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앞두고 남녀동수정치 실현 ‘화두’… ‘을들의 당나귀 귀’ 팟캐스트 ‘눈길’

을미년 새해를 맞은 여성단체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지속가능한 여성운동을 위해 내부를 강화하고 외연을 넓혀 성평등한 한국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다. 특히 올해는 베이징 세계여성대회 20주년이 되는 해이자 유엔 새천년개발목표(MDGs)가 끝나는 해다. 여성단체들마다 새로운 여성 발전 청사진을 내놓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스토킹 처벌법 제정 등 법제도를 바꾸는 여성운동도 이어간다. 특히 ‘을’인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실시간 중계하는 팟캐스트가 선보일 예정이다. 일부 단체는 1월 총회에서 인준을 받아야 확정되기 때문에 지면에 미처 싣지 못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3·8 세계 여성의 날’ 행사
한국여성단체협의회 ‘3·8 세계 여성의 날’ 행사

한국여성단체협의회

3월 유엔 CSW에 대표단 파견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올 한 해 여성과 아동인권 보장을 위해 국제사회 공조 강화에 나선다.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 세계여성단체협의회 등 국제네트워크를 활용해 포스트(Post) 2015 체제에 성평등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 목표가 담길 수 있도록 여론을 이끌 계획이다.

새천년개발목표(MDGs)는 2000년 유엔에서 채택된 의제다. 2015년까지 빈곤을 반으로 줄이자는 약속으로 국제사회가 처음 합의한 세계 공통의 개발 목표다. MDGs가 끝나는 올해 전 세계는 2016∼2030년 새로운 국제개발 목표에 합의할 예정이다. 유엔이 추진할 새로운 목표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로 명명됐다. 김정숙 회장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여성역량 강화를 위해 세계 여성계와 힘을 합쳐 실효성 있는 성평등 전략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당장은 3월 열리는 제59차 유엔 여성지위위원회에 대표단을 보내고 워크숍도 연다. 오는 5월에는 세계여성단체협의회 총회와 국제포럼에 참가한다.

특히 내년 총선에 대비한 선거제도 개편과 여성공천 의무할당제 확대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여성인재 풀 구축과 여성 영 리더(Young Leader) 육성 프로젝트도 주목된다. 이와 함께 통일·환경·미디어·소비문화 캠페인과 세미나를 통해 여성들이 우리 사회 이슈에 대해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갈 수 있도록 힘쓸 방침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여성 공약 이행 촉구’ 시위
한국여성단체연합 ‘여성 공약 이행 촉구’ 시위

한국여성단체연합

“젠더 의제를 사회 의제로” 여론 이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해 진행한 ‘베이징+20과 포스트 2015, 젠더관점에서 본 한국사회의 변화’ 사업을 통해 지난 20년간의 여성운동 성과와 한계를 점검하면서 새로운 방향 찾기에 나섰다. 올해는 여성운동 담론 재구성, 지속가능한 여성운동을 위한 조직 강화, 사회운동의 전 영역에서 현안 대응 강화에 힘쓸 방침이다.

여성연합의 문제의식은 이렇다. 지금은 여성발전을 위한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하고, 성인지 정책의 실효성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경제위기로 생긴 사회적 박탈감이 여성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과 혐오로 뻗어나가는 바람에 여성운동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차옥경 사무처장은 “특히 양성평등기본법으로 마치 성평등이 여성과 남성 간 기계적인 평등, 성별로 공평한 지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오인돼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성연합은 여성운동의 방향 찾기를 구체화하기 위해 정책사업, 인권사업, 사회권사업, 성평등연구소 등 모든 사업영역에서 성평등 전략 강화와 젠더정의 실현, 젠더복지국가 실현을 꾀하고 젠더의제를 사회의제로 넓힐 수 있도록 여러 영역의 여성운동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토론과 모임을 만들 계획이다.

또 회원단체나 다양한 여성운동 진영과 소통하고 시민사회와의 연대도 탄탄히 다질 방침이다. 박 처장은 “정치·사회·경제 개혁과제 등에 대한 현안 대응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여성경영자총협회 김순옥 회장
한국여성경영자총협회 김순옥 회장

한국여성경영자총협회

‘여성과 경영’ 포럼 격월 개최

한국여성경영자총협회는 지난 93년 창립된 여성 경영자들의 경제단체다.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여성 기업이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와 관련기관과의 정보 교류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여성 경영인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학술 모임, 토론회, 강연회 등 생산적인 정보 공유와 협력에도 열심이다. 여성의 능력을 개발해 여성 경영인들의 성공을 꾀해야 국가 발전의 동력이 마련된다는 인식에서다.

김순옥 회장은 “여성 경영인들은 척박한 환경에서 성공 신화를 만들어왔다. 이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곳이 여경총”이라고 말했다.

