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 민간어린이집서 보육교사가 4살 여아 머리 주먹으로 내리쳐
정부의 부실한 관리·감독과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
보육교사 양성부터 평가인증제도 뿌리부터 뒤흔들어야

 

어린이집 원생 폭행 사건이 일어난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해당 어린이집 앞에서 15일 오전 송도국제도시 입주민연합회 소속의 한 학부모가 사건 재발 방지와 아동 학대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어린이집 원생 폭행' 사건이 일어난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해당 어린이집 앞에서 15일 오전 송도국제도시 입주민연합회 소속의 한 학부모가 사건 재발 방지와 아동 학대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인천 송도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보육교사 여아 폭행 사건 이후 정부의 부실한 관리·감독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당국의 관리에 허점이 많은 데다 어린이집 폭행 사건이 일어나도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돼 사건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폭행 혐의를 받는 해당 보육교사와 어린이집 원장은 형사 처벌과 별도로 관련 법에 따라 자격정지나 취소 처분을 받게 된다. 이 어린이집을 관할하는 인천 연수구는 해당 어린이집을 시설폐쇄 처분할 방침이다.

지난 8일 낮 12시50분께 경찰은 어린이집 교실에서 자신의 딸이 보육교사 양모씨에게 폭행당했다는 부모의 신고를 접수한 후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이 확인한 어린이집 CCTV 동영상에는 양씨가 원생들의 급식판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A양이 음식을 남긴 것을 보고 남은 음식을 먹게 하다 A양이 뱉어내자 오른손으로 머리를 강하게 내리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집 인증평가 기준에 허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어린이집은 불과 7개월 전 95.36점의 높은 점수로 한국보육진흥원의 인증을 받았다. 평가인증제는 어린이집의 보육환경, 운영관리 등의 영역을 3년마다 평가하는 제도로 총점과 영역별로 75점 이상이면 통과된다. 실질적인 점검 주체인 한국보육진흥원은 2010년부터 복지부의 관련 사업을 위탁받아 시행하고 있지만 형식적인 점검에 그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이은경 사회복지법인 큰하늘어린이집 대표(『어린이집이 엄마들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50가지 진실』저자)는 “한국보육진흥원의 평가 인증에는 정작 아동학대, 회계비리, 유해한 교구들에 대한 점검 항목은 없다. 가해자만 처벌할 일이 아니고 보육진흥원의 연대 책임도 물어야 한다”면서 “영유아보육정책 TF팀을 꾸려 대대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린이집 원생 폭행 사건이 일어난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어린이집이 입구에 사과문을 내걸고 15일 임시 휴원했다. 휴원한 어린이집 앞에서 부모가 아이와 함께 서성이고 있다.
'어린이집 원생 폭행' 사건이 일어난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어린이집이 입구에 사과문을 내걸고 15일 임시 휴원했다. 휴원한 어린이집 앞에서 부모가 아이와 함께 서성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어린이집 보육교사 자격 기준에 인성교육을 명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행 영유아보육법 제21조 3항에서는 보육교사의 등급별 자격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따로 정하도록 하고 있어 직접적으로 인성교육을 의무화하지는 않고 있다. 자격증만 따면 특별한 준비기간 없이 바로 민간어린이집에 채용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육교사로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이 어린이집에 채용되는 통로가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민간에서는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에 경력이 적고 교육을 덜 받은 사람을 뽑을 수밖에 없다. 좋은 교사를 뽑을 이유가 없다”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정 교수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보육교사 처우 개선, 보육교사 양성 시스템 재정립 등이 이뤄지지 않는한 이러한 문제는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어린이집에 대해 운영정지, 폭행 교사에 대해선 자격정지 행정처분을 내린다고 15일 밝혔다. 이와 함께 이번 사건과 관련 보육교사의 자격기준을 강화하고 어린이집 모니터링 수준을 높이는 ‘아동폭력 근절대책’을 올 상반기 안에 내놓을 방침이다.

교육부는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어린이집 여아 폭행사건과 관련해 아동폭력의 재발 방지를 위해 관련자를 조치하고 아동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보건복지부 장관과 숙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해당 폭행 보육교사 양모(33·여)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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