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여성작가 신경숙(35)씨, 김채원(52)씨가 나란히 신작을 출간

했다. 먼저 제28회 동인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신경숙씨의 중편소설

〈그는 언제오는가〉는 인간의 운명을 지배하는 죽음의 문제를 정면

으로 다루면서 그 허무의 극단을 극복할 사랑과 생명의식을 섬세한

문체로 그려 낸 작품이다.

처형인 화자는 동생의 남편과 우연히 여행을 떠나게 된다. 목적지는

동생이 죽고 그 유해를 뿌린 남대천. 동생은 연극배우로 열심히 살다

가 자신의 병을 발견, 시한부 인생임을 알게되고는 운명에 끌려가지

않고 죽음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음독자살한다. 한밤중 알 수 없는 힘

에 이끌린듯 여행을 하는 이들은 느닷없이 들이닥친 그리고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동생의 죽음을 겪은 후의 만감을 나눈다. 이 두

남녀의 여정을 통해 작가는 삶이란 죽음으로 가는 도정이고, 죽음은

본연의 자기 자신으로 되돌아가는 회귀의 정점임을 밀도있게 그린다.

“수상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정신이 번쩍 들고 미안한 감도 들었습

니다. 왜냐하면 저의 글쓰기는 처음에는 저 자신만을 위한 행위였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런 생각들이 많이 변하여 다른 사람에게 읽혀졌

을 때 여러가지 의미망을 갖는 소설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심연 속에 있는 죽음, 사랑, 욕망 등 여러가지 감정들은 끊임

없이 저를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작품 〈그는 언제 오는가〉는 그 중에서도 ‘죽음’에 관한 생각

들입니다. 때로 죽음이란 외투 속에 담겨있는, 항상 같이있는 손수건

같은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또 열심히 살수록 죽음을 향해가고 있

는 것이며 죽음을 생각하는 것도 사는 것이라는…” 죽음은 언제나

살아남은 사람들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자 상실의 체험인지 모른다.

언제 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유예로서 우리에게 주어진 죽음, 작가는

작중화자의 입을 빌어 그에 대한 하나의 실마리, 즉 죽음이 살아남은

자가 감당해야 할 슬픔이 아니라 살아가는 힘이 되어주는 근원적 의

미임을 제시한다. ‘지금은 이렇게 캄캄한 마음이지만 어디선가 다시

냄새가 나고 우리는 더듬더듬 다시 그 냄새를 찾아갈 거야. 지금은

이렇게 가슴 아프고 아쉽지만 언젠가는 알게되지 않겠어요. 다시 옛

날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우린 살아갈 거예요. 그게 우리의

본능일테니.’ 한편 1989년 〈겨울의 환〉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

던 김채원씨의 〈달의 강〉은 이념과 공간을 초월하하여 너와 내가

조화를 이루어 하나가 되는 화해의 세계를 보여준다. 소설은 쉰살이

된 성혜가 과거를 돌아보며 엮어가는 젊은날의 회상이다. 아버지는

6.25때 납북, 남한에 살며 분단의 고통을 앓고 있는 어머니를 둔 스

물여덟의 나(성혜)는 미술공부하러 동경에 유학왔고, 전시회에 갔다

우연히 알게된 하자와 깊은 우정을 나눈다.

하자는 재일북한인으로 미대 진학을 희망했으나 조직의 뜻에 따라

꿈을 포기한다. 이 둘의 우정이 쉰이 지난 성혜로 하여금 해묵은 편

지를 들춰보게 하고 하자의 주소를 찾게 만들며 소설을 이끈다. 남북

간의 이념의 차이로 서로 끌리면서도 자주 다투었던 이들은 마치 영

화 〈쌍둥이 롯데〉처럼 부모가 헤어져있으나 한 자매임을 강하게 느

낀다.

이들은 서로 남북으로 갈라져 성장하지만 함께 자전거를 타는 소망

을 반복한다. 두 바퀴가 한 곳을 향해가듯 분단으로 인한 헤어짐과

상처를 치유하고픈 바램에서 이다. 한편 성혜는 하자와 헤어져 파리

로 유학을 가고 거기서 알게된 운무선생과 ㅂ씨일가와의 만남과 관계

를 통해 분단현실에 대한 생각을 환기시킨다.먼곳에서 힘든 삶을 꾸

려가는 빛나는 예술가를 양쪽 체제는 얼마나 못살게 굴었는가, 이념

의 경직성이 낳은 인간 사이의 단절과 가면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가

를 직설이 아니라 다양한 이미지를 동원하여 독자가 깨닫도록 하는

것이다. 김채원씨는 말한다.

“하다못해 과일 하나만 사려해도 왜 이리 비싸고 싱싱하지 않을까

하는 갈증을 느낍니다. 어느날인가 이게 바로 남북이 대치되어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분단은 우리시대 모든 사람들에게 걸려있

는 문제이며 갈증이며 직접 가족과 연관된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저

에게도 생래적인 통증임을 뒤늦게 깨닫습니다. 앞으로 제가 안고 있

는 분단을 더 쓰고 싶습니다. 너무 큰 덩어리로 느껴지기에 마음을

내기가 벅차나 이렇게 조금씩 조각이불처럼 엮어나가노라면 하나의

큰 이불이 되어 많은 이들의 고통을 덮어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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