올 한해도 여경총은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여성과 경영’ 포럼은 오는 3월부터 두 달에 한 번씩 이어간다. 이달에는 ‘여성과 경영’도 낼 계획이다. 오는 5월에는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 워싱턴컨벤션, 8월에는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행사에 참가한다. 오는 10월에는 한상대회에 참가하고 사회단체와 연계해 탈북여성멘토링 행사도 연다.

창립기념식 행사는 오는 6월 치러진다. 9월에는 군장산업단지 시찰, 11월에는 장관초청 정책포럼, 사회단체와 연계한 장애인 돕기 자선행사가 마련돼 있다.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여성리더스포럼’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여성리더스포럼’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원단체 네트워크 지원… 융합워크숍도

여성 과학기술인들도 올 한 해 할 일이 태산이다. 이공계열 여대생은 아직 30%를 넘지 못하고, 공공연구기관의 여성인력이나 여성 보직자 비율이 5~10%에 불과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과학기술 분야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남성의 절반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심한 수준의 성별 격차다. 과학기술 분야의 우수 인력을 얼마나 활용하느냐가 국제경쟁력의 관건인데 우리나라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기 때문이다.

한국여성과총은 올 한 해도 여성과학기술단체 네트워크 지원에 변함없이 힘쓸 구상이다. 여성 과학기술인들이 똘똘 뭉쳐야 시너지 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백희영 회장은 “단체 지원 사업부터 회원단체 융합워크숍, 국제협력, 여성리더스포럼, 포상 발굴 사업까지 두루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과학기술계의 융합과 소통은 주요 과제다. 창조는 다양성의 융합을 통해 비로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한국여성과총은 재외한인여성과학기술단체 융합 협력, 젠더혁신분석 단체융합 사업에 힘쓸 구상이다. 여성과학기술계의 중장기 실천 방안을 연구하고 사회안전과 과학기술복지 연구개발(R&D) 성과도 퍼뜨릴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공학 분야 연구개발 과제에서 젠더혁신분석 확산 기반도 다질 방침이다. 백 회장은 “선진국에선 과학기술 분야의 기초연구에 젠더(gender) 이슈를 적극 배려하고 있다”며 “여성들을 과학기술 연구의 담당자나 대상자로 참여시켜야 연구의 질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 ‘전국여성노동자대회’
한국노총 ‘전국여성노동자대회’

한국노총 여성위원회

여성노동자 고용 안정에 주력

올 한 해 한국노총 여성위원회는 여성노동자들의 고용 안정과 좋은 일자리 만들기, 조직 내 여성대표성 높이기 등을 주요 목표로 다양한 활동에 나선다. 이를 위해 정부의 여성정책과 여성고용정책에 견제와 비판을 확실히 해나갈 구상이다.

김순희 여성본부장은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가 고용률 70% 제고인 만큼 여성 고용률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져야 한다”며 “경력단절 예방과 좋은 일자리 창출에 혼신의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아버지 육아휴직 할당제, 육아기 단축근무제 등 일‧가정 양립정책이 노동현장에서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법제도 개선에 힘쓸 방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인 남녀임금 격차를 줄이고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 여성노동자들을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특히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김 본부장은 “여성비정규직이 현재 전체 여성노동자의 3분의2 이상을 차지한다”며 “이들의 처우 개선과 정규직 전환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예년처럼 여성의 노조 내 참여를 늘려 여성대표성을 높이는 데도 주력할 방침이다.

 

한국여성의전화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행사
한국여성의전화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행사

한국여성의전화

스토킹 처벌법 제정의 원년으로

“반(反)여성폭력 과제가 선언과 상식으로만 남아 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 같은 인식 아래 올 한 해도 반(反)여성폭력 과제 해결을 위해 정책·연구 사업에 힘쓸 구상이다. 스토킹 처벌법 제정부터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사각지대 해소, 개정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모니터링,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이는 마을모델 만들기까지 해야 할 일의 목록은 길다. 이뿐 아니다. 반여성폭력통합법 연구와 가정폭력 생존자들의 자립 모델 만들기, 여성노인 공동체 연구, 성평등한 연금 모델 연구 등도 새해 계획표에 들어 있다.

정춘숙 상임대표는 “한국여성의전화를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도록 플랫폼을 넓히겠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누구나 나이는 든다, 나에게 힘을 주는 경제 이야기, 사랑에도 공부가 필요하다, 여성주의 집중 아카데미, 움직이는 정치학교 등 경제와 페미니즘, 데이트 폭력 등을 주제로 다양한 교육도 해 나갈 구상이다.

