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자주 가는 음식점 중에 서민적인 전골류를 좀 더 세련되게 색다른 맛으로 승부하여 많은 체인점을 보유한 곳이 있다. 맛있고 친절하다. 메뉴의 이름도 재미있고 포인트를 쌓아주고 반찬을 덜어 먹을 수 있는 셀프 바도 운영한다. 피자나 불고기를 팔아도 될 법한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에 주변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아주 좋다.

그런데 맛이 좋아 단골이 될 무렵 뭔가의 아쉬움이 쌓이게 됐다. 바로 흠 잡기 어려운 직원들의 친절 속에서 느껴지는 불편함. 그들의 인사, 웃음, 표정에 담긴 뭔가의 어색함이 있다. 열심히 일을 하는 것 같지만 왠지 모르게 ‘억지’ 친절을 ‘업무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결정적인 흠은 아니지만 단골 손님, 충성 고객이 되기에 부족한 충분한 이유다. 무척 아쉽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필자는 나 자신이 까다로운 고객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참 어려운 일이지 않은가. 고객 만족 서비스를 시행했는데 이번에는 진정성이 없다는 불평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것이 요즘 고객의 수준이자 현재 기업 앞에 놓인 현실이다.

고객 만족이라는 명제는 단순해 보이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그 추상적인 가치를 실현시키는 것은 무척 어려운 문제다. 누군가는 푸근함을, 누군가는 정확함을 원하며 언제는 신속을 또 언제는 정확성을 요구한다. 과거에는 경쟁자보다 좀 더 친절하게 좀 더 적극적으로 고객을 배려하는 것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이제 그 정도의 친절은 기본이 됐다. 고객을 좀 더 세심하고 다양하게, 개별적으로 만족시켜야 하는 수준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렇듯 다양한 고객 모두를 만족시킨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역설이지만 그렇기에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만족시킨다는 것이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고객의 눈 높이가 높을 때 기업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진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경쟁력이 커지는 이치다. 서비스가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서비스는 이제 획일적인 친절과 고객 만족의 추상명사이기보다는 기업의 철학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구체적인 통로가 돼야 한다. 고객을 디테일하고 개별적으로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의 (가식이 아닌) 진정성이 담겨야 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인) 원칙을 통해 유연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업의 이러한 가치와 철학이 서비스 종사자들을 통해 고객에게 전달돼야 한다.

가장 먼저 기업이 자사의 서비스 종사자들에게 이러한 가치와 철학을 이해시켜야 한다. 왜 고객에게 친절과 만족이 전달돼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와 근거, 진정성에 대한 설득 없이는 서비스 종사자들은 그저 해야 할 일을 기계적으로 처리하며 고객을 대하고 고객은 그 속에서 억지와 가식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서비스가 친절이나 봉사를 넘어 기업의 가치를 전달하는 통로가 될 때 비로소 ‘갑’과 ‘을’의 무의미한 거리감이 개선될 것이다. 가치와 철학을 이해한 서비스 종사자는 자부심과 당당함 속에서 고객을 대할 수 있으며 원칙을 중심으로 고객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갈 때 서비스 조직과 기업은 장기적으로 다수의 고객의 지지를 받는 방법을 신념과 철학에 맞게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2015년 1월 우리나라에 서비스 부문의 국가공인자격이 탄생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무 부처가 되어 탄생한 SMAT(Service Management Ability Test) 자격으로 서비스 현장의 기초 실력을 다지고 검증하기 위해 탄생한 제도다. 서비스를 단순한 친절과 개인의 마인드가 아니라 체계적인 구조이자 준비된 실력으로 이해해 이를 구체화시키는 것. 서비스를 개인의 봉사이자 노력을 뛰어넘는 시스템과 구조적 관점으로 이해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 본다. 기업은 서비스를 체계와 실력으로 이해하는 제도이자 도구로 활용하고 서비스 종사자는 자신의 업을 구체적으로 접근하여 성장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서비스가 경쟁력이 되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기업의 서비스가 왜, 어떤 의미로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이해, 그리고 서비스 종사자의 판단력과 자부심, 진정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가치와 우선순위가 필요하다. 서비스는 조직 문화의 수준이자 이를 바라보는 고객의 수준이다. 즉, 우리 사회의 현주소가 되는 것이다.

하나의 제도가 탄생한 것에는 그 배경과 의미, 앞으로의 방향이 입체적으로 투영된다. 서비스의 어두운 면면이 화두가 됐던 연말이 지나고 새로운 해에 탄생한 새로운 제도.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라는 단어를 긍정과 성장의 화두로 변화시켜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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