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여성특위 구성… “여야 의원들 여성 의제 다루고 여성 일자리 정책 보강”

 

한명희 서울시의원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다양한 저력은 여성들에게서 나온다”며 “그런데 부침이 심해 걱정이다. 어떤 집행부가 들어서느냐에 따라 여성 우대 제도가 있다가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명희 서울시의원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다양한 저력은 여성들에게서 나온다”며 “그런데 부침이 심해 걱정이다. 어떤 집행부가 들어서느냐에 따라 여성 우대 제도가 있다가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명희(63·강서4) 서울시의회 의원의 사무실은 온갖 서류 더미가 가득했다. 상임위인 환경수자원위 자료와 예산사업별 설명회 책자 등이 수북했다. 30년간 노동운동과 여성운동을 해온 이력답게 서가에는 ‘젠더 트러블’ 같은 페미니즘 책들도 꽂혀 있었다.

“재선이 되니 일할 맛 나네요.” 둥그런 안경테를 쓰니 인상이 푸근해 보였다. 외모는 따뜻해 보여도 정치판에서 강단만은 밀리지 않는다. 특히 여성 정치인 목소리를 대변할 때는 더 그렇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해 4월 중앙당 창당대회를 갖고 공식 출범하던 날 ‘여성 의무공천 30% 당헌에 반영하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행사장에서 한 시간 동안 1인 시위를 벌인 것도 그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당당하고 멋있었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당 지도부 코앞에서 그러려니 상당히 뻘쭘했죠(웃음).” 그는 야당 시의원들의 ‘누님’이면서도 돌직구 스타일로 소문나 있다.

이런 노력이 쌓여 당헌에 ‘ 지역구 30% 이상 여성 의무공천’이 명문화됐으나 현실에선 여성 공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민주화운동의 한복판에 있었던 486 의원조차 여성 공천을 요청하자 “내 지역구에서 왜 해야 하느냐”며 화를 냈다고 한다. 그를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 기초·광역 여성 출마자들은 지난해 6·4 지방선거 당시 “여성 의무공천 30%를 이행하라”고 촉구하며 당사에서 밤샘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당초 강서4 지역구는 안철수계 몫으로 단수 공천됐다. 그가 재심 신청을 넣으면서 ‘한명희 구출 드라마’가 벌어졌다. “재심위원장인 인재근 의원과 유승희 의원이 구조대 역할을 했어요. 유 의원은 새벽 2시부터 최고위원회 회의장 바깥을 세 시간 넘게 오가며 압력을 가해줬지요.”

권리당원 경선 과정도 첩첩산중이었다. “벼랑 끝에 선 심정”이었단다. 그런데 최종 득표수가 기대 이상이었다. 여기에 여성 가산점을 받으면서 공천자로 최종 확정됐다.

“정당에선 여성 의원을 내지 않으려고 거세게 저항하더군요. 여성은 꼼꼼하고 치밀한 데다 불의를 보면 못 참는 편이죠. 그래서 여성을 자꾸 빼려는 거죠.” 한 의원은 “내가 들어가면 무서운 감시자가 들어온다며 환영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여성지방의원협의회 공동대표, 서울시의회여성의원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올 상반기에 여성 특위를 만들어 여성 의제를 다루고 여성일자리 정책을 보강하는 방식으로 성과를 내볼 구상이다.

그는 일자리와 복지 전문가다. 특히 여성과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 실속 있는 생활정치를 해나가는 데 관심이 높다. 이와 함께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복귀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강서구는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중 임대아파트가 가장 많고 주거 편의시설이 취약하다. 취약계층과 중산층이 더불어 잘사는 정책 개발이 절실하다. 그는 “SH공사가 임대아파트 경비원들을 비용 부담으로 줄였는데 보완책으로 어르신 돌봄노동을 하는 여성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주거서비스를 개선하면 임대아파트의 부정적 이미지도 희석시킬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서울형 도시재생 개발과 관련해 “가전제품, 휴대폰 등 실생활에서 접하는 제품을 재활용하는 재생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강변 물을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수력발전소를 만들자고도 제안했다.

 

한명희 서울시의회 재선 의원은 야당 시의원들의 ‘누님’이면서도 돌직구 스타일로 소문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해 4월 중앙당 창당대회를 갖고 공식 출범하던 날에는 ‘여성 의무공천 30% 당헌에 반영하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행사장에서 한 시간 동안 1인시위도 벌였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명희 서울시의회 재선 의원은 야당 시의원들의 ‘누님’이면서도 돌직구 스타일로 소문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해 4월 중앙당 창당대회를 갖고 공식 출범하던 날에는 ‘여성 의무공천 30% 당헌에 반영하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행사장에서 한 시간 동안 1인시위도 벌였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그는 시의회에 입성한 후 강서구 내 공원에 힐링여가센터를 짓기 위한 예산을 확보했다. 한 의원은 “공원에서 산책한 후 힐링여가센터에 마련된 요가나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건강한 여가문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변에 세울 암벽체험장 예산(3억원)도 확보했다. 그는 특히 환경 분야에서 여성일자리가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실개천 보호 활동도 여성들이 많이 하는데 무보수 자원 활동을 상설 일자리로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자치 20주년을 현장에서 맞은 그의 소회는 어떨까. “굉장히 부침이 심한 것 같아요. 어떤 집행부가 들어서느냐에 따라 여성 우대 제도가 있다가 없어지니까요.” 사회가 보수화됐고 운동권도 야성을 잃었다. ‘답이 안 보이는 세상’에서 개인의 삶은 ‘폭발 일보직전’이다. 예전에는 운동이라도 했지만 바둑판처럼 짜여 있는 요즘 세상에선 소수에게 부가 집중되고 나머지 절대다수는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방정부가 예산이 없다는 게 큰 문제예요. 서울시도 무상보육을 하고 나선 예산이 없어요. 무상보육에 5000억원 이상 부담하니 다른 사업을 할 여력이 없어서 예산을 만드는 데 진통이 따르고, 구의회가 예산 심의를 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가 됐어요.” 그는 “새누리당이 기초의회를 없애자는 것은 의회를 독식하는 것도 모자라 의회가 없는 자치단체를 운영하겠다는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한 의원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다양한 저력은 여성들에게서 나온다”며 “이는 곧 생활정치, 살림정치를 없애겠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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