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대한 폭력 철폐가 개발을 위해서도 필요”
조혼, 남아선호사상 등이 개발 늦춰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16일 개발원조에도 양성평등 관점이 반영돼야 한다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왼쪽부터 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평등문화정책센터장, 김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교수, 조영숙 한국여성단체연합 국제연대센터장, 최은정 여성가족부 국제협력담당관, 신혜수 한국유엔인권정책센터 대표, 테사 칸 APWLD 프로그램 담당자, 김은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팀장, 차이차이 UN ESCAP 양성평등 및 여성 역량강화부장이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16일 개발원조에도 양성평등 관점이 반영돼야 한다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왼쪽부터 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평등문화정책센터장, 김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교수, 조영숙 한국여성단체연합 국제연대센터장, 최은정 여성가족부 국제협력담당관, 신혜수 한국유엔인권정책센터 대표, 테사 칸 APWLD 프로그램 담당자, 김은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팀장, 차이차이 UN ESCAP 양성평등 및 여성 역량강화부장이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015년 ‘베이징+20’과 ‘포스트 2015’ 체제를 앞두고 전 세계 여성계 인사들이 “개발원조가 양성평등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원장 이명선)이 16일 개최한 ‘베이징+20과 Post 2015 체제에서의 양성평등 실현’을 주제로 여성정책포럼을 열었다. 이 포럼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여성(UN Women),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UN ESCAP), 아시아·태평양 여성·법·개발에 관한 포럼(APWLD)에서 양성평등 및 여성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여성계 인사들은 2015년이 양성평등의 새로운 기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채택 20년을 맞는 베이징행동강령을 되돌아보고 향후 여성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베이징+20’과, 유엔에서 개발원조 목표인 ‘포스트 2015’를 새롭게 정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여성계는 개발원조의 기존 목표였던 새천년개발목표(MDGs)가 경제발전 중심의 개발 패러다임을 벗는 데는 도움이 됐을지 몰라도 양성평등, 인권, 기후변화, 불평등, 평화와 안보 같은 목표는 제시돼 있지 않아 제한적이란 비판도 받아온 만큼 양성평등 어젠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유엔이 내년 9월에 발표할 ‘포스트 2015’ 체제에 양성평등과 각종 여성에 대한 폭력을 철폐하는 조항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조발제자 에밀리 에스플렌 OECD 개발협력국 양성평등 및 여성권리 정책분석가.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기조발제자 에밀리 에스플렌 OECD 개발협력국 양성평등 및 여성권리 정책분석가.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에밀리 에스플렌 OECD 개발협력국 양성평등 및 여성권리 정책선임분석관은 기조발제를 통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발 분야에선 여성에 대한 폭력 부분이 중시되지 않았다”며 “법이 있어도 실천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추상적인 법적 권리를 여성의 일상적인 안전으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OECD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1~2012년 경제 분야에서 양성평등 관점으로 원조가 이뤄진 경우는 2%뿐이다. 그는 이 수치를 들면서 “경제 분야에서 양성평등을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포스트 2015’의 핵심 어젠다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기조발제자인 안나 카린 얏포스 유엔여성기구 아태지역사무소 여성에 대한 폭력 철폐 프로그램 담당관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다루는 것이야말로 평등과 평화, 개발을 위해 필요하다”며 “인권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다른 인권과도 연결돼 있고 폭력은 성차별의 원인이자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 한 지역은 20~24세 여성의 26%가 18세 전에 결혼했다는 조사 결과를 들며 개발도상국에서 빈번한 조혼, 남아선호사상 등이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찍 결혼을 하면 학교에 다니지 못해 노동시장에 필요한 직능을 배울 수 없고 자존감이나 정보에 대한 접근, 스스로 가정을 빈곤에서 탈출시키기 위한 스킬을 취득하지 못한다”며 “어린 신부들은 늦게 결혼한 사람들보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고 말했다.

차이차이 UN ESCAP 양성평등 및 여성 역량강화 부장은 '베이징+20' 리뷰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며 여러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면서도 "각 국의 정치인들과 고위 정책 담당자들의 양성평등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APWLD 프로그램 담당관인 테사 칸 변호사는 "20년 전 행동강령이 설정됐을 때 상당히 선진적인 규범이었지만 여전히 약속됐던 의무사항을 달성하지 못한 부분도 보인다"며 "구속력 있는 책임을 지도록 하는 메커니즘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OECD 수치를 거론하며 개도국이 원조받는 금액보다 3배 정도 탈세가 이뤄지고 있다며 "국제 세무구조를 살펴보면 각 국가가 여성 인권에 쓸 돈을 상당 부분 손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번째 기조발제자 안나 카린 얏포스 UN Women 아태지역사무소 여성에 대한 폭력철폐 프로그램 담당관.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두번째 기조발제자 안나 카린 얏포스 UN Women 아태지역사무소 여성에 대한 폭력철폐 프로그램 담당관.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최근에야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한 우리나라로선 갈 길이 멀어 보인다. OECD(2012년 기준)에 따르면, DAC 국가 중 양성평등 관련 개발원조를 가장 많이 실시하는 국가는 독일이며 그 다음으로 유럽연합(EU) 기구들, 일본, 호주, 스웨덴이 상위를 차지한다. 한국은 20위다.

김은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팀장은 “한국이 사회 인프라 측면의 개발원조에서 젠더이슈가 담긴 포션이 크지 않다”며 “민주적인 참여나 시민사회 부분에 대한 원조는 아예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한국이 공여국이 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어떤 포지션을 취하는지가 또 다른 15년, 20년을 맞이한 시점에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명실 공히 한국이 공여국으로 아시아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선 좀 더 많이 젠더 부분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숙 한국여성단체연합 국제연대센터장은 “국가 단위에서 이런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지 모르겠다”며 "특히 누가 그 변화를 이끌어 낼지 우리 안에 그런 힘이 존재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1995년 이후 성주류화가 하나의 여성정책의 골간이 돼 왔지만 기초적 단어나 개념적 합의도 우리 안에 이뤄져 있지 못하다. 왜 우리나라 성격차지수가 117위인지 현실을 나타낸다고 본다”고 한국 여성단체의 고민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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