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점 오픈 이후 18년 만에 국내 1위 달성
‘300% 원칙’ 고수하며 중국·동남아 시장 공략
“어머니는 인생의 스승…오늘의 나를 만들어”

 

 

“세계 1등도 머지않아 가능하리라 봅니다. 자신 있습니다.”

중국에 이어 최근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피자 시장 평정에 나선 미스터피자를 이끄는 정우현(67·사진) MPK그룹 회장은 “이제 때가 됐다”며 미스터피자가 곧 세계 1등 피자 브랜드가 될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가 그렇게 자신할 수 있는 이유는 이미 국내에서 1호점을 낸 지 18년 만에 외국 유명 브랜드를 꺾고 국내 1위에 올랐던 경험 덕분이다. 또 지난 10년간 중국인의 입맛과 생활습관을 면밀히 분석해놓은 자신감도 한몫한다.

“중국에 처음 진출할 당시 미스터피자는 국내 1등도 아니었어요. 브랜드 인지도가 없는 상태에서 좋은 상권에 자리 잡기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2000년에도 중국의 음식 평가 사이트에서 50대 맛집에 선정될 정도로 맛에서만은 1등으로 꼽혔어요. 그동안은 뿌리 내리기를 위한 시간이었다고 보면 됩니다. 지금은 완다 등 대형 쇼핑몰 운영업체에서 입점을 요청하고 있을 정도로 그 위상은 변했어요.”

지난해 5월 중국 난징(南京)의 유명 쇼핑몰에 열었던 미스터피자 매장은 개장 첫 달부터 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오로지 맛으로 승부하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가 이뤄낸 성과였다. 미스터피자의 중국 내 인기에 대해 정 회장은 ‘100% 수타, 100% 수제, 100% 석쇠 구이’라는 ‘300% 원칙’에 따라 기름기 없는 담백한 피자 맛을 기본으로 오픈한 주방의 매장 인테리어를 통해 중국인에게 신뢰감을 준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식자재 90% 이상을 현지에서 조달하며 현지인의 기호에 맞춰 기존 제품을 조금씩 다르게 손질하는 차별화가 더해졌다.

“예를 들어 중국의 경우, 식사를 할 때 다양한 요리를 함께 즐기는 식문화를 고려해 한국에서는 팔지 않는 여러 사이드 메뉴를 개발을 통해 중국인의 입맛을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정 회장은 오는 2017년까지 중국 내 매장 1000개를 넘긴다는 계획을 세우고 중국시장에서도 1위를 달성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최고의 달인, ‘꾼’이 되면 ‘꿈’ 이뤄”

정 회장이 처음 미스터피자를 접한 것은 1989년 일본에서였다. 재일동포 3세 호소카와 요시키 미스터피자재팬 사장을 직접 찾아가 설득한 끝에 한국 영업권을 따냈고 이듬해 이화여대 앞에 미스터피자 1호점을 냈다. 하지만 당시 정 회장의 행보에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에 본사를 둔 피자업체들이 속속 들어와 치열하게 경쟁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1호점 개점식에서 한국 1등 브랜드로 우뚝 서겠다고 했을 때 저를 보며 웃음을 참느라 고생하던 참석자들의 표정이 지금도 눈에 선해요. 하지만 제가 한 말을 지키기 위해 제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그 결과 2008년 국내 1등의 자리에 올랐죠.”

미스터피자는 2008년 점포를 350개까지 확장하며 피자헛을 제치고 국내 피자 시장 1위로 올라섰다. 18년 만에 정 회장의 말이 현실이 된 것이다. 그리고 2010년에는 일본 상표권까지 사들이는 데 성공하며 미스터피자는 ‘토종 브랜드’가 됐다.

‘정성을 이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기름 뺀 수타 피자’를 통해 오늘날의 미스터피자를 만든 그는 ‘꾼’으로 살아왔고, ‘꾼’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다고 회고했다. 그가 2012년에 펴낸 자서전 제목도 ‘나는 꾼이다’이고, 최근 출간한 영문판 제목 역시 『아이앰 어 꾼(I am a KKUN) 』이다. ‘꾼’이라는 단어를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했다. ‘꾼 예찬론’을 펼치는 정 회장에게 ‘꾼’은 어떤 의미일까.

“자신의 일을 즐길 줄 아는 최고의 전문가, 자신의 방면에서 달인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 바로 ‘꾼이에요. 언제나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며, 프로(Pro)죠.”

