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9주기 앞두고 잇단 추모전
백남준아트센터, 회고전 마련
학고재갤러리, ‘W3’ ‘샬롯’ 등 12점 전시

 

백남준의 ‘금붕어를 위한 소나티네’ ⓒ학고재갤러리
백남준의 ‘금붕어를 위한 소나티네’ ⓒ학고재갤러리

도끼로 피아노를 부순다. 머리카락을 붓 삼아 먹물을 뒤집어쓰고 글씨를 쓴다. 비디오아트의 창시자이자 세계 현대미술사의 거장인 고 백남준(1932~2006)은 이처럼 색다른 퍼포먼스로 관객의 혼을 들었다 놨다 했다. 

한국이 낳은 아티스트 백남준을 추모하는 열기가 뜨겁다. 새해부터 ‘백남준 추모 9주기’를 맞아 그를 재조명하는 전시회가 잇달아 열린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상갈동에 위치한 백남준아트센터는 1월 29일부터 백남준전 ‘TV는 TV다’와 기획전 ‘2015 랜덤 액세스’를 동시 개막, 그의 예술정신을 돌아본다. 백남준아트센터 큐레이터 5명이 추천한 국내 신진작가 10명(팀)이 참여하는 ‘2015 랜덤 액세스’전은 작가들의 상상력을 극대화한 작품들로 구성됐다. 김웅용, 다페르튜토 스튜디오, 박승원 등 작가의 작품을 전시해 동시대 예술과 호흡하는 백남준을 조명한다. 

학고재갤러리는 새해 첫 전시로 3월 15일까지 백남준 개인전 W3를 열고 있다. 전시 제목이자 작품명인 ‘W3’는 인터넷을 지칭하는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을 뜻한다. 총 64대의 모니터로 구성된 ‘W3’는 각각의 모니터마다 전체 재생 시간 20분가량의 영상을 1초 간격으로 옆 모니터에 전달한다. 이 반복은 현란한 빛을 뿜으며 역동적으로 엑스(X)자 형상으로 가로지르는 움직임이 되어 나타난다. 

학고재갤러리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에 중국 항저우 삼상현대미술관에서 ‘우리가 경탄하는 순간들’ 전과 학고재상하이갤러리에서 ‘백남준을 상하이에서 만나다’전을 연 바 있다. 

이번 ‘W3’ 전에는 앞서 중국서 열린 전시 출품작 중 12점을 추려 마련했다. ‘샬롯’ ‘톨스토이’ ‘테크노보이’ 등이 있다.

 

백남준의 ‘수평 달걀 구르기 TV’ ⓒ학고재갤러리
백남준의 ‘수평 달걀 구르기 TV’ ⓒ학고재갤러리

‘수평 달걀 구르기 TV’라는 작품도 눈여겨볼 만하다. 모니터에서 태아처럼 웅크린 자세의 성인 여성이 달걀 형상 안에 갇혀 허공을 굴러다니는 모습이 재생된다. 평소 동양의 윤회사상에 관심이 많던 백남준은 생성과 소멸의 원리를 달걀 같은 모습으로 표현했다. 작품은 관객 참여를 통해 화면을 조정할 수 있다. TV 밑에 있는 송신기로 강약을 조절하면 그 전파에 따라 달걀 모습이 왜곡된다.

 

백남준의 ‘샬롯’ ⓒ학고재갤러리
백남준의 ‘샬롯’ ⓒ학고재갤러리

작품 ‘샬롯’은 그가 예술 활동을 하는 데 영향을 끼친 아방가르드 첼리스트 샬롯 무어만을 추모하기 위해 제작됐다. 한가운데에는 인간 얼굴의 형상인 듯한 첼로가 세워져 있고, 11개의 모니터 화면에선 샬롯의 퍼포먼스 장면이 재생된다. 백남준은 1991년 그녀의 마지막 퍼포먼스는 그야말로 눈부셨다고 말했다. 당시 샬롯은 암 투병의 고통 때문에 모르핀을 투여하고 퍼포먼스를 했는데 평소 동양의 샤머니즘에 관심이 많던 백남준은 그 장면을 보고 마치 신들린 무당의 굿판 같다고 회고했다. 

 

백남준의 ‘톨스토이’ ⓒ학고재갤러리
백남준의 ‘톨스토이’ ⓒ학고재갤러리

백남준의 영향을 받은 작가들의 전시도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1월 27일부터 백남준을 잇는 국내 1세대 비디오아티스트 백현기(1942∼2000) 회고전을 5월 25일까지 연다. 백남준의 제자이자 미국 비디오아트의 거장 빌 비올라(64)의 개인전은 3월 서울 삼청로 국제갤러리에서 진행된다. 

백남준에 대한 재조명은 최근 세계적으로도 활발해지고 있다. 2013년 미국 스미스소니언미술관, 2014년 록펠러재단 아시아소사이어티에서 10여 년 만에 개최된 뉴욕 개인전에 이어 지난해 11월부터는 영국 테이트모던에서 백남준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밖에 백남준의 작품은 거리 곳곳에서 접할 수 있다.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로비 ‘하나로봇’, 신문로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랩소디’, 선릉역 포스코그룹 본사 로비 ‘TV깔데기·TV나무’, 국립현대미술관에 위치한 대형 비디오 설치작품인 ‘다다익선’ 등에서 볼 수 있다. 전체 모니터의 3분의 1이 고장난 다다익선은 오는 광복절 전까지 수리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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