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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제작자 1호인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해피엔드'의

성공으로 다시금 명성을 확인시켰다.

바야흐로 여성 영화제작자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난 해 전국 1백20만 관객이 다

녀간 심재명(36) 대표의 '해피엔드', 또 전국 2백60만이라는 기록을 세운 김미희

(36) 대표의 '주유소 습격사건', 그리고 지난 설 개봉, 3일만에 30만 관객동원이

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며 흥행 호조를 예고하는 오정완(36) 대표의 '반칙왕'에

이르기까지 여성 제작자들이 직접 뛰어들어 만든 영화는 흥행에 대성공을 거둔,

소위 ‘대박’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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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칙왕'과 제작자 오정완 영화사 '봄' 대표

동갑내기인 이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영화사를 차리고 명실공히 제작자로서 흥

행몰이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영화에 대한 열정, 관객의 심리를 잘 읽어내는

탁월한 재능뿐 아니라 오랜 현장 경험이 바탕이 됐다. 외부적으로는 실력으로 승

부할 수 있는 분위기도 한몫 했지만 무엇보다 “때가 됐기 때문”이다.

‘명필름’ 명 제작자 심재명

여성 제작자 ‘1호’인 심재명 대표는 1987년 서울극장 기획실에 입사한 이래

극동스크린 등에서 기초를 닦은 뒤 프리랜서로 '결혼이야기' 홍보를 맡기도 했

다. 그후 남편 이은씨와 함께 차린 명기획에서 '그 남자 그 여자', '그대 안의

블루', '세상 밖으로', '게임의 법칙' 등을 기획·홍보했다. 95년 명필름을 설

립하고는 '코르셋', '접속', '조용한 가족',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등을 제

작했다. 지난 해 화제가 됐던 '해피엔드'도 그가 만든 히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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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습격사건' 제작자 김미희씨.

심재명 대표는 여성주의 영화에 관심이 많다. 명필름 크레딧을 단 첫 영화 '코

르셋' 역시 그러한 의식이 반영된 작품이다. 날씬하고 아름다운 여성만이 대접받

는 사회에서 뚱뚱한, 게다가 노처녀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여성에게 외모

만을 유일한 가치로 강요하는 사회를 마음껏 조롱했다. '코르셋'은 ‘흥행은 어

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30만 관객을 동원했다. 남자라면 감히 만들지 못

했을 여성의 진정한 가치 모색이 관객의 호응을 얻은 결과라고 심 대표는 생각

한다.

하지만 최근작 '해피엔드'에 대해 ‘가부장제적’이라는 평가가 나오자 조금

당혹해 하는 눈치다. “최초 시나리오에서 ‘최보라’는 더 나쁘게 그려져 일방

적으로 매도될 소지가 높았어요. 많은 수정이 있었죠. 하지만 바람 피는 여성에

대한 단죄가 아니라 불행한 가족관계를 맺고 있는 남자 주인공, 아내도 없고 빈

집에서 갓난아기와 눈을 떠야 하는 우울한 현실의 남자에 눈을 돌린다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

심재명 대표가 최근 크게 관심 갖고 있는 주제는 ‘모성’이다. 올해 안으로 새

로운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를 제작하고자 하는데, ‘모성’에 관한 새로

운 해석이 곁들여진 영화가 되면 좋겠다고. 명필름이 준비하고 있는 차기작으로

는 4월 개봉할 '섬'과 올 추석쯤 선보일 미스터리 휴먼드라마 '공동경비구역

J.S.A'.

흥행메이커 ‘좋은영화’ 김미희

“처음에는 서울 관객 40만 명 정도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영화가

젊은 감각과 잘 맞아떨어지고 뒷심을 받아 서울 96만 명, 전국 2백60만 명(99년

10월 2일 개봉)으로 집결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김상진 감독의 '주유소 습격사건'을 제작한 ‘좋은영화’ 김미희 대표는 첫 작

품의 성공이 다소 부담스럽다. 3-4월경 새 영화를 시작하려 했는데 두 번째 작품

이 잘 돼야 ‘운이 좋다’는 평가를 면할 수 있을 것 같아 신중을 기하느라 착수

가 늦어지고 있다. 그래도 워낙 '주유소 습격사건'이 대사건이었는지라 투자 제

의도 많아 코믹멜로 '세이 굿바이'(가제, 오기환 감독), 코미디 '킬러들의 수다

'(장진 감독), 호러 판타지 '패닉'(가제, 김문수 감독)을 준비중이다.

