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소스 멀티 유즈', 피하지 말고 즐겨라
작품 활동에만 몰두할 뿐 상업적 키워드를 염두에 두지 않아
대중의 요구 파악하고 인간적 보편성 갖춰야
웹툰 한 편이 이토록 국민적인 화두가 된 적은 없었다. 원작 웹툰의 성공에 이어 인기 드라마로 탄생한 '미생'이 '창조경제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창조경제박람회 첫날 '미생'의 윤태호 작가와 tvN 드라마를 기획한 이재문 CJ E&M PD 등의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윤 작가는 "'미생' 덕에 찾는 곳이 너무 많아 작업에 방해를 받을 정도"라면서도 작품의 성공에 기쁨과 보람을 표했다. "평소 후배들에게 자신의 저작물, 자기가 만든 책이 잘 팔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 스스로의 말에 책임지게 돼 다행"이라며 웃었다.
앞선 2010년 그의 웹툰 <이끼>가 영화로 만들어져 흥행한 바 있다. 또다른 웹툰 <야후>도 현재 영화화 중이다. 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는 '원 소스 멀티 유즈' 환경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만화 작가들이 (영화, 드라마 같은) 2차 저작물로 가는 것 자체를 터부시해선 안 된다. 한 작품이 많은 저작물로 확대 재생산되는 순환구조를 만드는 게 결국 득이 된다"고 말했다. 또 "작가 스스로도 오랜 시간을 투자한 작품이 단행본 외에도 다른 작품으로 발표되면서 만족감과 보람, 소명의식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 작가는 "작품을 하면서 경제를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작품 활동과 상업적 성공 사이에 선을 그었다. "내 세계인 책상에서 열심히 할 뿐, 나머지는 사업하는 분들 아이디어가 마음에 맞으면 하는 거지 특정 키워드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출판사·방송국·영화사 등 업계들은 한 원작을 각자 입맛대로 각색해 선보이고자 한다. “‘미생’이 나오자 출판사에선 ‘실용서’이자 ‘직장인들의 교과서’로 보이기를 의도했다. 드라마 쪽에선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면서도 기존 질서를 따르지 않는 성공사례'를 원한다”고 윤 작가는 밝혔다.
원작자의 입장은 어떨까. “<미생>을 그릴 때 저는 확신이 있었다"며 윤 작가는 운을 뗐다. "사람들은 왜 술을 마시고 왜 상사 욕을 할까? 그러면서도 일을 잘하려고 애쓰고? 그렇게 살아가는 모두가 한 편의 드라마를 갖고 있다"고 봤다는 것. "시스템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독자(대중)의 요구를 알아차리고 그것을 충족시켜주는 작품을 만들고 싶고 그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그는 강조했다.
‘미생’은 올해 해외 진출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작가는 "올해가 웹툰의 해외 진출 원년이 될 것"이라며 "인간의 보편적인 본성에 준하는 작품을 만들려면 한국을 넘어 작가 스스로가 하나의 인간, 세계인이라는 생각을 갖고 그에 걸맞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