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주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차장검사
존스쿨 제도 도입한 여성·아동 분야 전문가
아이 넷 키우며 22년 검사 생활한 열혈 워킹맘

 

“동기들보다 많이 부족한 제게 이런 상을 주시는 것은 가정과 직장 생활을 병행하는 선배로서 좋은 롤 모델이 되라는 당부 같아요.”

‘미래를 이끌어갈 여성지도자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이영주(48·사법연수원 22기) 부천지청 차장검사는 거창한 수상 소감 대신 “잘한 게 없다”며 연신 몸을 낮췄다. 하지만 이 차장검사는 22년간의 검사 생활 동안 가정폭력과 성폭력 등 여성·아동 관련 사건을 다루어온 전문가다. 가정폭력범죄처벌특별법 제정 이후 검찰 최초 가정폭력 전담검사로 근무하면서 처분 전 가정폭력 범죄자 심리평가를 시범 실시했고, 수원지방검찰청 근무 당시엔 심리학자와 함께 가정폭력 가해자의 특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등 가정폭력 범죄의 심각성을 알렸다. 특히 2003년 법무부 여성정책담당관 재임 때는 청주여자교도소에 보육시설을 설치하고, 서울고등검찰청에 보육시설 설치를 제안했다. 성구매자교육조건부기소유예 제도, 일명 존스쿨 제도를 도입한 것도 그때다. 2005년에는 범죄연구 자료집인 『여성과 법』을 13명의 여성 검사들과 함께 발간하기도 했다.

“처음 책을 내자고 제안을 하자, 조희진 검사장님을 비롯해 동료와 후배들이 참여했지만 만드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어요. 지금은 성폭력과 성매매 등의 문제를 엄단해야 한다는 인식이 많이 퍼져 있지만, 그때만 해도 여성폭력이 사회적 이슈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서적이 없었거든요.”

이 차장검사가 처음 검사로 발을 내디딘 1993년에는 여성 검사 선배가 세 명밖에 없을 정도로 여성 검사는 소수였다. 특히 검사로 임관한 동시에 첫아이를 임신하면서 검사 생활과 워킹맘 생활을 병행해야 했던 그에겐 소수자로서의 삶이 더욱 쉽지만은 않았을 터였다. 게다가 그는 2남 2녀를 낳아 키웠기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후 복귀에 대한 부담감도 예상됐다. 이 차장검사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치지 않고 지금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동료와 선배들의 배려와 조언을 꼽았다.

“제가 공무원이자, 신분 보장을 받는 법조인이기에 네 아이를 낳으면서도 계속 일하는 게 가능했던 것 같아요. 여성이고, 사회 경험도 많지 않아서 많은 혜택과 보호를 받았던 것 같아요. 특히 힘들 때마다 선배들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죠. 조희진 검사장님은 언니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늘 도움을 주셨어요. 지금은 진경준 인천지검 부천지청장님이 제가 잘 모르는 업무에 대해 가르쳐주시죠.”

선배들의 도움을 받았던 그가 이젠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선배가 됐다. 20년 전 130여명이던 여성 검사는 지금은 신임 검사 중 절반에 달할 만큼 그 수가 늘었다. 그 만큼 여성 검사들의 롤 모델이 될 선배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검사로서든, 또 다른 길이든 항상 어려움은 있어요. 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해야 성장하잖아요. 저도 힘이 들고 해결책이 안 보여 그만둘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다 한때더라고요. 동료들과 선배들과 의논하면 의외로 어려움이 쉽게 풀려요.”

그는 지난해 차장검사로 승진하고 인문학 책을 읽으면서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고 했다. “혈기 왕성한 검사 시절엔 피해자 입장에 서서 피의자 처벌에 대해서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피의자가 왜 그렇게 됐는지도 생각하는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됐다”고도 했다. 선배이자 여성 검사들의 롤 모델로서 사명감과 검사로서의 책무감이 엿보였다.

20년 넘게 한 우물만 판 이 차장검사의 꿈은 의외로 소박했다. 그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남편과 함께 손주들을 돌보고 싶다”고 했다. 네 아이를 도맡아 키워주신 시어머니에게 진 빚을 내리사랑으로 갚고 싶은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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