김미희 대표는 화천공사와 동아수풀공사에 들어가 '늑대와 춤을', '천국의 계

단', '원초적 본능' 등을 통해 마케팅 실무를 섭렵한 뒤, 시네마 서비스 기획실

에서 5년간 일하면서 '마누라 죽이기', '투캅스2', '올가미',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등 굵직굵직한 영화 10여 편을 기획했다.

김미희 대표는 ‘여성’에 방점을 찍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무엇보다 싫어

한다고. 관객이 많이 드는 영화 제작자로 인정받고 싶다. 영화에서도 특별히 여성

만을 배려할 생각은 아니다. 김 대표가 만들고자 하는 영화는 ‘사람이 있는 영

화’. 개인적으로는 역사무협물을 좋아하지만, 많은 사람이 보고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한다.

막판 가세 ‘봄’ 오정완

88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마케팅 담당으로 영화계에 들어선 오정완

대표는 영화사 신씨네에서 '결혼이야기', '미스터 맘마', '은행나무 침대', '

편지' 등 10여 편의 작품에서 기획·제작·마케팅·프로듀서로 맹활약했다. 98년

엔 이재용 감독의 '정사'에 프로듀서로 참여해 기획력을 공인받았다. 이런 과정

을 거쳐 99년 3월에는 영화사 ‘봄’을 열었다. 2월 4일 개봉한 김지운 감독의 '

반칙왕'이 창립작품. 초반 강세로 보아 서울관객 50만 명은 무난히 넘기리라 전

망한다. “성공할 자신은 없었지만, 실패하지 않으리란 확신은 있었다”는 오정완

대표는 영화계에서도 소문난 마당발이자 추진력의 대가다.

여성 제작자인 까닭에 ‘페미니즘 영화 안 만드냐’는 질문도 종종 받지만, 그는

영화에서 어떤 특정한 ‘주의’를 내세우고 싶진 않다고.

“저는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페미니즘이 장사가 된다면 만

들 수도 있겠죠. 하지만 어떤 이념을 내세워서 영화를 팔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사람이 제대로 담겨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하지만 제가 관계

된 영화들에서는 소극적으로든 적극적으로든 늘 시대에 맞는 여성상을 담아내려

고 노력해 왔어요. '정사'의 여주인공은 물론이고, '반칙왕'의 레슬링 교관이자

프로모터인 장진영 같은 인물도 강하고 우직하면서도 말수가 적은, 한국 영화에

선 보기 드문 캐릭터라고 생각하는데요.”

오정완 대표는 개인적으로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다. 극중 임대호(송강호)가

담배를 피는 장면. 담뱃재를 털어버린 임대호의 손을 주시하라. 끝까지 담배꽁초

를 손에 들고 있다. 가능하면 이렇게 조그만 것이라도 지키고 싶다. “영화에 뼈

를 묻고”싶지만, 힘이 닿으면 환경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영화를 만들며 가장 힘든 부분은, 연이은 밤샘 작업에 체력이 버텨내질 못하는

것이다. 20대 초반 너무 몸을 부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영화를 목숨보다

소중한 것으로 여기고 몸 아까운 줄 모르고 뛰어다녔던 그때가 지금의 오정완이

라는 제작자를 만들었다는 생각도 한다. 다음 작품으로 임상수 감독의 디지털영

화 '눈물'을 준비하고 있다.

여성영화인네트워크 추진중

이들은 현재 ‘여성영화인네트워크’(가칭)를 준비 중이다. 아무래도 남성 위주

인 영화판에서 여성 영화인들의 연대와 정보교환, 여성 영화인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특히 심재명 대표는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

한다.

“제2회 여성영화제 특별 프로젝트 '한국 여성영화인 백서'준비 중 여성 영화인

을 하나로 묶어주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저를 비롯해 영화

에 몸담고 있는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 하는가 하면, 기회를 잡

는 데 미숙한 부분이 많아요. 후배들을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고 싶어요.

현재 주진숙 교수, 변재란 영화평론가, 남인영 프로듀서, 채윤희 올댓시네마 대

표, 오정완 대표, 김미희 대표 등 현장에 있는 사람들과 준비하고 있습니다. 구체

적인 윤곽은 한 달 안에 가시화될 것입니다.”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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