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동하는 사람들(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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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새움터' 사무국장과 금박 병헌 '여성연합' 정보간사

여성들만의 몫으로 여겼던 여성운동에 남성들이 뛰어들고 있다. 여성

단체와 사이버 공간에서 여성운동을 하는 남성 운동가들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남성들은 많지만, 실제 전업 여성 운동가로

뛰는 남성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여성운동의 최전방 여성단

체는 오랫동안 여성들만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 ‘금남의 벽’

을 허문 남성들이 있다. 김주영‘새움터’사무국장과 금박병헌‘한국

여성단체연합’간사다. 두 사람은 각각 기지촌 여성들을 위한 활동가

로서, 여성운동단체 정보사업 책임자로서 여성운동을 하고 있다. 지금

까지 여성단체에 남성 자원봉사자들은 있었지만, 정식 실무자로서 일

하게 된 남성들은 이들이 처음이다.

‘기지촌’에서 키운 여성의식

여성운동단체에서 일하는 남성 실무자로 첫 테이프를 끊은 사람은 김

주영(29) 씨다. 지난해 대학 졸업 후 ‘새움터’ 사무국장직을 맡았다.

그는 대학때 기지촌 문제와 기활(기지촌활동)에 대한 교내 대자보를

보고 관심을 갖게 돼, 대학 2학년부터 의정부에 있는 기지촌여성들의

자활공간 ‘두레방’에서 자원활동을 시작했다. 그가 처음부터 여성문

제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자원활동을 시작할 때는 기지촌 여

성의 문제를 여성주의 관점에서 바라보지는 못했다. “기지촌은 미군

에 의한 식민지 공간이고, 기지촌 여성은 민족문제 가운데 가장 소외

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생각이 바뀐 건 기지촌여성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으면서부터

다. 그들의 생활을 지켜보면서, 그들이 ‘아들’이라 부를 만큼 친근

한 관계를 맺게 되면서 그는 ‘여성’으로서 고통받는 기자촌 여성들

의 삶을 이해하게 됐다.

처음 기지촌 여성들과 만났을 때 그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단다.

“밥 먹을 때 아무도 말을 시키지 않아서 말 없이 혼자 밥 먹고, 설거

지하고, 아이들과 노는 수준이었어요. 처음엔 서로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에 대해 조금씩 벽이 깨지면서 신뢰감이 쌓이자, 오히려

남자기 때문에 제게 너그럽게 대해줬던 것 같아요”

그의 별명은 ‘공주’다. 남자인데도 터프하기는 커녕 바퀴벌레도 못

잡고, 형광등도 못 고치는 그를 보면서 ‘딱 공주’라고 기지촌 여성

들이 지어주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스스럼없이 보여주었던 것이 친

근한 관계를 맺는 데 도움이 됐다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그들과 깊은 상담은 좀처럼 하지 못한다. 여성이라는 존재에

서 오는 동질감이 바탕에 깔려야 쉽게 털어놓을 수 있는 부분들이 있

기 때문. 그는 ‘새움터’에서 주로 타 단체와의 연대, 프로젝트 사업

등 대외 업무를 맡고 있다.

지금까지 기지촌에서 활동하면서 가슴아픈 일도 많았다. 평소 친하게

지냈던 분들이 기지촌에서 쓸쓸히 죽어갈 때, 최근엔 이정숙 씨(수키

누나)가 살해 당했을 때 가슴이 아팠다. 또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아이가 있다.

“엄마가 클럽에 나가던 혼혈 꼬마였는데, 저를 엄마라고 불렀어요. 미

군 아버지에 대한 안 좋은 기억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다

엄마라고 불렀죠. 엄마가 알코올 중독이 심해 서 격리 치료를 필요로

했기 때문에, 그 아이는 결국 입양을 가게 됐죠. 아이랑 헤어져야 할

때 정말 마음이 아파 많이 울었습니다.”

그는 남성(미군)들에게 폭력만 당해 왔던 그곳 여성들과 아이들에게

‘좋은’남성의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노력한다. 여성들이 남성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때리거나 욕설을 퍼붓는 아버지의

모습만 봐 왔던 아이들에겐 좋은 삼촌, 아빠의 역할을 해주고 싶단다.

지난 1월부터‘한국여성단체연합’ 정보간사로 일하고 있는 금박병헌

씨(30)도 남성에 의한 폭력으로 상처받은 여성들을 위한 자원활동가로

여성운동을 시작했다. 그가 처음 인연을 맺은 여성단체는 ‘성폭력상

담소’다. 그의 집이 바로 상담소 근처에 있었던 관계로, 대학 4학년

때 여성학 강의를 듣던 친구를 따라 무심코 찾아갔다가 자원활동가가

됐다.

“야간위기센터에서 야간 지킴이 활동을 시작했는데, 그때 상담일지를

보면서 평소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성폭력 현실에 눈을 뜨기 시작했

어요. 또 첫 상담전화를 받았는데, 어린 시절 성폭력의 피해로 괴로움

을 겪고 있는 40대 중년 여성이었어요. 성폭력이 얼마나 인간을 오랫

동안 황폐화시키는지 알게 되고 충격을 받았죠.”

