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NGO 활동가 행투
폭력에 노출된 여성들 모임과 연대로 돕는 일 해와
어린이 젠더카페도 꿈꿔

행투는 이화여대 EGEP(이화 글로벌 임파워먼트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아시아 운동가이다. EGEP는 아시아 여성 운동가들이 두 주 동안 함께 지내며 자신들 국가의 여성문제를 함께 토론하며 아시아 여성학 관련 학자들과 더불어 배움을 갖는 프로그램이다. 매번 스물 서너 명 정도의 활동가가 전액 장학금을 지원받아서 참가하며 이들은 아시아 여성 리더로서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벌써 6번의 프로그램이 진행됐으며, 아시아 여성의 이슈에 대한 토론과 연구가 서구가 아니라 아시아 여성들에 의해 심도있게 진행돼 오고 있다. 행투는 EGEP 3회 졸업생이다. 이 구술은 젠더카페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GADC(Gender And Development Center)의 활동가 행투와 인터뷰를 하고 재구성해 구술의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젠더카페’는 캄보디아 취약계층 여성 네트워크 활성화 사업으로, 캄보디아 여성들에게 모임과 연대를 통한 자아 정체성을 키우고, 아시아 여성들과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캄보디아 GADC(Gender And Development Center)의 활동가 행투
캄보디아 GADC(Gender And Development Center)의 활동가 행투

캄보디아는 성 고정관념이 심각한 나라입니다. 우리는 남자들을 보석이라고 여기고 여자들은 하얀 천이라고 부르는 속담이 있습니다. 여자들이 성적으로 쉽게 더럽혀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러한 사회 안에서 가정폭력이나 강간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폭력은 술이 취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불평등에서 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 아버지는 돈을 벌고 어머니는 집에서 살림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종종 어머니에게 돈을 달라고 소리를 지르며 때리곤 했습니다. 벌어다 준 돈을 어디에 다 써버렸느냐고 다그치면서요. 아버지는 부족한 돈으로 살림을 하던 엄마의 사정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을 보며 저는 화가 나고 슬펐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러한 경험은 여성들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젠더카페를 운영하면서 저는 가정폭력의 중요한 원인이 ‘여성들의 의존’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여성들은 가정폭력이 법으로 금지된 범죄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남편들에게 의존돼 있어서 그러한 폭력의 고리를 끊을 수가 없습니다. 저희는 여성들이 강하고 독립적으로 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여성들은 다양한 직업군 단위의 모임을 갖습니다. 공장노동자, 가사노동자 그리고 유흥업 노동자들 모임이 있습니다. 이들의 상황이 어렵지만 그래도 이들은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철거민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전혀 상황이 다릅니다. 그들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땅과 집을 잃어버릴 처지에 놓이자 자신들의 생존 권리를 주장하러 나온 겁니다. 이들 대부분이 여성들입니다. 그 가운데 많은 여성은 남편들과 잦은 싸움을 합니다. 왜 집안일을 하지 않느냐고, 밖에서 바람났냐고 남편들은 그들에게 소리를 지릅니다. 그리고 결국 그들을 떠나거나 이혼에 이르기도 합니다. 시위 현장에서 경찰들은 여성들을 성희롱합니다. 가난한 여성을 쉽게 보고 함부로 대할 때 성희롱이 나타나는 것처럼 말이지요. 세상에 알려진 것보다 그들은 훨씬 더 많은 어려움 속에 있습니다.

 

가난한 여성을 쉽게 보고 함부로 대할 때 성희롱이 나타나는 것처럼 세상에 알려진 것보다 캄보디아 여성들은 훨씬 더 많은 어려움 속에 있습니다.
가난한 여성을 쉽게 보고 함부로 대할 때 성희롱이 나타나는 것처럼 세상에 알려진 것보다 캄보디아 여성들은 훨씬 더 많은 어려움 속에 있습니다.

캄보디아는 경제 발전이라는 국가적 이슈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산업화와 개발을 진행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로 고위층 정치가의 친·인척이 사업에 관여를 합니다. 그리고 정부는 아주 싼값으로 땅을 빌려주면서 그곳에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을 쫒아내 버립니다. 그리고 정부군으로 그들의 저항을 막습니다. 적은 보상을 주거나 전기나 수도도 없는 곳으로 집단 이주를 제안합니다. 사람들은 분노하지만 이것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민주주의란 입법부, 사법부 그리고 행정부가 서로 권력 균형을 맞추어 견제할 때 가능한 일인데 캄보디아는 행정부가 다른 두 부서를 통제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국민에게 이야기합니다. 캄보디아는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니고 선진국이라고요. 1992년에 36%의 빈곤층이 현재 20%로 줄었다고 주장하지요. 그러나 그것은 거짓말입니다. 사람들의 삶은 변한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외국에서의 원조가 줄어들고 있어서 캄보디아의 NGO는 지금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금 중국에서 거래 조건 없는 무상 원조가 캄보디아로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공식적으로 거래가 없을 뿐입니다. 많은 자연자원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가 아니라 부패한 정부 관리자 개인 주머니로 돈이 들어가지요. 캄보디아의 부패한 모습입니다.

이렇게 힘이 들어도 저는 활동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틈 나는 대로 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지역의 시골 마을을 방문합니다. 그곳에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부모들은 태국으로 돈 벌러 갔어요. 그리고 어떤 집은 열 명의 아이들을 돌보는 할머니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아이들을 때리며 돌봅니다. 캄보디아에서는 아이들을 때리는 것을 사랑의 표현이라고 하지요. 그러나 그것은 폭력일 뿐입니다. 아이들이 커서 그러한 폭력을 또다시 사용하게 되는 거지요. 저는 그들과 함께 아이들 교육에 관여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들에게 희망을 봅니다. 성차별적인 태도에 아직은 덜 물든 그들을 교육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저는 이미 어린이 젠더카페를 마음속에 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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