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사이버보안 ‘컨트롤타워’ 만들어야
여성들이 사이버보안 성장 동력
“자신의 꿈을 누구에게도 뺏기지 말라”

 

주대준(61) 카이스트 사이버보안연구센터 센터장은 30일 여성신문과 만나 청와대에서 정보통신처장, 행정본부장, 경호차장 등 30년 경험을 토대로 사이버보안에 대한 강력한 대비를 주문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주대준(61) 카이스트 사이버보안연구센터 센터장은 30일 여성신문과 만나 청와대에서 정보통신처장, 행정본부장, 경호차장 등 30년 경험을 토대로 사이버보안에 대한 강력한 대비를 주문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새해 벽두부터 사이버보안 문제로 시끄럽다. 지난해 1월 초 카드사 개인 금융정보가 해킹된 데 이어 연말 한국수력원자력 데이터센터 해킹, 미국 영화사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 해킹까지 사이버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1월 1일 소니 해커들이 언론사 해킹을 경고하는 등 해킹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문제다. ‘누가’ ‘왜’ 해킹을 하는지 궁금증은 커져가는데 말해주는 사람은 드물다. 지난 연말 도곡동 카이스트 빌딩에서 사이버보안 전문가 주대준(61·사진) KAIST(한국과학기술원·이하 카이스트)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주 교수는 사이버보안 문제에 대해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전산장교에서 전산실 프로그램개발팀장으로 청와대에 들어간 그는 전산 직능직에서 정보통신처장, 행정본부장, 경호차장까지 올랐다. 전무후무했다. 고위급인 경호차장으로 노무현·이명박 두 대통령을 모셨고 청와대에서만 30년 세월을 보냈다. 전산·통신·행정을 두루 겸비해 ‘경호의 과학화’에 일조했다고 평가를 받는다.

“최근 사이버 사고가 많이 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도 없고 법체계도 없어요. 말로는 국가 컨트롤타워를 얘기하는데, 말로만 하는 상황입니다. 청와대 내부에 사이버 관련 안보센터가 있어야 합니다. 사이버 사고 발생 후 현장에 뛰어가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가만히 보면 청와대나 국회의원 모두 눈을 감고 있습니다.”

사이버보안이 국가의 의무이자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나서서 법체계를 정비하고 사이버 관련 별도의 ‘안보상황실’을 만들어 평시에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자나 보안업체 등 민간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고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사이버보안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고 인식이 희박하다 보니 평시 주도적으로 대비하지 못했다.  

“지금 청와대에는 50여 개 부서에 비서관, 수석비서관 그 위에 장·차관급까지 60여 명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정책 비서진 중에 사이버보안 담당자는 한 명도 없습니다.”

사이버 전쟁은 소리 없이 진행 중

최근 한수원이 당한 해킹만 보더라도 과연 대비를 하다 당한 것인지 의문이라는 반응이었다. 해킹 패턴이 지난 디도스 대란과 흡사하다는 분석도 나왔고 좀비PC를 이용한 무차별 공격 방식만 빼면 대량 메일 살포를 통해 PC를 무력화한 점이 같다. 해킹 방식으로 거론된 APT(Advanced Persistent Target·표적 지능형 지속공격) 방식도 이미 IT전문가들 사이에선 알려진 방식이라 대비했다면 유출은 막을 수도 있었다. 

주 교수는 “이번 원전같이 전력과 가스·교통·국방 등 국가 기간시설이 동시다발적으로 해킹을 당했다고 가정하면 국가 혼란을 초월한 국가 전복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개인PC 한 대가 해킹돼도 금전은 물론 개인정보 유출까지 피해가 큰데 국가 기간시설이 허술하다면 그 피해는 어마어마하다.

그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몇몇 해킹 사례를 열거하며 대부분 해킹은 최소 몇 개월 전부터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3년 전 농협 계좌 해킹 사태도 그보다 한참 전에 외부에서 작업이 진행됐고 이번 원전 해킹도 “최소 6개월 전에 사전 정지 작업이 됐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소리가 안 들리고 보이지 않을 뿐이지 인터넷에선 사이버 전쟁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카이스트 교수로 간 후 많이 놀랐다고 했다.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카이스트에 사이버정보 보호 강의조차 없었다. 학생 1만 명, 교수 600명, 교직원 400명인 큰 규모의 대학이다. 그는 카이스트 교수로 부임한 2011년 정보보호 강의를 개설했다. 대외 부총장 직함까지 달게 되면서 내친김에 부임 7개월 만에 사이버보안센터까지 만들었다. 30년 청와대 정책 경험과 인맥을 총동원해 뛰어다니며 설득한 결과였다. 

