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주 몰래 농협 통장에서 자산이 빠져나간 일이 수차례 발생했지만, 농협 측은 책임을 부인해 논란이 일고 있다. ⓒ농협
예금주 몰래 농협 통장에서 자산이 빠져나간 일이 수차례 발생했지만, 농협 측은 책임을 부인해 논란이 일고 있다. ⓒ농협

농협 계좌에서 수천만원~수억대의 돈이 몰래 빠져나갔다는 신고가 연달아 접수됐다. 농협은 고객 과실로 인한 해킹이라며 책임을 부인해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SBS CNBC 보도에 따르면 이날까지 50여 명의 고객이 자신의 농협 계좌에 맡긴 자산을 도난당했다.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도합 수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ㄴ씨는 지난 6월말 자신의 농협 통장에서 회당 약 300만원이 41차례에 걸쳐 빠져나간 것을 발견했다.

ㄴ씨의 돈은 텔레뱅킹을 통해 제3자 명의의 대포통장으로 빠져나가 인출됐다. 경찰은 금액 인출 이전 누군가가 ㄴ씨의 아이디로 농협 온라인 뱅킹 홈페이지에 접속한 흔적을 발견했다. 그러나 ㄴ씨는 평소 인터넷뱅킹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며 IP 추적 결과 접속지도 중국으로 드러났다. ㄴ씨의 휴대폰·유선전화 사용 기록에서도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경찰은 수사를 종결했고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피해자 ㄱ씨 역시 농협 통장에 뒀던 1억2천3백만 원을 지난 3월 15일 도난당했다고 밝혔다. ㄱ씨의 농협 계좌 보유금은 한번에 150~280만원씩 총 18번에 나눠 인출됐다. 

다른 피해자 ㄷ씨는 지난 7월 14일 총 36차례에 걸쳐 8000여만 원의 재산을 도난당했다. ㄷ씨는 "피해 당시로부터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생활은 엉망"이라며 "지금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이렇게 돈이 나갔는데 관련 금융기관은 뭘 했는지 모르겠다"며 허탈해했다. 

농협측은 이번 사건을 해킹의 일종인 '파밍'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번 농협 계좌 도난 사태는 고객의 잘못이며, 은행이 책임질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보험사를 통해 보상심사를 진행했으나 보상이 안 되는 걸로 결정이 났다"며 "전형적인 파밍 사기다. 고객이 직접 본인의 개인정보를 외부에 제공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농협의 미온적인 대응에 누리꾼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mh****는 "농협 계좌에서 나도 모르게 돈이 빠져나갔는데, 농협의 책임이 아니고 고객의 책임이라면 뭘 믿고 농협에 돈을 맡기나?"라고 비판했다. sim*****도 "벌써 한두번도 아닌데 사태의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다니 금융감독원은 뭐하나? 농협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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