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출신 활동가들이 모여 교육단체 결성
비정규직·빈곤여성 대상으로 리더십 교육
“시공간에 대한 자율성이 삶의 주인되게 해”

 

“현장 출신 활동가들이 모여 단체를 만들고 10년을 꾸려왔습니다. 일터와 현장에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함께 고민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왔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이 성장하는 것을 경험하면서 자랑스럽고 고마웠습니다.”

일하는 여성들의 자기계발, 의식 향상을 위한 교육과 연구 활동을 하는 ㈔일하는여성아카데미가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일하는여성아카데미의 창립 멤버인 이주환(48) 원장은 10주년을 맞은 소회를 “잘 버텼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은 조건에서 활동하는 게 아닌데도 매 순간 고비를 넘기며 좀 더 성숙해지고 서로 배우려고 한 과정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2004년 10월 결성한 일하는여성아카데미는 일하는 여성들의 필요에 맞춘 교육을 개발하고 진행하면서 여성들이 일터와 자신의 삶에서 평등한 주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 비전으로 출범했다. 특히 일하는여성아카데미는 비정규직과 빈곤 여성 등 기존에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한 여성들에게 적합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일터에서 교육받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서 주로 찾아가는 맞춤형 교육을 했습니다. 취약계층 여성들은 스펙트럼이 굉장히 다양합니다. 현장 여성들의 삶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자칫 훈계조의 설교나 교육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순한 지식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삶을 진심으로 공감해야 합니다. 여성들이 갖고 있는 삶의 경험을 끌어내서 자기 삶의 자원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해야죠.”

일하는여성아카데미가 현장 여성들에게 집중한 것은 이주환 원장을 비롯한 창립 멤버 5명 모두가 현장 출신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 원장과 일하는여성아카데미 이철순 이사장, 이정희, 이혜심, 이원아씨 등 모두 여성노동자회 출신으로 여성 노동자들의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2003년 가을부터 아카데미 준비를 했다. 이 원장 또한 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에서 지속적으로 교육활동을 해온 터라 의기투합해 아카데미 창립에 함께했다.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세 단위가 함께 애를 써야 합니다. 교육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아카데미와 교육을 받는 기관의 기획자들, 그리고 교육에 참여하는 사람들, 이 세 단위의 의지와 열정이 만나면 최고의 교육이 됩니다.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죠. 교육의 지향점은 있지만 답을 찾는 것은 결국 자신입니다. 해답은 자기가 갖고 있어요. 그것을 찾는 것을 촉진하는 게 교육이죠. 혼자 찾는 것보다 함께 교류하고 경험을 나누면서 인식이 확장되는 겁니다.”

일하는여성아카데미에서는 자기계발, 의사소통, 리더십, 조직발전, 사회의식 등의 참여교육을 통해 자기 삶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이 일하고 있는 조직과 나아가 사회에서 당당한 주체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2006년에는 여성가족부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했고, 2008년부터는 국제사업팀 활동으로 아시아 활동가들의 리더십 교육과 교환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원장 임기를 시작한 이주환 원장은 성균관대 총여학생회장 출신으로 대학 시절 ‘동일방직’과 ‘YH노조’의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을 보면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여성문제연구회에서 활동하면서 대학 축제에  재봉노동자 역할로 연극 무대에 서기도 했다. 당시 여공들이 하루에 12시간 넘게 일하면서 10만원도 안 되는 임금을 받는 부당한 현실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또한 당시 봇물처럼 쏟아지던 여성해방이론 책들로 세미나를 하며 여대생들에게 강요되던 무용 수업을 철폐한 것은 총여학생회장으로서의 성과이기도 하다.

10년간 현장에서 여성 노동자들과 함께 호흡해 온 이 원장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노동 현실을 우려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여성 노동자들의 상황이) 어려웠지만 지금은 10년 전에 비해 상황이 훨씬 열악해졌습니다. 그때는 그래도 희망이 있었어요. 교육하는 시간만큼은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었거든요. 지금은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는 상태입니다. 실질 임금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하루 버티는 느낌이에요. 취약계층이 느끼는 현실은 굉장히 심각합니다.”

이 원장은 이러한 현실에 대해 “분배와 복지 시스템의 안정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말했다.

“이번 10주년 행사를 준비하면서 사람들이 어찌 이리도 바쁜가라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너무 틈이 없으면 창조성이 결여될 수밖에 없어요. 사회 변화를 꿈꾸는 곳은 의식적으로라도 빈틈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자신의 삶과 사회에서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시공간에 대한 자율성이 전제돼야 해요. 그렇게 돼야 문제의식을 제시하고 해결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 수 있죠. 앞으로도 지금처럼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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