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학클럽 ‘홀씨’
회원 260여 명 월 1만원 회비 모아
고등학생·대학생 수업료와 장학금 지급
일일카페 수익금으로 교복 증정

 

기증 받은 물건을 판매하는 ‘홀씨 알뜰매장’에서 비영리민간단체 ‘여성장학클럽 홀씨’회원들이 판매하는 물품을 들고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기증 받은 물건을 판매하는 ‘홀씨 알뜰매장’에서 비영리민간단체 ‘여성장학클럽 홀씨’회원들이 판매하는 물품을 들고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만원으로도 밥 한 끼 푸짐하게 먹기 어려운 고물가 시대다. 비영리민간단체 ‘여성장학클럽 홀씨’ 회원들은 매달 1만원씩 낸 회비를 모아 어려운 가정형편에 처한 고교생과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준다. 작은 돈이지만 가치는 크다. 해마다 일일카페를 열어 수익금으로 교복도 선물한다. 운영 기금은 서울지하철 2호선 서초역 인근에 자리잡은 재활용품 알뜰매장의 수입으로 충당한다. 2007년 첫 장학금 전달 이후 지금까지 102명의 학생에게 1억3600여 만원이 전달됐다. 

19일 오후 방문한 홀씨 매장에는 책과 목도리, 겨울 옷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홀씨 회원들은 가게 물건을 홍보했다. “이건 저희가 직접 만든 진주 목걸이예요. 가격이 착하죠?” “이거 상태 정말 좋지 않아요? 거의 새 거나 다름없어요.”

홀씨는 고일식(48) 회장의 제안으로 2006년 출범했다. 42명의 회원으로 출발해 현재 260여 명에 이른다. 강원도 영월에서 7남매의 여섯째로 태어난 고 회장은 다섯 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늘 생활이 어려워 남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매번 불우이웃 돕기 대상이 된다는 것이 참 힘들었지만, 그렇게 받아 쓰던 노트 몇 권이 저에게는 절실했어요. 도움을 주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도 시작됐고요.”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봉사는 아들의 사춘기를 지켜보다 시작됐다. “아들의 기나긴 사춘기 방황을 지켜보다 중3 때 마음을 바꿨어요. 차라리 경제적으로 어려워 공부를 못 하는 아이들을 도와주는 단체를 만들어보자고….” 고 회장은 ‘홀씨’라는 이름으로 장학재단을 만들고 친구, 이웃들을 회원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봉사를 하고 싶어도 마땅한 기회가 없어 못하던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 힘을 보탰다. 인력을 보강한 ‘아줌마 부대’는 매달 1만원씩 적립금을 쌓았다. 지금은 정기적으로 있는 일일카페와 알뜰매장 운영을 함께한다. 

장학생 선정은 학교 추천이 아닌 회원 추천을 받아 진행한다. 지역 제한이 없지만, 실사(가정방문) 후 결정한다. 어려운 가정형편이지만 확고한 학업 의지를 가지고 품행이 바른 학생을 선발한다. 

 

비영리민간단체 ‘여성장학클럽 홀씨’회원. 왼쪽부터 (홍연설,최해숙, 이선자, 고일식, 함미향, 남명희씨.)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비영리민간단체 ‘여성장학클럽 홀씨’회원. 왼쪽부터 (홍연설,최해숙, 이선자, 고일식, 함미향, 남명희씨.)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들은 봉사 활동을 통해 삶이 180도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홀씨에서 열리는 귀고리 만들기 교실 수업을 듣다가 활동해 온 남명희(48) 회원은 “주얼리를 배우면서 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도 찾았다. 이제는 남들에게 재능 기부를 하고 있으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함미향(57)씨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당당해지고 인정을 받는다. 엄마가 봉사를 말로 하지 않고 보여주니 아이들에게 저절로 교육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일식 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25세가 된 아들은 저보고 이제 평생 홀씨를 하라고 해요. 엄마를 위하는 아들로 바뀐 거죠.” 고 회장의 말을 듣고 있던 최해숙(43)씨는 “저도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어 힘들었는데 홀씨에서 매주 여는 부모상담교육 교실을 통해 고민을 해결했다”고 거들었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 역시 고마움의 편지를 보내온다. 학생들이 보내온 편지와 근황은 홀씨에서 발간하는 회보에 실린다. 3년간 장학생이었던 학생이 번듯한 4년제 대학에 입학한 사연, 도움을 받은 학생이 대학에서 멘토링을 한다는 사연 등 다양하다. 회원들은 “자식이나 다름없다”며 “기쁜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내 자식 일처럼 행복하다”고 말했다. 

나눔과 봉사를 통해 회원들은 꿈이 생겼다. 

이선자(52)씨는 “딸이 강요하지도 않았는데 첫 월급을 타고 회원으로 가입했다”면서 “딸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들과 함께 3대에 걸친 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함미향씨는 “몸과 마음이 허락할 때까지 열심히 하겠다. 홀씨 이름으로 센터가 생겨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자신에게 홀씨는 ‘숨통’이나 다름없다는 고 회장은 “재활용품을 넣어둘 수 있는 창고가 필요하다. 무료 창고가 열리는 것을 소망한다”면서 회원수가 늘어나는 것에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재활용 의류나 용품을 기증해주시면 달려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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