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서 태양빛을 제일 먼저 받아들이는 두 개의 섬이 있다. 하나는 울릉도와 독도이고, 또 하나는 러시아 연해주 영역에 있는 페트로프 섬이다. 사진은 눈 덮인 독도. ⓒ뉴시스 ·여성신문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서 태양빛을 제일 먼저 받아들이는 두 개의 섬이 있다. 하나는 울릉도와 독도이고, 또 하나는 러시아 연해주 영역에 있는 페트로프 섬이다. 사진은 눈 덮인 독도. ⓒ뉴시스 ·여성신문

밝은 해가 떠오르는 동쪽으로부터 빛이 비치면 하루가 시작되고 한 해가 열리며 새로운 문명기도 펼쳐진다.

우리의 역사 영역인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서 동쪽 바다로 나아가면 사람들이 살면서 바다로부터 떠오르는 태양빛을 제일 먼저 받아들이는 두 개의 섬이 있다. 하나는 남쪽에 있는 울릉도와 독도이고, 또 하나는 러시아 연해주 영역에 있는 페트로프 섬이다.

울릉도와 페트로프 섬은 동해의 바람과 대륙의 바람을 맞는 그 자연환경이 같아서 생태계도 유사하다. 그리고 바닷길이 연계돼 있어서 서로 소통이 가능한 위치에 남북으로 마주하고 있다. 울릉도는 남한의 영역에 있음으로 우리에게 항상 동해의 상징으로 그 역사성을 분명하게 유지하고 있으나 페트로프 섬은 현재 러시아 영역에 있음으로 우리 역사에서 사라져버린 점이 다르다.

페트로프 섬에는 돌로 쌓은 성곽이 있는데 일부가 바다에 잠겨 있어서 지금도 바다 밑에서 그 성곽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신비로운 곳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곳은 러시아의 항구인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다시 동북쪽으로 하루를 더 가야 하는 교통이 매우 불편한 곳이었다.

페트로프 섬으로 가는 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육로로 10시간 이상 소요되는 자동차 길은 비가 내려서 길이 끊겨 갈 수 없었고, 16시간 걸리는 뱃길도 타진했으나 안개가 끼어 출항이 어려워 떠나지 못한 일도 있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페트로프 섬 답사를 위해 힘들게 헬리콥터를 띄웠다. 그러나 정작 그곳에 다달았을 때에 순간적으로 안개가 짙게 피어올라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안개로 인해 헬리콥터가 착륙할 수 없었기에 섬을 내려다보지도 못한 채 회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 페트로프 섬의 상공을 두어 바퀴 돈 후 돌아가려 할 때에 순간적으로 안개가 걷히면서 푸른 동해에 파란 녹색의 둥근 섬이 뚜렷하게 떠 있는 정경이 시야에 환하게 들어왔다. 안개가 걷힌 순간을 이용해 어렵게 착륙하여 우리는 그 섬을 10분간 대면할 수 있었다. 또다시 안개가 몰려오기에 급히 떠나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잠깐 모습을 보여주었던 페트로프 섬에 다시 발을 디뎌놓은 것은 2년 후였다. 2년 후에야 지금은 바다에 잠겨버린 1000년 전의 시설을 확인했고, 섬 주변에 석성을 쌓아 방호했던 우리나라 선인들의 바다 경영 역사 현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섬에서 우리는 해저에 깔려 있는 성게를 주워서 바로 먹었고 다시마를 손으로 뜯어 라면에 함께 끓여 먹기도 했다. 그러한 우리의 움직임을 수면에 얼굴을 빼꼼히 내놓은 물개들이 가까이서 바라보고 있었다.

역사 유적의 주변에 자연만이 살아있는 듯한 정경은 가장 아름답고 신선했다. 그곳에서는 먼 서쪽 지방 모스크바에서 배낭 하나만 메고 온 진취적인 청년을 만나기도 했다. 그곳은 아시아 동쪽 끝이지만 여전히 다양한 문화가 만나는 곳이었던 것이다.

이제 동쪽에서 서진하며 우리 문화의 원류를 찾아보는 동세서점의 새로운 문화가 시작된다. 새해에는 고조선·고구려·발해의 섬이었던 페트로프 섬을 다시 밟고 싶다.

아무도 찾지 않는 그 섬을 다시 가야만 하는 이유는 여성들이 편안한 곳만 찾는다면 아름다운 미지의 섬을 찾을 수 없고 풍요로운 미래를 꿈꿀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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