올해 아홉 번째를 맞는 여성인권영화제에도 더욱 기대가 쏠린다. 올해는 5개 지역에서 여성인권영화제를 열고, 영화제 아카이브도 만들 계획이다. 데이트폭력 근절 캠페인을 비롯해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가정폭력 방지 동화책 제작, 여성인권운동 온라인 박물관 오픈 등도 을미년의 과제다. 정 대표는 “단단하고 지속가능한 여성운동을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여성정치연구소 ‘동수정치토론회’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여성정치연구소 ‘동수정치토론회’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여성정치연구소

남녀동수 실현 위한 유권자 교육 힘써

한국여성정치연구소는 새해 계획으로 여성 20% 대표성 확보를 위한 남녀동수 정치참여를 내세웠다. 올해 슬로건도 ‘남녀동수에 날개를 달자’로 정했다. 구체적으로는 20대 국회 여성 후보자 발굴과 교육, 남녀동수정치 실현을 위한 여성유권자 교육, 국회 여성 보좌진 양성교육, 여성정치박람회 개최 등을 위해 바삐 뛰게 된다. 김은주 소장은 “유권자를 대상으로 남녀동수 정치의 의미를 교육하고 유능한 여성 후보자를 발굴할 것”이라고 새해 설계를 내놨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올해도 ‘남북 여성이 함께 배우는 민주주의칼리지’를 어김없이 이어간다. 평화하나 여성둘 포럼, 남북 여성 대화마당을 통해 남북 여성의 자매애를 다져나가고 있다. 민주주의 칼리지는 탈북 여성들에게 민주주의 가치를 교육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2012년 4월 시작돼 벌써 4년째다. 권위 있는 강사진의 특강을 듣고, 사례 연구를 통해 서로 같고도 다른 남북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를 통해 남북 여성들의 가치관 차이를 인식하고, 이를 좁혀나가는 시간이 됐다.

김 소장은 “통일 준비는 바로 민주주의를 깊이 있게 다져나가는 것”이라며 “남한 여성과 탈북 여성들이 모여 차이와 다양성의 인정, 배려와 관용의 정신에 기초한 시민적 덕성을 함양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전했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 ‘한국여성장애인대회’
한국여성장애인연합 ‘한국여성장애인대회’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성폭력상담소 운영… 폭력예방교육 주력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의 올해 슬로건은 ‘우리 안의 힘! 여성 장애인’이다. 유영희 상임대표는 “여성 장애인 사회참여 확대와 조직력 강화를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여성 장애인들의 사회참여를 늘리려면 이들의 역량을 높이는 게 우선이다. 이 단체가 ‘개개인 세력화’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역량강화 교육에 애쓰는 이유다. 여성 장애인들은 폭력에 가장 무방비로 드러나 있다. 여성이자 장애인으로 이중 편견에 시달린다. 유 대표는 폭력 근절운동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성폭력·가정폭력 상담소를 운영하고 폭력예방 교육에도 적극 나설 구상이다.

모성권은 엄마라면 누구나 갖는 권리다. 여성 장애인에겐 더욱 절실하다. 이 단체가 오랫동안 여성장애인의 임신·출산·육아 등 모성권 확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공론화시켜 왔으나 여성 장애인 출산지원 정책에 대한 정부 정책은 아직 갈 길이 까마득하다. 정부가 저출산 정책을 많이 쏟아놓고 있지만 여성 장애인의 모성권은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올 한 해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은 서울시 저소득 여성 장애인 출산 지원 2차연도 사업에 주력할 구상이다. 여성 장애인 임신·출산·육아 사례집을 내고 가이드북도 배포한다. 올해로 열네 번째를 맞는 한국여성장애인대회에는 전국 여성 장애인 4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인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여성노동독립선언’
한국여성노동자회 ‘여성노동독립선언’

한국여성노동자회

‘젠더포럼과 사회정의’ 연구포럼단 운영

2017년 대선을 앞둔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올해 여성노동정책 새판 짜기를 위한 ‘젠더 평등과 사회정의’ 여성노동포럼을 연다. 정문자 상임대표는 “여성노동정책이 꽤 큰 성과를 냈는데도 여성노동자들에겐 이런 제도가 그림의 떡”이라며 “여성은 생계보조자라는 사회적 통념으로 저임금과 비정규직이 정당화되고 있다. 젠더 평등이 사회정의와 불평등 해결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공감대를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함께 ‘젠더포럼과 사회정의’ 연구포럼단을 만들어 본격 활동에 나선다.

‘을들의 당나귀 귀’ 팟캐스트도 주목된다. 드라마 ‘미생’이나 영화 ‘카트’처럼 노동 문제는 자연스레 대중문화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상사의 뒷말부터 해고 투쟁까지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겠다는 것이다. 누구나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는 팟캐스트의 파급력이 여성노동 이슈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정규 방송은 매년 네 차례, 비정규 방송은 수시로 진행된다.

가사노동 ‘계약서를 씁시다’ 캠페인도 눈길을 끈다.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가정관리사협회는‘가사서비스 노동 기준을 세우자: 계약서를 씁시다’ 연구 내용을 토대로 올 한 해 주먹구구식 가사서비스 제공 관행을 바꾸기 위해 계약서 쓰기 운동을 벌일 방침이다. 6월 16일 국제가사노동자의 날을 기념해 계약서 쓰기 사업 선포식을 갖는다. 이와 함께 가사노동 업무 매뉴얼 책자도 배포한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