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 교육 수준 높지만 노동 참여율 낮아
여성고용률 높여야 저출산 문제 해결 돼
일·가정 양립 등 생애주기별 고용정책 필요
성 평등한 직장문화, 유연한 사회문화 절실

 

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국여성경제인협회와 세계경제연구원, 독일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이 공동 주최한 ‘여성과 성장잠재력’ 주제의 국제회의가 열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국여성경제인협회와 세계경제연구원, 독일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이 공동 주최한 ‘여성과 성장잠재력’ 주제의 국제회의가 열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고용률을 높여야 저출산·장시간 근로 등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종래에는 국가의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빗발쳤다.

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여성과 성장잠재력’을 주제로 한 국제회의에 참석한 국내외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여성 고용률 확대를 주장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와 세계경제연구원, 독일 콘라드아데나워재단이 공동 주최한 이번 회의는 OECD 평균을 훨씬 밑도는 한국의 여성인력 활용도 제고를 위해 마련됐다. 이 자리에는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롯해 이명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조이스 음수야 세계은행그룹 한국사무소 소장, 이민재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박신영 아시아개발은행 차석 이코노미스트, 에이미 잭슨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대표, 바바라 졸만 한독상공회의소 사무총장 등 국내외 전문가들이 발표와 토론에 나섰다.

 

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여성과 성장잠재력’을 주제로 한 국제회의에서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여성과 성장잠재력’을 주제로 한 국제회의에서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기조연설을 통해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양성평등 사회를 이루는 길”이라고 강조하며 여성가족부가 실행하고 있는 정책을 소개했다. 김 장관은 “현 정부가 제시한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결국 여성인력을 활용해야 한다”며 여성의 생애주기에 따른 단계별 정책을 소개했다. 김 장관은 20대의 경우 여성들의 고용참가율이 남성보다 높지만 30대가 되면서 출산·양육으로 인해 경력단절이 일어난다고 지적하며, 지속적인 근무를 위해 여성가족부가 실시하고 있는 가족친화기업인증제도, ‘패밀리 데이’, 남성들의 육아휴직을 장려하기 위한 ‘아빠의 달’, 아이돌보미 서비스 등을 소개했다. 또한 여성들의 재취업을 위해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운영하며 취업상담과 교육, 구인·구직 매칭까지 제공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시간선택제 확대와 여성 인재 발굴, 여성 리더십 네트워킹을 위한 노력들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여성과 성장잠재력’을 주제로 한 국제회의에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이민재 회장 특별발표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여성과 성장잠재력’을 주제로 한 국제회의에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이민재 회장 특별발표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특별 발표를 맡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이민재 회장은 우리 사회의 여성 기업인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과 편견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본인도 사업 초창기에 “술과 사우나 등 거래처 접대하기가 정말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 회장은 한 건실한 중견기업을 이끌고 있는 여성 사업가가 은행에서 가족관계증명서를 요구받고 남편의 직업을 거론하며 대출을 거부당했다는 사례를 들려주며 여성 기업가들의 어려운 현실을 꼬집었다. 이어 “여성이 경영하는 기업은 남성기업에 비해 안정성과 수익성, 활동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난다”며 “자기자본비율과 안정성, 재정 건전성이 높아 모범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여성기업은 소비자 욕구 파악이 빠르고 납기일을 정확히 지키며, 원활한 의사소통과 수평적 의사결정 구조를 지향해 높은 신뢰성과 고객만족도를 자랑한다”고 짚었다. 이 회장은 이러한 여성 기업인들이 “신성장 동력으로 역할해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 4만 달러의 초석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여성과 성장잠재력’을 주제로 한 국제회의에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이명선 원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여성과 성장잠재력’을 주제로 한 국제회의에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이명선 원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날 회의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사례에서 여성고용률와 합계출산율의 상관관계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는데 여성고용률이 높은 국가일수록 경제성장률이 높고, 합계출산율 역시 높게 나타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여성고용률과 합계출산율 모두 낮게 나타나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이명선 원장은 여성고용률을 높임으로써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OECD 국가 중 여성빈곤율이 제일 높은 한국은 젊은 여성들의 취업률이 낮기 때문에 노년기 빈곤율이 높다고 지적하며 고용률 확대가 여성빈곤 문제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은행그룹 한국사무소 조이스 음수야 소장은 “한국은 여성 인적자원 차원에서 교육 수준이나 국가의 의지가 높아 도약을 위한 잠재력이 크지만 여성들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낮다”며 특히 “(기업의) 여성 이사 비율은 2%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음수야 소장은 여성 고용에 있어 모범적인 나라로 핀란드와 프랑스를 꼽으며 이들 나라의 성공 요인은 여성 노동시장 참여에 친화적인 국가 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에이미 잭슨 대표는 여성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유연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IT기술이 발전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책상을 지키고 있는 게 너무 중요한 나라”라고 꼬집었다. 자신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하루 종일 일하고 있다며 고용시장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유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미생’을 예로 들며 우리나라 직장 문화가 “여전히 산업화 시절 수준”이라며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지 않고는 (여성고용 확대를)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배 본부장은 근로시간 단축과 양질의 파트타임 직업 마련을 강조하며, “성별 분업이 편중돼 있는 상황에서는 해결이 어렵다”고 꼬집으며 “가사 분담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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