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즐기고 보련다’ 등 책 4권 펴내
자유로우려면 외로워야 해

 

네 권의 책을 낸 작가이자, 도보여행가 황안나(75)씨는 한 번도 어렵다는 3박 4일 지리산 종주와 4300㎞ 해안 일주를 두 번씩이나 해냈다. 국내뿐 아니라 유럽 각국과 산티아고, 네팔, 홍콩, 몽골 부탄, 동티베트 등 황안나씨의 발걸음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63세에 지리산 종주를 3박4일 만에 완주하고 나니 하고 싶은 열정과 자신감이 커지더군요. 2년 후인 65세에 국토 종단을 해냈고, 세계 여러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그는 늘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호기심이 걸음의 시작이었다고 말한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춘천사범학교를 나와 19세에 교직생활을 시작했어요. 젊은 날엔 남편의 사업 실패로 월급을 모조리 빚 갚는 데 써야 했고, 하루하루 고단한 삶의 연속이었습니다. 50세가 돼서야 모든 빚을 갚았고, 남편의 사업도 조금씩 안정을 찾았어요. 퇴임 후 그동안의 제 삶을 돌아보니 나를 위한 인생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산악회에 가입했고, 길을 걸었습니다. 걷다보니 그 길 위에서 또 다른 제 인생을 찾았어요. 과거에 힘들었던 기억, 앞으로의 도전과 꿈, 하고 싶은 열정만 있다면 나이는 정말 중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황씨는 얼마 전 길에서 만난 수많은 인연과 추억을 엮은 책 ‘일단은 즐기고 보련다’를 펴냈다. 그 안엔 그가 우선으로 여기는 여행의 목적과 가치가 담겨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이다.

“유명한 관광지에 잠시 머물러 사진 찍고, 맛있는 음식 먹는 여행도 참 많이 했어요. 그런데 걸어서 그곳을 다시 가보면 새로운 곳을 발견한 기분입니다. 지도에도 없는 마을을 발견하고,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고 음식도 나누며 진정한 여행의 행복을 알았습니다.”

오랜 기간 집을 비워도 마음 편하게 여행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역시 ‘가족’이라고 황씨는 말했다.

“남편은 제가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언제나 응원하고 지지해줘요. 제가 여행 중일 땐 지도를 펴놓고 오늘은 어디쯤 갔으려나 연구하는 게 남편의 하루 일과라고 해요. 전화로 더 좋은 길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역할도 해주고요.(웃음) 긴 여행 중엔 가족이 가끔 여행지로 찾아왔다가 가곤 하는데, 그렇게 왔다간 후 다시 혼자 길을 걸을 땐 외로움이 더욱 커집니다. 어느 땐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면서 걷기도 해요. 그렇게 외롭고 힘듦에도 불구하고 걷는 이유는 ‘내가 걷는 길이 인생’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걸으면서 생각하고, 자유하고, 꿈을 꾼다는 황안나씨는 여전히 호기심 많은 소녀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자유로우려면 외로워야 한다”는 돌아가신 친정어머니의 말씀을 절감하기도 한다고.

“추운 겨울이 지나고 나면 남편과 장항선을 타고 종점까지 가보기로 했어요. 봄엔 남해에도 함께 갈 생각이고요. 이젠 집을 오래 비우는 긴 여행보단 남편,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자 합니다. 혼자 걷는 자유는 줄어들겠지만 그만큼 따뜻하고 행복한 여정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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