리다. 이곳에 진열된 놋그릇들.
'놋그릇 가지런히' 카페 2층은 놋그릇 갤러리다. 이곳에 진열된 놋그릇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유기그릇 갤러리 겸 한식 디저트 카페가 콘셉트인 카페에서는 모든 음식이 놋그릇에 담겨 나온다. 놋그릇 브랜드 ‘놋:이(Noshi)’의 제품이다. 놋그릇에 내오는 아이스크림, 절편 구이 등이 인기 메뉴다. 카페는 1층은 카페, 2층은 갤러리 겸 숍으로 꾸며져 있다. 온돌방을 갖춘 지하 1층은 단체 손님들이 머물다 갈 수 있는 곳이다.

카페는 김 대표의 실험실이다. 손님들의 반응을 보고 주말마다 올라오는 남편과 디자인을 의논한다. 정갈한 한식 차림부터 서양식 파티 테이블까지 가능하다.

“항상 사물을 바라볼 때 그릇과 연계해서 봐요. 주말마다 전국으로 예쁜 그릇을 파는 곳을 찾아다니고 식당에 있는 세팅 하나도 예사로 보지 않았죠. 잘 아는 스님의 추천으로 차를 공부했는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카페 메뉴 역시 철저하게 요리 연구가와 논의 끝에 만들었어요. 남편이 힘들게 만든 건데 아무 음식이나 놓을 수 없잖아요. 전라도 내장산에서 온 오디는 직접 달이고, 미숫가루는 친정어머니께서 만들어 보내주세요.”

김 대표의 노력 덕분에 카페에는 단골이 많다. 한 번 온 손님이 다른 손님을 데려오는 식이다. 놋이의 제품은 답례품, 혼수품으로도 인기가 많다. 지난해 화제가 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도 소품으로 쓰이기도 했다. 놋그릇 제품은 선주문 후제작 된다. 

 

김순영 놋그릇 가지런히 대표.
김순영 '놋그릇 가지런히'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남편을 가장 존경해요. 저는 남편이 만들어 놓은 것을 활용해 일하지만 남편은 뜨거운 쇳덩이를 불에 그을려 가며 만드는 일에만 전념하니까요. 남편의 굳은살을 만지면 눈물이 나요. 고3인 큰 아들이 남편을 따라 놋그릇을 만들겠다고 해요. 애틋하면서도 뿌듯하죠.”

김 대표가 일을 할 때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마음가짐이다. ‘놋그릇 가지런히’ 카페 이름 역시 말 그대로 마음을 가지런히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놋그릇은 정성스럽게 닦으면 닦을수록 광채가 나요. 사람도 내면이 채워지면 빛나잖아요. 놋그릇 앞에 있으면 마음이 정갈해지고 정리가 돼요. 카페에서 일하는 분들은 중·장년층이세요. 대부분 살아온 연륜과 인생이 있으셔서 배울점이 많으세요.”

 

남편 이경동씨가 만든 놋그릇을 들고 있는 김순영 놋그릇 가지런히 대표.
남편 이경동씨가 만든 놋그릇을 들고 있는 김순영 '놋그릇 가지런히'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씨의 꿈은 많은 사람들이 놋그릇을 쓰는 것이다. 놋그릇을 쓰는 레스토랑을 열고 싶은 이유다. 

“외국의 도자기 그릇은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 놋그릇은 우리 문화라는 이유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안타까워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놋그릇은 박물관이 아닌 우리 밥상에 놓여야 합니다. 한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문화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한국의 로얄코펜하겐이 되기 위해 오늘도 놋그릇을 가지런히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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