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관계자 "면담 성사는 어렵다"

 

6일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과와 서울시민 인권헌장 선포를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했다. ⓒ서지연 인턴기자
6일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과와 서울시민 인권헌장 선포를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했다. ⓒ서지연 인턴기자

6일 성소수자 단체와 인권활동가들이 성소수자 차별금지 내용을 담은 서울시민 인권헌장 선포를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헌장 선포를 거부하고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데 대한 사과도 요구했다.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인권단체 활동가 50여 명은 6일 오전 11시부터 서울시청 1층 로비에 모여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와 박 시장이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찬성과 반대가 가능한 문제로 전락시켰다"며 "우리는 한국사회 인권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반동 앞에 더 이상 물러서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으로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박 시장은 시민이 누려야 할 인권적 가치와 규범을 담은 서울시민 권리헌장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극우 기독교세력 앞에서 성소수자 인권을 내동댕이치고 시민의 힘으로 제정된 헌장을 둘러싼 논란을 사과하는 비굴한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달 시민공청회 당시 헌장 반대 세력의 폭언·폭력을 서울시가 방치한 데 대한 사과와, 헌장의 조속한 선포도 요구했다. 이들은 "시민위원회가 헌장 내용을 적법하게 확정한 이상 이를 선포하는 건 서울시장의 당연한 의무"라며 "우리 같은 소수자들이 무너진다면 또 다른 소수자들이 줄줄이 차별에 무너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단체들이 6일 시청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서지연 인턴기자
성소수자차별반대 단체들이 6일 시청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서지연 인턴기자

 

6일 오후 9시경 시청 1층 로비 모습. 50여명 정도의 농성 참가자들이 모여 문화제를 진행 중이다. ⓒ서지연 인턴기자
6일 오후 9시경 시청 1층 로비 모습. 50여명 정도의 농성 참가자들이 모여 문화제를 진행 중이다. ⓒ서지연 인턴기자

 

성소수자인권단체 친구사이 회원 등 50여명의 농성 참가자들이 이날 문화제를 진행하는 모습
성소수자인권단체 '친구사이' 회원 등 50여명의 농성 참가자들이 이날 문화제를 진행하는 모습 ⓒ서지연 인턴기자

이날 농성에 참가한 성소수자 인권 운동단체 '친구사이' 회원 김정훈 씨는 "(성소수자들은) 기본적인 인권마저도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속상하고 함께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에 이 자리에 나왔다.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 30여 명의 농성 참가자들은 시청 1층 로비에 잠자리를 마련하는 등 밤샘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박 시장이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줄 때까지 농성을 계속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농성이 시작되자마자 시청 관계자와 청원경찰은 "청사 내 집회는 불법"이라며 농성단의 퇴거를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SNS를 타고 농성 소식이 퍼지면서 오후 5시 경 100여 명이 농성장에 모여들었다. 시청 바깥에선 같은 주장을 펼치는 이들의 1인 시위도 이어졌다. 

서울시 측은 아직 공식 대응 방안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안준호 서울시 대변인은 "농성이 갑자기 시작됐고 토요일이라 박 시장의 일정에 반영하기 힘든 상황이다. 면담 성사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 시민위원회는 표결로 성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이 명시된 헌장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서울시는 과반수가 참여하지 않은 표결은 합의로 볼 수 없다며 헌정 제정이 무산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성소수자 단체 회원들은 표결을 거쳐 인권헌장 내용이 확정됐지만, 서울시가 시민위원회 위원 과반수 불참을 이유로 제정을 무산시켰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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