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소스 멀티 유즈', 피하지 말고 즐겨라
작품 활동에만 몰두할 뿐 상업적 키워드를 염두에 두지 않아
대중의 요구 파악하고 인간적 보편성 갖춰야

 

인기 웹툰에서 출발해 드라마의 성공까지 거둔 미생의 작가 윤태호 씨(45)
인기 웹툰에서 출발해 드라마의 성공까지 거둔 '미생'의 작가 윤태호 씨(45) ⓒCJ E&M

웹툰 한 편이 이토록 국민적인 화두가 된 적은 없었다. 원작 웹툰의 성공에 이어 인기 드라마로 탄생한 '미생'이 '창조경제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창조경제박람회 첫날 '미생'의 윤태호 작가와 tvN 드라마를 기획한 이재문 CJ E&M PD 등의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윤 작가는 "'미생' 덕에 찾는 곳이 너무 많아 작업에 방해를 받을 정도"라면서도 작품의 성공에 기쁨과 보람을 표했다. "평소 후배들에게 자신의 저작물, 자기가 만든 책이 잘 팔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 스스로의 말에 책임지게 돼 다행"이라며 웃었다. 

앞선 2010년 그의 웹툰 <이끼>가 영화로 만들어져 흥행한 바 있다. 또다른 웹툰 <야후>도 현재 영화화 중이다. 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는 '원 소스 멀티 유즈' 환경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만화 작가들이 (영화, 드라마 같은) 2차 저작물로 가는 것 자체를 터부시해선 안 된다. 한 작품이 많은 저작물로 확대 재생산되는 순환구조를 만드는 게 결국 득이 된다"고 말했다. 또 "작가 스스로도 오랜 시간을 투자한 작품이 단행본 외에도 다른 작품으로 발표되면서 만족감과 보람, 소명의식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 작가는 "작품을 하면서 경제를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작품 활동과 상업적 성공 사이에 선을 그었다. "내 세계인 책상에서 열심히 할 뿐, 나머지는 사업하는 분들 아이디어가 마음에 맞으면 하는 거지 특정 키워드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출판사·방송국·영화사 등 업계들은 한 원작을 각자 입맛대로 각색해 선보이고자 한다. “‘미생’이 나오자 출판사에선 ‘실용서’이자 ‘직장인들의 교과서’로 보이기를 의도했다. 드라마 쪽에선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면서도 기존 질서를 따르지 않는 성공사례'를 원한다”고 윤 작가는 밝혔다.

원작자의 입장은 어떨까. “<미생>을 그릴 때 저는 확신이 있었다"며 윤 작가는 운을 뗐다. "사람들은 왜 술을 마시고 왜 상사 욕을 할까? 그러면서도 일을 잘하려고 애쓰고? 그렇게 살아가는 모두가 한 편의 드라마를 갖고 있다"고 봤다는 것. "시스템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독자(대중)의 요구를 알아차리고 그것을 충족시켜주는 작품을 만들고 싶고 그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그는 강조했다. 

‘미생’은 올해 해외 진출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작가는 "올해가 웹툰의 해외 진출 원년이 될 것"이라며 "인간의 보편적인 본성에 준하는 작품을 만들려면 한국을 넘어 작가 스스로가 하나의 인간, 세계인이라는 생각을 갖고 그에 걸맞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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