여성운동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 또 다른 계기는 같은 지킴이였던

남자선배가 ‘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였다. 친한 선배였기에

동성애에 대한 이해와 성 정체성 문제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마이너

운동’에 대해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됐다.

94년 대학 졸업 후 그는 여러 시민단체에서 활동을 했다. 당시 여성단

체에서는 남성 실무자를 뽑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문익환목사기념사

업회’, ‘실업극복국민운동본부’ 등에서 일을 하다, 경제적 이유 때

문에 모델 에이전시 회사에 잠시 근무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미 없는

직장생활을 1년 만에 과감히 그만두고, 다시 시민단체 활동을 하기로

맘먹었다. YMCA ‘청소년성교육상담실’간사로 1년간 일했다.

그러던 중 ‘성폭력상담소’에서 알던 실무자의 소개로 마침 공석이

었던 ‘여성연합’의 정보간사로 일해 보는 게 어떠냐는 제의를 받았

고, 흔쾌히 수락했다. 그는 여성단체에서 활동해 보면 여성들의 조직이

왜 좋은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남성들이 대부분인 조직

은 관료적이고 수직적인 인간관계지만 여성단체의 경우는 관계중심적

이고 수평적인 인간관계를 지향하기 때문에, 그는 훨씬 더 여성단체의

효용성을 느낄 수 있다고.

그는 지난 11월에 결혼한 새신랑이다. ‘성폭력상담소’ 야간 지킴이

활동을 시작한 첫날 밤근무를 함께 한 동료가 지금의 부인이다. 그런

인연으로 결혼식 주례도 최영애 ‘성폭력상담소’ 소장이 섰다. 부인

은 평범한 직장인이다.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운동을 하고 싶다는 남편

을 믿고 지지해 줬다.

‘남성 권위’버리면 즐겁다

그의 아내가 인터뷰때 꼭 밝히라고 한 얘기가 하나 있다. 그의 ‘화

장실 예법(?)’이다.

그는 남성용 소변기가 없이 좌변기만 있는 공중화장실이나 집에서는

‘앉아서’ 볼 일을 본다. 이런 습관이 든 지 벌써 10년이다. 어른들이

들으면 남자가 무슨 해괴망측한 짓이냐고 할 일이다. 어떤 자세로 소

변을 보느냐가 여성과 남성을 가르는 기준으로도 여겨져 왔기 때문에

남자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의 의미로 받아들일지 모른다. 그

의 화장실 예법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온 코미디언 백남봉이 “집

에서 아내를 위해 가사일을 제대로 못 도와주기 때문에, 화장실이라도

깨끗이 사용하려고 앉아서 볼 일을 본다”는 소리에서 힌트를 얻은

것. 그는 남자들이 화장실 청소도 한 번 안 하면서 굳이 서서 볼 일을

볼 필요가 뭐 있나라는 생각이다. 유럽에선 공중화장실 변기가 좌변기

용일 때면, 화장실 문 앞에 ‘앉아서 볼 일을 봐달라’는 팻말을 볼

수 있다고 그는 전한다.

그는 현재 정보간사로 주로 인터넷 홈페이지와 피시통신 씨유지를 관

리한다. 그는 지금보다 여성단체들이 좀더 사이버 여성운동의 가치를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다른 시민단체는 정보 분야에 대한 생각

이 데이터베이스 구축 수준을 넘어섰는데도, 여성단체는 아직도 그 단

계에 머물고 있는 현실이라고. 그는 이번 군가산점제 논란시 사이버

상에서 남성들의 폭언과 성희롱에 여성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안

타까웠다. 전체 통신, 인터넷 이용자 중 여성이 30%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수적인 한계가 있지만, 소수라도 효과적으로 조직하면 더 잘

대응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여성주의 정보운동을 활성

화하기 위해, 우선 여성단체 정보사업 담당자들끼리 모임을 만들 예정

이다.

김주영 사무국장과 금박병헌 간사는 남성으로서 여성운동을 하면서

잃은 것과 얻은 것이 있다. 남성이 곧 생계 책임자라고 여기는 사회에

서 ‘경제력이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결함일 수 있다. 그래도 이들

은 상관없단다. 아직 미혼인 김씨는 버스비와 담배값만 있으면 된다고.

금박병헌 씨는 직장을 다니는 아내가 자신보다 두 배 이상의 월급을

받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성 역할의 고정관념을 깨면 자유롭다.

두 사람은 여성운동을 하면서 남자친구들보다 여자친구들을 많이 얻

었다. 김씨는 대학 때부터 같이 학생운동을 하던 친구들과는 기지촌

활동을 하며 점차 소원해졌고, 이젠 대부분 직장인이 돼버린 친구들과

만나면 공통된 화제가 없단다. 금박병헌 씨도 마찬가지로, 오히려 주

변에는 여자들이 더 많다.

두 사람은 다 공통적으로‘여성성’을 좋아한다. 공격적이지 않고 수

용적이며 관계 중심적인 ‘여성성’이 ‘남성성’과 똑같이 존중받아

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렇지 못했다고.

“남성 또한 과도한 남성 중심의 사회로 인해 똑같이 불행하다고 생

각해요. 결국 남성들이 느끼는 억압이 여성억압과 필연적으로 연결돼

있는 거죠. 어떤 남성들은 오히려 자신의 억압을 여성에게 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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