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킬미, 힐미’ ‘하이드 지킬 나’ 속 캐릭터
남자 주인공은 모두 잘나가는 다중이
“판타지거나 트라우마 건드리는 게 트렌드”
“살기 팍팍하고 상처 많으니 공감돼”

 

MBC 수목드라마 킬미, 힐미에서 남성 주인공은 7개 인격을 가진 다중인격장애를 앓고있다.
MBC 수목드라마 '킬미, 힐미'에서 남성 주인공은 7개 인격을 가진 다중인격장애를 앓고있다. ⓒMBC 제공

‘다중이’란 말이 부정적이지 않은 요즘이다. 다중이는 다중 인격자를 귀엽게 지칭하는 말로 최근 각종 온라인 카페에선 “제가 다중이인가 봐요”란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다중이가 드라마에서도 봇물이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 이어 MBC 수목드라마 ‘킬미, 힐미’, 21일 첫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 tvN 금토 드라마 ‘하트 투 하트’까지 남자주인공들이 하나같이 다중이다. 

‘킬미, 힐미’의 주인공 차도현(지성 분)은 재벌 3세로 7개 인격을 가졌다. 각각의 인격은 차도현의 본래 모습에 도전적이다. 가장 위험한 캐릭터인 신세기는 위협적이면서 폭력적인 캐릭터로 본래 인격에 대적하는 캐릭터다. ‘하이드 지킬, 나’에서 이중인격자인 남자 주인공 구서진(현빈 분)은 굴지의 테마파크 원더랜드 상무이자 재벌가 아들이다. 앞서 ‘괜찮아 사랑이야’ 주인공인 장재열(조인성 분)이 베스트셀러 소설가로 정신분열증을 앓았던 것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사회적으로 잘나가는 위치에 있지만 마음이 병들어 있다.

여주인공은 남성 주인공을 치유하면서 로맨스 구도를 만든다. ‘킬미, 힐미’에선 배우 황정음이 정신과 레지던트 1년 차 오리진 역을 맡아 비밀 주치의로 활동하며 로맨스를 펼칠 예정이고, ‘하이드 지킬, 나’에서 배우 한지민은 구서진이 경영하는 테마파크 소속 서커스단장 장하나 역으로 ‘심쿵(심장이 쿵쾅거린다는 표현)’ 장면을 연출했다. ‘괜찮아 사랑이야’에선 배우 공효진이 정신과 전문의 지해수 역으로 연인이자 정신과 의사로서 고뇌에 찬 모습을 연기했다.

 

SBS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에서 남성 주인공은 이중인격을 갖고있다.
SBS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에서 남성 주인공은 이중인격을 갖고있다. ⓒSBS 제공
이중인격자가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지칭하며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했다면 다중인격자는 부정적이지 않다. 오히려 공감받고 사랑받고 치유해야 할 대상이다. ‘해리성인격장애’로 불리는 정신과 용어 자체가 자신을 낯설게 느끼거나 자신과 분리된 경험을 말한다. 즉 자기가 통제할 수 없는 정신병의 일종으로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다소 극단적이지만 충분히 이해받는 존재들이다. 인간을 선악으로 재단할 수 없다는 것, 잘난 사람들도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그러다보니 다른 드라마에서도 이런 캐릭터들은 넘쳐난다. tvN 금토드라마 ‘하트 투 하트’에서 정신과 의사인 주인공 고이석(천정명 분)이 대인기피성 안면홍조를 가진 차홍도(최강희 분)를 치료하지만 의사인 고이석조차 주변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해 강박을 느끼고 습관성 음주를 한다.

 

지난해 인기를 모았던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남자 주인공은 정신분열증을 앓았다.
지난해 인기를 모았던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남자 주인공은 정신분열증을 앓았다. ⓒSBS 제공
김연수 문화평론가는 “최근 드라마 트렌드는 ‘별그대’처럼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거나 ‘괜찮아 사랑이야’처럼 심리적인 것,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것들”이라며 “옛날엔 안정제를 먹는다는 얘기는 다들 공개적으로 안 했는데 요즘은 공개적으로 말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마음의 병, 정신병적인 것들도 오픈할 수 있는 분위기다. 드라마로 만들었을 때 받아들여질 만한 대중적 기반이 있다”고 말했다. 

『감성치유』 저자 강윤희 감성치유연구소 대표는 “각자 저마다의 크고 작은 상처를 갖고 시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살기가 팍팍하고 경기도 안 좋은데 경쟁 사회다 보니까 그런 부분이 가중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드라마에서도 반영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감성 치유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실제 아픈 사람, 안 아픈 사람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마음 속 상처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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