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같아서 만지고, 성욕 때문에 속옷 벗은 마초들
국회의장·검찰총장·육군 사단장·대학교수까지
권력자·고위층 등 소위 ‘갑’들의 폭력 줄줄이

 

2014년은 그동안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선뜻 신고할 수 없어 쉬쉬해야 했던 이른바 ‘권력형 성추행’ ‘성 갑질’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해였다. ⓒ뉴시스·여성신문
2014년은 그동안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선뜻 신고할 수 없어 쉬쉬해야 했던 이른바 ‘권력형 성추행’ ‘성 갑질’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해였다. ⓒ뉴시스·여성신문

2014년은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성폭력을 저지른 일명 ‘나쁜 남자’들이 유난히 많았다. 특히 그동안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선뜻 신고할 수 없어 쉬쉬해야 했던 이른바 ‘권력형 성추행’ ‘성 갑질’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해였다. 국회의장과 검찰총장을 지낸 저명인사와 현직 지방검찰청장과 육군 사단장, 명문대 교수, 유명 방송인들이 바로 올해를 잊지 못할 한 해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경기보조원 성추행 혐의…전 국회의장

사회 고위층인 이들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여성들을 괴롭혔다. 이 과정에서 이들이 내뱉은 말들은 ‘설마 이런 말을 했을까’ 싶을 만큼 낯뜨겁다. 최근 성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지난 9월 원주시 소재의 한 골프장에서 지인들과 라운딩 도중 20대인 경기보조원의 특정 신체 부위를 수차례 접촉한 혐의를 받고 있다. 6선 의원이자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박 전 의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딸만 둘이다. 딸만 보면 예쁘다, 귀엽다고 하는 게 습관이 돼서 귀엽다고 한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여직원 강제로 껴안고 뽀뽀…전직 검찰총장

“넌 내 아내보다 100배는 예쁘다”라는 또 다른 명언도 화제가 됐다. 주인공은 전직 검찰총장인 A씨다. 그는 지난해 포천의 한 골프장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 11월 중순 고소당했다. 피해자는 지난 6월 말 A씨가 직원 기숙사 방으로 한밤중에 찾아와 강제로 껴안고 볼에 입을 맞추는 등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성범죄 친고죄가 폐지되기 전인 지난해 6월 18일 일어났다는 A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서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길거리에서 바지 지퍼 내린 제주지검장

올해 가장 ‘핫’한 인물을 꼽자면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지난 8월 5차례에 걸쳐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제주시 중앙로에 위치한 음식점을 지나다 ‘한 남성이 바지 지퍼를 내리는 등 음란행위를 하고 있다’는 여고생의 신고 덕분이었다. 그는 ‘공연음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최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공연음란’이라는 혐의는 있으나 일단 재판에 넘기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당시 여중생이 음란 행위를 목격했지만, 큰 충격 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고, 그의 행동이 ‘성선호성 장애’ 때문이라는 주치의 소견이 고려됐다. 하지만 김 전 지검장의 행위는 처벌받아야 할 명백한 성폭력 범죄이며 ‘병’을 핑계 삼아 그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제자 성추행 혐의…‘천재 수학자’

대학교수의 제자 성추행은 이른바 ‘갑을 관계’를 악용한 대표적인 권력형 성범죄다. 교수라는 우월적 지위는 ‘을’인 학생들을 유인하기 쉽고, 피해 사실을 선뜻 신고할 수도 없게 하는 보이지 않는 위력으로 작용한다. ‘천재 수학자’로 불리던 강석진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여성 인턴과 제자 4명 등을 상습 강제 추행한 혐의로 지난 3일 구속 수감됐다. 그는 인턴에게 신체 접촉을 시도하고, 제자들에게는 “여친 잘 잤니. 너 보고 싶다” “말로만 마음으로만 좋아하지 말고 행동으로 실천으로 좋아해주길” 등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서울대 K교수 사건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피해자X’에 따르면 추행 피해 학생만 20여 명에 이른다. 같은 대학교 치의학대학원 B교수도 석사과정 중인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조사 중이다. 

 

육군 현역 사단장 긴급체포 ⓒMBC 캡처
육군 현역 사단장 긴급체포 ⓒMBC 캡처

지난 10월에는 현직 사단장이 성추행 혐의로 긴급 체포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17사단장 C씨는 다른 부대에서 성추행 피해를 입은 여군을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 강제로 껴안고 볼에 입을 맞추는 등 5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C 사단장은 이 여군뿐만 아니라 다른 여부사관도 1회 껴안는 성추행을 한 혐의가 추가됐다. 

가정폭력 사건도 어김없이 터졌다. 아내 김주하 MBC 아나운서를 2008년부터 상습적으로 폭행한 남편 강필구씨에게 최근 법원은 “죄질이 좋지 않다”며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시 내용에서 가정폭력 범죄의 중대함을 언급하고 있지만, 실제 형은 집행유예에 그치고 있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소위 ‘사회지도층’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눈부신 활약’을 일일이 열거하기에는 지면이 모자랄 정도다. 하루가 끊이질 않고 고위층의 성범죄가 터진다. 성폭력은 권력의 문제다. 그래서 피해를 겪고도 신고를 망설여 드러나지 않는 암수(발생했지만 신고하지 않아 통계에 포함되지 못한 범죄)가 많다. 그러니 물밑에서 숨죽이는 피해자들은 어느 정도일지 가늠되지 않을 정도다. 사회지도층에게 주어진 권위는 도덕적·사회적으로 모범이 되라는 의미다. 그렇기에 사회지도층의 인권의식이 바로서야 한다. 새해에는 이름의 무게에 걸맞은 사회지도층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