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어머니회 회원들의 연중 교통안전 자원봉사로 스쿨존에서의 교통사고가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여성신문
녹색어머니회 회원들의 연중 교통안전 자원봉사로 스쿨존에서의 교통사고가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여성신문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위험은 민주적이어서,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특징을 갖고 있으므로 우리 모두가 재난을 대비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근에는 점증하는 자연재해와 사회재난과 함께 사이버 테러, 개인정보 불법 유출, 테러·납치 등 새로운 유형의 재난 발생률이 늘어나고 있으며, 원자력 발전소, 로봇 등 기술 발달에 따른 예기치 못한 위험 요소가 증가함으로써 재난에 대한 사회적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재난 대비는 국가의 역할과 개인 혹은 공동체의 역할을 구분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데, 먼저 국가는 재난 대비·관리를 위한 예산 마련과 관리 체계를 확립하고 개인 및 공동체는 각자의 위치와 역할에 맞게 대비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정부의 재난 관련법 정비와 관리체계 완성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난해 여러 재난사고를 겪으면서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며, 예방은 정부의 제도적 장치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의 안전의식이 선행돼야 함을 깨닫게 됐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안전의식이 생활 속 저변에 깔려 있고, 재난사고와 경험을 통해 안전이 제도화되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로 ‘제이크 법(Jake's Law)’이 있다. 이 법은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운전 중 손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문자메시지를 하는 등으로 인사사고(人事事故)를 낼 경우 최대 징역 3년에 12점의 벌점을 부과하며, 운전 중 단순한 문자메시지나 전화통화에도 경범죄가 적용되어 최대 징역 1년이나 벌금 5000달러를 부과하는 법이다. 이 법이 마련되기까지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다.

2011년 12월 한 어머니(수진 염)가 다섯 살 된 제이크 오웬를 뒷좌석에 태우고 운전 중이었는데 SUV를 몰던 20대 청년 데빈 매키버가 휴대폰을 사용하느라 앞을 보지 못하고 뒤에서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추돌 사고로 제이크가 숨졌으나 당시 법규로는 통화 중 운전하면서 사망사고를 내도 가중처벌 법규가 없어 매키버는 벌금 1000달러만 내고 풀려났다. 이에 분노한 엄마는 아들과 같은 희생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통화 중 사고를 음주운전 사고처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법 개정 운동을 시작했다.

비영리 재단을 만들어 여론에 호소하고 지역구 출신 의원들을 설득하는 등 캠페인을 벌였다. 부모들을 중심으로 압도적인 지지 여론이 형성됐고, 이런 여론에 힘입어 법안이 마련됐으며 공청회를 거쳐 상·하 양원을 통과하고 마침내 ‘제이크 법’이 발효됐다.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의 상처를 통해 법이 발효되기까지 약 3년의 시간이 걸렸다.

우리나라에서도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부모들은 유사한 사고로 자녀들과 같은 희생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여론에 호소하고 국회의원들을 설득하는 등 오랜 시간 노력함으로써 마침내 지난해 11월 7일 ‘세월호 특별법’을 어렵게 통과시킨 사례가 있다.

또한 어머니들의 안전 지킴이 노력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녹색어머니회’를 들 수 있다. 초등학교 학부모 모임인 녹색어머니회는 경찰청 비영리 민간협력단체로, 등·하교 때 어린이 교통안전지도 봉사를 목적으로 1996년 설립되어 17개 광역시도 및 시군구별 지회와 학교에 50여만 명 이상이 가입되어 자율로 운영되고 있다. 녹색어머니회 회원들의 연중 교통안전 자원봉사로 인해 최근 5년간 어린이 교통사고 특히 등·하교 시 스쿨존(school zone)에서의 교통사고가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머니는 가족의 안전에 민감하고 예방에 철저한 존재다. 이러한 어머니가 안전과 예방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면, 대형 참사를 미연에 방지하는 아이디어 개발과 제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어머니들의 실생활에서의 안전의식과 국가의 재난안전 대책이 접목된다면 재난안전 관련 산업 활성화는 물론 우리 주변도 함께 안전해지는 사회가 될 것이다. 새해에는 재해·재난으로부터 안전한, 행복한 사회가 이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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