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면적 좁지만 상처 깊어…대부분 3도 화상
화상 전문병원 찾아야
전기장판이나 온수 매트 위에 두꺼운 요 깔고 사용
전기난로는 1m 이상 거리 두고 사용해야

 

9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에서 저온화상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9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에서 저온화상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직장인 이지영(가명·26)씨는 종아리 부분에 빨간 핏줄이 보여 병원을 찾았다가 전기난로를 오랫동안 쬐어 피부조직이 괴사한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별다른 통증이 없어 화상을 입었는지도 몰랐다”며 “온열기기 사용 시 주의해야겠다”고 말했다.

전기장판·전기방석·온수매트 등 전열제품 사용이 증가하면서 ‘저온화상’ 환자가 늘고 있다. 저온화상은 장시간에 걸쳐 열이 서서히 침투하기 때문에 겉은 괜찮아 보여도 피부조직이 죽게 된다. 사람들은 흔히 고온에서만 화상을 입는다고 생각하지만 물이 끓는 온도인 100℃의 절반도 안 되는 48℃에서도 충분히 화상이 발생한다.

데지 않을 것 같은 온도에 화상을 입는 것이 바로 ‘저온화상’이다. 저온화상은 연중 추위가 시작되는 11월 중반부터 환자가 급증한다. 전기장판 또는 온수매트, 핫팩으로 인해 화상을 입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온도 조절이 어려운 USB매트가 생기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고 있다.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허준 교수는 “날씨가 추워지면 몸을 녹이기 위해 술을 한 잔 마시고 잠자리에 드는 어르신들이 있는데 술을 마시면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어 깊은 잠에 빠지므로 저온화상을 입을 확률이 크다”고 강조했다. 건국대 응급의학과 박상옹 교수는 “저온화상은 장시간 뜨거운 곳에 노출돼 조직이 손상되는 것을 말한다. 저온에도 불구하고 화상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저온화상은 특성상 고온에 의한 화상보다 상처 면적은 좁지만 깊이는 깊다. 이 때문에 저온화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80%가 3도 화상이다. 3도 화상은 피부 표피와 진피 모든 층이 화상을 입은 것을 말한다. 

보통 엉덩이나 허벅지와 같이 전기매트에 접촉하는 부위에 잘 생기고 피부가 괴사해 하얀 색상을 띤다. 감각이 없을 뿐 별다른 통증이 없어 자신이 화상을 입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며칠이 지난 후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다수다. 치료는 상처가 깊어 80% 이상이 피부이식 수술을 필요로 한다.

저온화상을 입었을 때 스스로 할 수 있는 응급처치는 없다. 상황을 인지할 때쯤에는 이미 화상이 진행된 상태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찬물로 환부를 식히는 쿨링 마사지도 화상을 입은 후 2시간 이내에만 효과가 있어 무용지물이다. 피부에 감각이 없거나 색이 하얗게 변했을 때는 저온화상을 의심하고 화상 전문병원을 찾아야 한다. 

허준 교수는 “고온화상은 누가 봐도 상태가 심각해 빠른 시간 안에 병원을 찾지만 저온화상은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고, 병원을 찾더라도 이미 진행이 끝난 경우가 흔하다. 저온화상은 온도가 높지 않다는 이유로 방심하다 오랜 시간 노출돼 깊은 상처를 남긴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저온화상을 야기하는 것으로는 겨울철 많이 사용하는 전기매트와 전기장판이 있다. 최근 전자파가 없다는 이유로 많이 구입하는 온수매트도 마찬가지다. 

영하의 실외에서 오랜 시간 바깥 활동을 하다 실내로 들어오면, 온도가 높은 곳에 누워도 뜨겁다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한다. 움직임 없이 2~3시간 장시간 사용하면 화상을 입는다. 전기난로의 열선 모양과 같은 거뭇거뭇한 자국이 다리에 생긴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핫팩이나 손난로,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 하는 뜸도 마찬가지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핫팩과 손난로는 최고 온도가 63도에 달한다.

예방법은 간단하다. 전기장판이나 온수매트 위에 두꺼운 요 한 장만 깔면 된다. 이불로 열이 분산되고 살이 장판 또는 매트와 직접 닿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 믿을 수 있는 제조사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은 제품을 사용했다가는 화재로 이어지기 쉽다. 제품 구입 시 단순하게 가격만 따지기보다는 애프터서비스(AS)가 확실한지, 장시간 사용하거나 이동할 때 전원이 자동으로 차단되는 기능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또 전기난로 사용 시에는 최소 1m 이상 거리를 두고 사용한다. 저온화상은 한 자세로 오래 노출될 때 생기는 만큼 간지러우면 온도를 조절하거나 자세를 바꿔야 한다.

허 교수는 “전기장판 위에 아무 것도 깔지 않고 누우면 접촉한 피부에 열이 밀집돼 온도가 더 올라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조직이 괴사되면서 신경이 손상돼 감각이 없어진다”며 “전기매트 위에 이불 한 장을 깔면 온도가 분산된다. 난방기구와 용품의 안전수칙을 숙지하고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허 교수는 “뜨거움으로 인해 간지러웠던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 했을 텐데 그것이 바로 통증의 약한 단계다. 그 단계를 넘어서면 ‘내가 적응했나 보다’ 하지만 사실은 저온화상으로 발전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백화점 가전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온수매트를 살펴보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백화점 가전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온수매트를 살펴보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화상을 입었다면 화상 전문병원을 찾자.

베스티안 병원

서울시 강남구 도곡로 429

문의 02-3452-7575

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2가 94-200

문의 02-2639-5114

한강수병원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1가 28-4 

문의 02-2063-8383

하나병원

부산시 사하구 다대로 311   

문의 051-266-2600 

푸른병원

대구시 중구 태평로 102 

문의 053-471-2800

 

전열제품을 살펴보는 소비자. ⓒ뉴시스·여성신문
전열제품을 살펴보는 소비자. ⓒ뉴시스·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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