 

주대준(61) KAIST 사이버보안연구센터 센터장은 30일 여성신문과 만나 청와대에서 정보통신처장, 행정본부장, 경호차장 등 30년 경험을 토대로 사이버보안에 대한 강력한 대비를 주문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주대준(61) KAIST 사이버보안연구센터 센터장은 30일 여성신문과 만나 청와대에서 정보통신처장, 행정본부장, 경호차장 등 30년 경험을 토대로 사이버보안에 대한 강력한 대비를 주문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00%는 없지만 대비해야 변종 막아

완벽한 대비책은 없는 걸까. 그는 “사이버보안에 관해 100% 방어는 없다”고 말했다. 한수원 사장이 최근 원전 사고 가능성이 100% 없다고 한 말에 대한 반박이기도 했다. 창과 방패의 모순처럼 아무리 방어를 해도 새로운 기술이 나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폐쇄적으로 전원을 차단하고 분리한다고 해도 결국 연동 업데이트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감염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일반 개인들도 사이버보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디도스 공격에서 보듯 내 PC가 부지불식간에 좀비PC로 악용될 수 있다. 해커의 조정 아래 다른 컴퓨터를 공격하는 총알로 악용되는 것이다. 피해자이지만 가해자가 되는 셈이다. 그는 “평소 자신의 PC 성능이 떨어지면 예의주시하고 정기적으로 체크하는 등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스마트폰 보안사고도 빈번해 무심코 받은 지인 이름의 인터넷주소(URL)를 눌러보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고. 그는 “지난해 모바일 보안사고만 2만 건 정도”라며 사이버상 사고가 다양한 형태임을 강조했다.

경남 산청 출신인 그가 열두 살 때 조실 부모한 뒤 친척집과 고아원을 전전했다는 말은 믿어지지 않았다. 자신감 있는 표정엔 독기보다 여유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좌절보단 미래를 그리며 살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지만 어릴적 고시 공부를 위해 절에서 보낸 1년이 지금의 자신을 만든 ‘잔뿌리를 내리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렇게 단단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었기 때문에 마음껏 뻗어나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녀들에게도 언제나 “딴짓을 해 보라고 권유한다. 많은 생각 속에서 결정적 한 방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의 아들은 카이스트 전산학과를 나와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연구하고 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새 성장 동력

그는 자신에게 닥쳐온 위기를 극복하며 좌충우돌하다 보니 “잡식성”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관심 분야가 넓다. 늦깎이로 들어간 대학에서 미래는 ‘정보화 시대’라는 말을 들은 뒤 컴퓨터에 집중했고 10년 동안 꿈꿔온 청와대에 들어간 뒤엔 ‘도대체 경호와 컴퓨터가 무슨 관계냐’는 질문에도 줄기차게 경호의 과학화를 주장했다. 1990년대 초 청와대 전산망에 ‘컴퓨터 바이러스를 특별히 유의해 주십시오’란 메시지를 올려놓자 몇몇 직원들이 바이러스에 옮을까봐 흰 장갑을 끼고 컴퓨터를 사용하던 시절이었다.

주 교수는 특히 여성들을 향해 ‘너가 그걸 한다고?’ 하며 누군가 꿈을 쫓으려 해도 빼앗기지 말라고 했다. 졸업 후 대기업 사이버보안 전문가로 활동하는 여성인력 등에 대해 “정말 대단한 분들”이라며 “이미 우리나라 전 분야에 여성들이 진출했듯 특히 사이버보안 분야는 끈기와 집념이 강한 여성들이 한다면 남성이 따라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스트 사이버보안센터 최고위 과정을 밟은 485명 중 여성은 10% 정도. 대부분 현직 전문가들이란 점을 볼 때 사이버보안 분야의 여성인력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그는 그런 점에서 “누구에게도 자신의 꿈을 뺏기지 말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들은 특유의 섬세함으로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핵심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살면서 문제가 없었을 때가 가장 위기였다”는 그는 지금의 사이버 위기 시대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이버보안 분야가 잠재성이 무한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해킹과 치료법이 나오는 과정이 계속 반복되지만 그 과정 속에 해결책도 있다는 것이다. 그의 책 제목 『왜 내가 못 해』 처럼 그는 또 새로운 꿈을 향해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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