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JPG

이지영/'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편집위원. '여성환경연대' 회원

지난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모유 내 다이옥신 다량검출 발표는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다이옥신

하루섭취허용량(TDI)인 체중 1㎏당 4pg의 24∼48배에 달하는 가공할

수치의 양이다. 미국의 허용량(1kg당 1pg)에 비교한다면 100배가 넘는

수치이다. 다이옥신은 독극물인 청산가리보다 수천 배에서 수십만 배

나 독성이 강하며 체내에 들어와서도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먹이사슬

을 통해 몸안에 쌓인다. 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인체 내 축적량이 많아

지고 태반과 모유를 통해 모체에서 태아와 유아에게로 전달된다. 우리

미래의 희망인 우리 아이들은 농축된 다이옥신 덩어리를 주식으로 삼

아 자라나고 있다.

다이옥신 외에도 DDT의 변형물질인 DDE가 유방암 환자를 통해 다

량 발견되었다. 1960년대 우리 농가는 ‘잘 살아 보세’라는 미명하에

미국에서 수출된 악명 높은 DDT를 화초에 물 주듯 온 땅에 뿌려 왔

었다. 물론 이제는 금지('71년)되었지만 그 효과가 이제 명확히 드러나

고 있는 것이다. DDT는 반감기가 무려 40년이나 되는 환경호르몬이

다. 물론 그대로 놔두었을 때 40년이다. 출산을 통해 언제까지 우리 후

손들에게 전달될 지 모르는 일이다.

식약청과 전문가들은 ‘그래도 모유가 나아..., 염려할 수준은 아닌

듯...’이라는 습관적 변명으로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문제는 모

유, 분유의 취사 결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물론 모유가 이 정도라

면 같은 환경에 살고 있는 젖소라고 깨끗한 우유를 생산할 리 없다.)

모유의 중요성과 다이옥신의 반감기, 수유의 단기성(6개월)을 들어

‘다이옥신 모유’를 ‘아무 문제없이’ 받아들이려는 정부와 학계의

태도는 ‘새천년 새한국 이제 우리의 미래는 없다’를 천명하는 것이

며, 케케묵은 ‘모유 성선설(?)’을 들어 다시 여성들에게 가정적 의무

를 지우고 핵심 현황 문제인 환경문제를 회피하려는 이중적 의미의 가

부장적 발상에 다름아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후생성의 ‘다이옥신 모유’ 발표 이후 일대의

공황상태가 빚어졌고 대논쟁이 일어났다. 컵라면 용기에 환경호르몬

물질이 녹아 나온다는 보도 후에 업계와 학계가 격돌했으며 소비자들

의 동요와 환경단체들의 비판으로 업계는 용기 재료를 종이로 바꾸기

시작했다. 대형수퍼 등에서는 업무용 포장랩을 태워도 다이옥신이 나

오지 않는 비염소계로 대체했다. 백화점에서는 프탈산 에스테르를 포

함한 염화비닐제 어린이 장난감 원료들을 바꾸고 있다. 폴리카보네이

트로 만든 학교 급식용 식기에서 비스페놀A가 녹아 나왔다는 지적이

나오자 당장 207개 지자체가 사용중지 방침을 세웠다. 세계자연기금

(WWF) 보고서에 의하면 모유에서 발견된 몇몇 독성물질은 암을 유발

하거나 면역체계를 손상시킬 수 있으며 또 다른 물질들은 인체 호르몬

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한다고 한다. 우리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사실들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런 사실을 ‘아직 확실치 않다’는 미

명하에 숨겨둘 것인가.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

다. 아니 다이옥신이 검출되는 쓰레기 소각장의 건설을 당장 중지해야

한다. 환경호르몬이 나오는 플라스틱 젖병과 장난감과 포장재 생산을

당장 중지해야 한다.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너무도 많다. 대책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생명이 달린 문제에 우리는 너무도

태연자약하다. 경제성장을 이룩한 ‘빨리빨리’라는 한국인의 별명이

무색하게도 말이다.

썩은 냄새가 나는 우리 몸 속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자라고 있다.

‘밀레니엄 베이비’, 그 축제가 끝나기도 전에 말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