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법안 발의에도 제정 힘들어
“형사처벌이 우선 고려돼야”
임시조치 실효성 확보, 개념 명확화 필요

 

개인의 사생활 침해는 물론 피해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는 심각한 범죄인 스토킹이 아직도 경범죄로 분류되고 있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개인의 사생활 침해는 물론 피해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는 심각한 범죄인 스토킹이 아직도 경범죄로 분류되고 있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스토킹방지법’ 제정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개인의 사생활 침해는 물론 피해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는 심각한 범죄인 스토킹이 아직도 경범죄로 분류되고 있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지난 7월에는 과거 자신의 제자에게 오랫동안 스토킹 당하던 여성이 살해됐고, 9월에는 50대 남성이 자신이 스토킹하던 여성이 자신을 경찰에 신고하자 보복 살해하는 등의 강력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스토킹은 벌금 8만원짜리 경범죄로 분류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스토킹방지법’ 제정에 대한 논의는 20여 년 전부터 시작됐다. 1999년 ‘스토킹 처벌에 관한 특례법안’이 발의된 이후 국회에서는 7개의 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 19대 국회 들어서도 2개의 관련 법안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낙연 의원이 지난 2012년 8월 ‘스토킹 처벌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고,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지난해 6월 ‘스토킹방지법’을 발의했다. 지난 9일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 의원이 주관하고 국회성평등정책연구포럼과 한국여성의전화가 공동 주최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스토킹방지법 제정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발제를 맡은 원민경 변호사(법무법인 원)는 현재 계류 중인 법안들은 “범죄의 정의가 협소하고 보호처분 위주”라며 “스토킹 행위로 피해자의 법익이 침해됐다면, 다른 범죄와 마찬가지로 형사처벌이 기본적이고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국여성의전화와 함께 마련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남윤인순 의원 발의 예정)에서는 스토킹이 사생활 영역뿐만 아니라 공·사 공간을 아우르는 생활영역에서 발생하고 있어 기존 발의안들과 달리 보호 범주를 ‘생활영역’으로 확대했다.

또한 이 제정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경찰의 응급조치 의무’에서는 스토킹 중단 통보, 피해자와 스토킹 행위자의 분리, 피해자의 주거, 직장 또는 주로 활동하는 장소에 접근금지 또는 퇴거 명령, 피해자에 대한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피해자 상담소 연계 등을 명시하고 있다. 원 변호사는 “초기 단계에 경찰이 개입하는 것이 과잉 개입이라는 비난을 받게 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있으나, 스토킹 행위가 일반적으로 갑자기 폭력행위로 돌변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경찰의 응급조치 의무 규정은 더 중대한 법익의 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의 상담 사례 중 2012년 한 해 동안 스토킹 피해는 애인이나 과거 애인, 채팅 상대자 등 데이트 관계에서 발생한 경우가 75.6%를 차지하고 있었고, 2011년 1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3년간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스토킹 피해 상담 사례에서도 가해자가 ‘아는 사람’인 경우가 93.8%로 나타났다. 

 

지난 9일 국회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 의원이 주관하고 국회성평등정책연구포럼과 한국여성의전화가 공동 주최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여성의전화
지난 9일 국회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 의원이 주관하고 국회성평등정책연구포럼과 한국여성의전화가 공동 주최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여성의전화

토론자로 나선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인권·안전정책센터장은 국회에 계류 중인 두 법안의 보호법익인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법적 평온 혹은 자유 일반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스토킹으로 인한 피해는 개인과 그 가족의 사생활 비밀과 자유뿐만 아니라 주거나 거주 이전, 직업 선택 등 생활 일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피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손재영 경찰대학 법학과 교수는 “스토킹 행위자가 긴급임시조치를 위반하는 경우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며 “법원이 부과한 임시조치 결정 가운데 금지명령적 성격을 갖는 사항을 위반한 경우 벌칙이나 과태료를 부과해 임시조치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종희 검사(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 과장)는 “다양한 행위 태양을 아우르는 구성 요건을 법률에 담아내는 작업이 스토킹처벌법 제정의 가장 큰 과제”라며 “형사처벌을 담아내는 법률이 명확하지 않고 지나치게 포괄적이면 불특정 다수의 국민이 피해를 입을 수 있고, 법률의 명확성 원칙 위반은 헌법에 위배돼 법률의 효력 자체를 차단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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