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꿈은 없어요”
“개꿈은 없어요”
  • 엄수아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4.11.26 19:10
  • 수정 2018-01-23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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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화학자이자 꿈 연구가 고혜경의 꿈 이야기
"꿈은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하나의 방법"

 

신화학자이자 꿈 연구가인 고혜경(51) 박사는 25일 여성신문과 만나 의미없는 꿈은 없다며 꿈을 통해 길을 찾으라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신화학자이자 꿈 연구가인 고혜경(51) 박사는 25일 여성신문과 만나 의미없는 꿈은 없다며 꿈을 통해 길을 찾으라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간밤 꿈자리가 뒤숭숭했다고 하자 누군가 “개꿈이야”라고 말했다. 찜찜한 마음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자 다양한 해몽이 나왔다. 하지만 진짜 내 꿈이 나에게 전달하려고 했던 것은 무엇인지 모른 채 넘어갔다. 신화학자이자 꿈 연구가인 고혜경(51) 박사는 모든 꿈이 무의식을 표현하기 때문에 꿈과 더 친해질 필요가 있다고 한다. 결국 자신과 가까워지는 방식이라며 ‘개꿈’ 같은 건 없다고 말했다.

서울 부암동 자택에서 만난 고 박사는 “개꿈은 없다. 별로 의미가 없고 황당하기만 한 꿈이란 없다”고 말했다. 그의 세 번째 책 ‘나의 꿈 사용법’은 그의 꿈에 관한 생각을 더 현실적이고 친절하게 전한다. 

“꿈은 가장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하나의 완결 구조”이기 때문에 흉몽·길몽이 없다. 그는 “이 꿈은 좋은 꿈, 저 꿈은 나쁜 꿈이라고 하는데 그런 건 없다”며 “꿈은 건강과 성장을 어떤 방식으로든 돕는다. 악몽은 ‘잠만 잘 때가 아니다’면서 시급하게 깨어나라고 꿈이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푹 자면 꿈을 꾸지 않는다? 이 말도 틀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면서 5~7번 꿈을 꾼다. 깨어나기 직전에 꾸는 꿈은 최장 45분 정도로 꽤 오래다. 그는 모든 꿈이 자기 상태를 점검하고 자신을 이해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했다. 매일 돈도 안 내고 꾸는 꿈인데 바다에서 대어를 낚듯 꿈을 낚아채라고 말했다. 그러지 않으면 꿈은 정말 꿈처럼 사라진다.

꿈을 이야기한 지 20년. 그는 여전히 재밌기 때문에 매일 밤 잠들기 전 메모장을 머리맡에 두고 깨어나면 한 글자, 분위기, 색상이라도 적는다고 했다. 그는 “어떤 중대한 결정을 하거나 너무 깊이 연루돼 주제를 탐색하고 있을 때는 꿈이 나에게 통찰로 설명해주는 방식이 기대된다”며 “내가 몰입하면 반드시 (꿈으로) 나오다보니 기다려지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어”라고 말하는 현대인들에게도 꿈은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는 “현대는 끝없이 수동적인 사람을 양산한다. 위계와 시스템에 맞춰진 사람을 끝없이 요구하기에 각자 뛰어나고 유니크한 존재란 것이 쉽게 말살된다”며 “내가 날 가장 소외시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 박사는 지난해 광주트라우마센터에서 ‘꿈에서 길을 찾다’란 주제로 5·18 민주화운동 생존자와 가족들과 꿈작업 집단상담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생존자는 지난 30여 년 동안 밤마다 악몽을 꿨고 아침에는 사지가 마비돼 이틀에 한 번꼴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 그는 “광주항쟁도 33년이 지났다.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는 말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나의 꿈 사용법 고혜경, 한겨레출판
'나의 꿈 사용법' 고혜경, 한겨레출판
올해 세월호 참사 이후 유독 비슷한 패턴의 꿈 이야기를 많이 만났다고 했다. 스스로도 평소와 달리 꿈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너무 생경한데 한 글자도 꿈을 옮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사람들도 비슷한 꿈을 꿨다. 몇 가지 패턴이 있는데 이를테면 백척간두에서 버스가 마구 질주하거나 학생을 가득 태운 버스 안에 어떤 사람이 마약 주사기로 아이들이 깨기 무섭게 주사를 놓는 꿈이었다. 대중교통은 집단이나 기관의 이슈를 나타낸다.

그는 “어떤 면에선 심리적으로 난민들”이라며 “비극적 사건에 충분히 울어내지도 못하고 그 아이들이 왜 그렇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도 안 나왔고 누구 하나 책임지지도 않았다. 다시 이런 일이 없기 위해 뭘 했다는 믿음을 갖기도 힘들다. 내가 사는 땅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세월호도 오래오래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고 박사는 꿈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보는 것만이 아니라 아픔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믿는다. 1995년 미국 창조영성대학원에 유학을 가기 전까지는 대학에서 지질학, 석사로 고생물학을 공부했던 그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준 것도 꿈이다. 스스로도 “꿈을 만나리라고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를 아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매일 거울처럼 꿈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고 늘 어떤 목표를 갖고 나를 이끌어 간다”며 “꿈은 나를 아는 데 제일 도움이 되는 언어”라고 말했다. 그가 늘 꿈과 함께 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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