그는 스스로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농사꾼이었다고 했다. 중학교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싸움꾼, 군대 소대장 시절에는 술꾼, 노래꾼, 승부꾼으로 살았다. 그리고 15년 동안 동대문에서 장사꾼으로 이름을 날렸다. 미스터피자를 창업한 이후부터는 쭉 ‘피자꾼’으로 살고 있다. 그는 ‘제2의 정우현’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꾼’이 되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무슨 일에 종사하든 간에 그 일에 온 정성과 정열을 쏟는 최고의 전문가, 일인자가 되는 것이 바로 꾼입니다. 꾼이 되기 위해서는 능동적·적극적·긍정적 자세를 지니는 것이 중요해요. 허울을 모두 벗어던지고 진심으로 자신이 자기 삶의 주체가 된다면 진정한 ‘꾼’이 될 수 있습니다.”

 

동대문에서 15년…사업의 기본 배워

정 회장은 “꾼은 사람을 벌고 아마추어는 돈을 번다”고 말할 만큼 ‘사람’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중요한 만큼 어려운 것이 바로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정 회장은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사랑을 주고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상대의 사랑을 받으려면 내가 가진 것을 몽땅 다 줘야 하는 법이에요. 언제나 상대를 섬기는 정신을 가지는 ‘제대로 된 인간’이 돼야 합니다. 정성과 정직이라는 태도를 가져야만 상대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죠. 정직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생계수단에 가까워요. 그런 의미에서 정직이나 신뢰 같은 단어는 경제용어로 분류돼야 합니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모두 동대문에서 보낸 15년의 경험에서 얻은 것이다. 1974년 장인이 경영하던 섬유 도매업체 천일상사에 들어가면서 장사에 눈을 뜬 그는 동대문에서 사업 실무와 사람과의 관계 등을 온몸으로 부딪치며 배웠다. 그리고 한 해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사업도 키웠다. 정 회장은 “인생을 피자에 비유하자면 동대문에서 보낸 15년은 내게 밀가루를 반죽해 도우(dough)를 만드는 과정과도 같았다”고 했다. 피자를 만들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도우를 만드는 일이다. 도우가 제대로 만들어지면 완성된 피자맛도 좋을 수밖에 없다.

동대문 거상을 거쳐 미스터피자를 국내 1위 브랜드로 올려놓기까지 연이어 성공을 거둔 그에게 큰 실패의 경험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실패하지 않는 노하우가 있을까. 이런 의문에 정 회장은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한 것이 바로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는 현답을 내놨다.

“성공은 중간에 그만두지 않음에 있지요. 1990년 미스터피자 1호 이대점을 열면서부터 세계 1등의 피자를 목표로 끊임없이 도전해왔어요. 큰일에 도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출발부터 모든 것이 도전이었죠. 그 속에서도 실패를 하지 않는 노하우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어요. 아마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성격이 그 어떤 상황에서도 실패보다는 도전을 통한 위기 극복을 불러온 것이 아닌가 싶어요.”

MPK그룹의 사훈도 ‘신발을 정리하자’다. 고객에게 몸을 낮추는 겸손함을 갖추자는 의미에서 선택했다고 한다. 정 회장은 “일상생활에서의 반듯함은 가장 사소한 신발 정리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자서전에서 설명했다.

매사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그의 성격은 “어머니의 스파르타식 교육의 산물”이라는 것이 정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여섯 살 무렵부터 삽과 괭이, 낫을 손에 쥐었다. 가혹할 만큼 힘들었지만 어머니의 강한 훈육 덕분에 그는 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머리’를 남들보다 일찍 깨칠 수 있었다고 했다.

“어머니는 제 인생의 스승이세요. 어릴 적 어머니의 강한 교육이 평생 제 습관이 돼 버렸죠. 지금처럼 적극적·긍정적·능동적인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어머니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중학교에 진학해 고향을 떠나던 날 어머니는 그를 앉혀놓고 말했다. “배우기는 어려워도 배운 것을 버리기는 쉽다.” 그는 나이가 들어서야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진실인지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국내 1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미스터피자는 제대로 만든 도우에 토핑을 올려 뜨거운 화덕에 넣은 단계에 놓여있는 듯했다. 정 회장이 호언장담한 것처럼 미스터피자가 세계 1등이라는 꿈이 현실이 되는 최종 문턱에 다다랐다는 생각에서다.

“제 꿈은 전 세계인들에게 미스터피자를 맛보게 하는 것이에요. 한국에서 그랬듯이 중국에서도 곧 1등 브랜드가 될 것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동남아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해 MPK그룹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회사로 만드는 것이 회장으로서, 그리고 정우현으로서의 꿈입니다.”

그는 25년 전 그렸던 국내 1등이라는 꿈이 18년 만에 현실이 된 것처럼 세계 1등이라는 또 다른 꿈도 곧 현실이 될 날을 위해 또다시 전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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