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광명점 오픈 후 첫 주말인 21일 수많은 인파들이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케아 광명점 오픈 후 첫 주말인 21일 수많은 인파들이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스웨덴의 가구공룡 이케아가 지난 18일 한국 1호점을 열었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는데요. 이케아 오픈 일주일, 여성신문이 온라인상 소비자들의 의견을 모아 정리했습니다. 

“이케아? 글쎄요...고만고만한 가격에 고만고만한 품질․디자인, 몇 달 쓰다 버리는 제품이죠”

“이케아, 좋아요! 예쁘고 싸고 실용적인 제품들, 신혼부부나 1인 가구에겐 ‘신세계’예요”

내 집 꾸미기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이케아는 낯설지 않습니다. 깔끔하고 세련된 북유럽풍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 등으로 수년 전부터 국내에서 유명세를 떨쳐 왔기 때문이지요. 

이케아가 지난 18일 드디어 한국에 진출했습니다. 출발은 그리 순탄치 않았습니다. '가구 공룡' 이케아가 국내 시장을 뒤흔들 거라는 우려, 국내 판매가가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지적, 계약직 채용, 독도 '일본해' 표기 지도 판매 등의 논란이 잇따랐는데요. 그럼에도 국내 소비자들의 기대까지 꺾이진 않았나 봅니다. 이케아 코리아 측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픈 후 약 일주일 간 이케아 광명 1호점을 찾은 이들은 8만여 명이 넘었습니다. 

 

지난 18일 개장한 이케아 광명점. 매장 2개 층, 주차장 3개 층 등을 갖춘 5만9천㎡의 대규모 매장으로 8,600개 제품을 판매한다. 실제 집처럼 꾸며진 쇼룸과 레스토랑, 어린이 놀이시설도 갖췄다. ⓒ이케아 코리아 제공
지난 18일 개장한 이케아 광명점. 매장 2개 층, 주차장 3개 층 등을 갖춘 5만9천㎡의 대규모 매장으로 8,600개 제품을 판매한다. 실제 집처럼 꾸며진 쇼룸과 레스토랑, 어린이 놀이시설도 갖췄다. ⓒ이케아 코리아 제공

 

이케아 코리아 카탈로그의 일부. 이케아 제품은 세련된 북유럽풍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을 갖췄다는 평이다. ⓒ이케아 코리아 제공
이케아 코리아 카탈로그의 일부. 이케아 제품은 세련된 북유럽풍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을 갖췄다는 평이다. ⓒ이케아 코리아 제공

저가의 실용적인 제품

최근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인기

왜 이렇게 많은 소비자들이 이케아를 찾는 걸까요? 소비자들이 말하는 이케아의 장점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디자인과 질도 제법 괜찮은 제품을 판매한다’는 겁니다. 최근 1인 가구가 늘며 이러한 가구·인테리어 소품 수요가 증가하는 것도 이케아가 주목받는 배경입니다. 

네이버 카페 ‘파우더룸’ 게시판에는 “이케아가 역시 싸고 깔끔하다” “새로 집을 꾸미는 신혼부부나 1인 가구에겐 보물 같은 곳” 등의 평이 올라왔습니다. "침대 갈빗살 등 필요한 부품만 골라 살 수 있어서 좋다"는 후기도 있었습니다. 

한 소비자는 “생각보다 비싼 제품도 많았지만 가격대비 합리적인 품질이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넓은 공간에 전시도 예쁘게 잘 해뒀더라. 직원이 따라붙지 않아 자유롭게 눕고 앉고 만지고 열어 보며 요모조모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중저가 가구의 한계 지적

기대보다 비싼 가격도 불만

이케아 열풍은 ‘반짝 유행’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많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82쿡엔 이케아는 ‘유학생 가구’라며 냉정하게 평가하는 소비자들이 많았습니다. “이케아는 가격이 그럭저럭 저렴하고 디자인이 다양해서 몇 개월 쓰고 버리자는 마음으로 유학생들이 많이 쓰는 제품이다. 품질도 마감도 별로”라는 평입니다. "확실히 싸고 예쁜 디자인의 소품이 많지만 그 정도는 요새 다른 업체에서도 더 편리하고 싸게 구할 수 있지 않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내 집 마련이나 전세가 대중적인 한국 문화에 이케아식 ‘패스트 가구’는 잘 맞지 않다”, “이케아 가구는 조립식이라 번거롭고 불안하다” 는 견해도 있었습니다. 

 

 

이케아는 저가 정책 대신 소비자가 직접 물건을 싣고 가 조립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픽업·배송 시 기본요금은 2만9000원. ⓒ이케아 카탈로그 캡쳐
이케아는 저가 정책 대신 소비자가 직접 물건을 싣고 가 조립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픽업·배송 시 기본요금은 2만9000원. ⓒ이케아 카탈로그 캡쳐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한 소비자는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를 통해 “이케아의 ‘착한 가격’에 기대를 품었는데 뚜껑을 열었더니 은근히 비싸서 실망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소비자도 “다 비싼 건 아니고 싼 제품도 있지만 배송·조립 가격까지 더하면 비싸진다”고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가격 책정에 대해 이케아 코리아 측은 “시장분석 등을 통해 나라마다 가격을 다르게 정한다”며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가격을 낮게 책정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다른 나라보다 비쌀 수도 있다”고 지난달 19일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케아 코리아 홍보팀 측은 24일 “주말에도 전 사무직 직원들이 총출동해 더 효율적이고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고객들이 짚은 단점들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는데요. 그 의지 변함없이 이어가는 한, 이케아 코리아는 당분간 즐거운 비명을 지를 것 같습니다. 

소비자들의 진짜 목소리 : ‘국내 가구업계, 이젠 달라진 모습 원해요’

사실 이케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호응은 국내 가구업계에 대한 실망과 비판에서 싹텄습니다. 소비자들은 “이 기회에 국내 가구업계가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왜일까요? 국내 가구 제품은 대개 가격대비 품질이 떨어지고 A/S도 엉망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국내 중소 가구점은 부르는 게 값이다” “A/S, 교환·환불이 너무 어렵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올라왔습니다. 한 누리꾼은 “사용하지 않은 이케아 제품은 구매 90일 내 전액 환불 가능하다는데 국내 업체는 ‘배째라’는 식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한 소비자는 “1년도 안 되어 부서지는 장롱, 가죽이 다 벗겨지는 가짜 가죽소파 봤냐. 중소기업 가구가 매번 그랬다. 어차피 품질이 안 좋다면 이케아가 낫다”고 밝혔습니다. 이 소비자는 “이케아가 들어온다고 한 지 10년이 지났는데 그 동안 중소 가구점은 뭘 했냐. 이케아 짝퉁만 만들고 품질은 더 떨어졌다”고 비판했습니다.  

국내 가구업체 대부분은 여전히 ‘이케아 때문에 우리 다 죽는다’며 울상입니다. 소비자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이케아 탓보다 왜 사람들이 이케아를 찾게 되었나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겁니다. 가격 거품을 빼고, 디자인과 품질 개선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이케아가 아닌 그 어떤 변수에도 대처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소비자들은 국내 가구업계가 이번 기회에 ‘돌아온 슈퍼맨’으로 거듭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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