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JPG

최근 '나혜석 전집'(태학사, 3만원)과 나혜석 평전 '인간으로 살고

싶다-영원한 신여성 나혜석'(한길사, 1만2천원)이 잇따라 출간돼 화제

가 되고 있다. '나혜석 접집'은 한국과학기술원 이상경 교수의 편집

교열로 출간됐으며, '인간으로...' 역시 이상경 교수가 집필했다.

이 책들은 나혜석 생애와 업적에 대한 최초의 본격 조명으로, 그간

‘풍문’에만 의존해 나혜석의 삶이 지닌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

고 풍문을 확대 재생산한 연구자들의 게으름을 확인케 한다. 이상경

교수는 1차 자료를 확인하며 연보를 만드는 작업에서부터 시작하여 사

실과 평가가 엇갈리는 여러 회고담과 나혜석의 글들을 대조하여 사실

에 대한 판단을 내린다. 그 과정에 나혜석이 발표한 글과 인터뷰 기사

및 1974년과 1980년에 나온 전집에서 전문이 실리지 않았거나 빠진 글

들, 새롭게 발굴된 글들을 엮어 '나혜석 전집'을 펴냈다. 전집은 또

기존에 알려진 글들도 다시 원문을 찾아 확인하고 빠진 부분이나 제목

이 잘못된 것, 발표연대가 부정확한 것들을 보충하고 바로잡았다.

일제 강점기에 근대사회로 진입하기 시작한 조선사회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봉건적 사회로부터 독립한 개인의 자아 형성이었다. 그 시절

신여성 나혜석은 화가로서, 여성해방론자로서, 그리고 작가로서 언제나

자신이 내딛는 한 걸음이 전체 조선여성의 행보가 될 것이라는 뚜렷한

자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아직 조선여성 대부분이 자의식을 가지기는

커녕 그러한 기회조차 얻지 못한 가운데, 근대적 자아를 확립하고 자

의식을 드러내는 것은 나혜석에게 혜택인 동시에 의무였다. 그의 자의

식 앞에 놓인 가장 높은 장벽은 사회가 여성에게 부여한 틀이었고, 조

선여성으로 살아야 했던 나혜석이 평생 추구한 목표는 그의 시‘인형

의 가(家)’에서처럼 여자도 사람이라는 것,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것,

사람의 대우를 받아야겠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나혜석의 글과 행동을

관통하는 주제이다.

진명여고보를 최우등으로 졸업한 나혜석은 도쿄에서 유학하고 있던

둘째오빠 나경석의 권유와 도움으로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거기서 나

혜석은 당시 일본 지식사회를 풍미했던 엘렌 케이의 연애도덕론과

‘세이토샤’ 동인들이 중심이 된 ‘신여성운동’을 접했고, 유화를

배웠으며, 글을 써서 잡지에 싣기 시작했다.

물론 나혜석의 한계도 분명하다. 나혜석을 파경으로 몰고 간 직접적인

원인인 이혼 과정을 보면 남편 김우영은 따로 살림을 차린 상태에서

아내의 외도를 문제삼아 이혼을 요구했고, 함께 연애를 했던 최린은

뒷일은 자신이 책임질테니 이혼하라고 나혜석을 설득했다. 그러나 최

린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고 나혜석은 극도의 경제적 곤궁과 사회적

지탄을 받게 됐다. 이에 나혜석은 문제의 ‘이혼고백장’을 발표하고

최린을 제소하고 ‘정조유린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그러나

나혜석이 최린의 말을 믿었던 판단력도 문제였고, 사적인 감정과 돈을

문제삼은 것은 당시 조선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치명적 실수였다.

그는 오히려 최린의 표리부동함과 정치적 행태 속에서 그의 언행 전체

를 문제 삼아야 했다는 것

이 이상경 교수의 견해다.

그러나 이상경 교수의 추론대로 나혜석이 여전히 김우영의 아내였다

면, 필시 해방 직후 김우영, 최린, 이광수와 마찬가지로 반민특위 법정

에 서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종말이 반드시 불행만

은 아닐 것이다.

이상경 교수는 한국문학사에 ‘풍문만 요란한 채 실제 작품은 거의 없

는’ 여성작가로 평가된 나혜석을 꼼꼼한 작품 분석을 통해 스캔들로

얼룩진 과거와 풍문으로부터 끄집어내었다.

그가 나혜석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60년 전 그들이 여성으로 살았

던 생활환경과 지금의 현실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각성에서 비롯

했다. 그리고 근대문학사 재평가 작업이 활발했던 90년대 초 나혜석의

첫 소설 ‘경희’를 접한 후 ‘경희’의 분량이나 현실파악력이 당대

어느 작품보다 뛰어나다는 판단을 내리고 10여 년간 자료 발굴과 작품

분석에 매진해 왔다.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what is the generic for bystolic bystolic coupon 2013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