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전자발찌법 도입, 치료감호법 개정에 기여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심리학 교수가 됐으면 인생을 품위 있게 살았을 것”이라며 “험한데 와서 험한 연구를 했다. 요즘도 교도소에 가면 ‘어, 여자다’ 하면서 날 구경하러 오더라”며 웃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심리학 교수가 됐으면 인생을 품위 있게 살았을 것”이라며 “험한데 와서 험한 연구를 했다. 요즘도 교도소에 가면 ‘어, 여자다’ 하면서 날 구경하러 오더라”며 웃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제가 과연 자격 요건이 있는지 고민되더군요.”

이수정(51)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겸손하게 말했지만 폭력범죄 심리 분야에서 그만큼 두드러진 활약을 해온 학자도 흔치 않다.

그는 대법원 전문심리위원, 대검찰청 성폭력대책위원회 위원으로 전문가 참여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전문가 참여제란 피해자의 진술 능력이 떨어져 사건이 표류하지 않도록 전문가들이 가해자의 혐의를 입증하는 의견서를 써주는 제도다. 25년간 작업공구로 무차별 폭력한 남편을 살해한 윤필정씨 사건에선 전문가로 법정 증언을 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또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평가위원, 한국여성심리학회 회장 등을 맡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독자들에겐 방송과 TV에서 폭력 범죄의 배경을 분석해주는 학자로 낯익다. 그는 “1년에 언론사 전화를 받는 횟수가 365번은 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심리학 교수가 됐으면 인생을 품위 있게 살았을 겁니다. 험한 데 와서 험한 연구를 했어요. 덕분에 사람들이 알기 어려운 희귀한 데이터를 얻은 거죠. 사이코패스들도 만나다보니 범죄에 대한 이해가 넓어졌어요.” 그는 “요즘도 교도소에 가면 ‘어, 여자다’ 하면서 날 구경하러 오더라”며 웃었다.

그 역시 워킹맘으로 박사과정 당시 경력이 끊어질까 전전긍긍했다. “학교를 세 곳이나 다녔어요. 시카고대에서 아이오와대로 옮겼다가 연세대에서 최종 학위논문을 썼죠.” 박사과정을 못 마치고 변호사인 남편을 따라 1남1녀를 데리고 한국에 왔을 때는 불안했다. 다행히 경기대에서 교편을 잡았다. 교정학과가 있는 이 대학 교수로 임용된 것이 폭력범죄 연구에 빠진 계기가 됐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대법원 전문심리위원, 대검찰청 성폭력대책위원회 위원으로 전문가 참여제에도 열심이다. 25년간 작업공구로 무차별 폭력한 남편을 살해한 윤필정씨 사건에선 전문가로 법정 증언을 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대법원 전문심리위원, 대검찰청 성폭력대책위원회 위원으로 전문가 참여제에도 열심이다. 25년간 작업공구로 무차별 폭력한 남편을 살해한 윤필정씨 사건에선 전문가로 법정 증언을 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당시 전국 교도소 수감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전과 10범이 넘는 사람이 꽤 많았어요. 미국은 ‘스리 스트라이크 아웃’이라고 해서 강력범죄를 3회 저지르면 사회 복귀가 어려워요. 그런데 한국에선 성범죄를 열세 번이나 저지른 범죄자도 있더군요. 이들의 형량이 왜 2년밖에 안 되는지 의문이 들었어요.” 심지어 2년 만에 출소한 후 6개월 내 재범을 저지르는 성범죄자도 있었다. 외국 형사정책에 해답이 있을 것 같아 텍사스주립대 교환교수로 나갔다. 이런 연구의 산물로 전자발찌법 도입과 치료감호법 개정에 기여할 수 있었다.

“성범죄 형량은 과거보다 늘어나고 법률도 많이 생겼어요. 형사정책도 2000년대 초보다 촘촘해졌으나 퇴치되진 않았죠.” 혜진·예슬양 사건 이후 최근 수년 새 성범죄자의 화학적 거세를 합법으로 여길 만큼 강력한 법제도가 만들어졌다. 그의 입장은 뚜렷하다. 성범죄는 징벌적 형사정책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정년퇴임하면 폭력 범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계몽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그는 “발기가 되지 않는다고 폭력성이 사라지지 않는다. 사회에 복수하고 싶다는 삐뚤어진 생각이 폭력성을 가져온다”며 “가정과 학교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하지 않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천성 범죄자(born criminal)’라는 범죄학 용어가 있어요. 태어날 때부터 잔인한 성향을 지닌다는 거죠. 하지만 제가 만난 범죄자들은 그렇지 않았어요. 서구와 달리 유전적 형질이 비슷한 동양 사회에선 결핍이 폭력범죄 누범자를 양산합니다. 가정교육이 성평등 감수성을 높이는 데 큰 영향을 주거든요. 폭력범죄자 중에선 어렸을 때부터 결손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이 많았어요.”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